러 천연가스 정말 끊기나..전전긍긍하는 유럽
유럽, 러 '에너지 무기화'에 절약·대체수입선 대책 분주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르트스트림-1' 천연가스관의 재가동 예정일이 임박하면서 유럽 국가들이 긴장하고 있다.
러시아가 예정일인 21일을 넘겨서도 가스를 공급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앞서 러시아는 이 가스관의 유지·보수를 위해 그리니치표준시(GMT) 기준 11일 오전 4시부터 열흘간 가동을 멈춘다고 밝히고 실제로 가스 공급을 끊었다.
이 발표대로라면 노르트스트림-1은 21일 가동돼 독일에 22일부터 가스가 다시 공급돼야 한다.
이와 관련,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서방 국가 다수가 러시아가 독일에 대한 가스공급 재개 시점을 미루거나 영구적으로 멈출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서방 당국자와 관련 업계는 러시아가 이 가스관을 재가동 하더라도 이전과 같은 수준이 되리라고 확신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은 14일 독일 에너지기업 유니퍼 등에 천연가스 공급 차질과 관련해 지난달 14일까지 소급되는 '불가항력' 선언이 담긴 서한을 발송했다.
지난달 14일은 서방의 제재 탓에 수리를 맡긴 가스관 터빈이 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스프롬이 독일행 가스 공급을 40% 줄인 날이다.
불가항력 선언은 기업 간 거래에서 천재지변 등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계약이행 의무를 면제받을 수 있는 계약 조항이다.
21일이 지나도 러시아가 독일에 가스를 공급하지 않아도 위약금 등 귀책을 회피할 법적 근거를 선언한 셈이다.
러시아는 이미 프랑스, 폴란드, 불가리아, 핀란드, 덴마크, 네덜란드 등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했고, 이탈리아행 천연가스 공급량도 줄였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화하는 행태를 보인다고 규탄하면서도 이러한 러시아의 전략이 가져올 경제적 타격에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에너지 소비가 최고에 달하는 겨울이 점점 가까워지면 천연가스 사재기 다툼이 벌어지면 러시아에 맞선 유럽의 결속이 깨지고 공급망 교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겨울에 유럽에서 에너지 배급제가 실시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이달 초에는 티에리 브르통 EU 에너지 위원이 독일을 방문하기도 했다. WSJ은 "EU 당국자들의 핵심 목표는 팬데믹 초기 일부 회원국이 의료기기와 보호복을 사재기했던 상황이 재연되지 않게 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최대 수입국이자 유럽으로 잇는 경유지인 독일은 이웃 국가에 대한 가스 수출량을 제한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며 안심시키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가 21일 독일행 천연가스 공급을 재개하지 않는다면 독일은 비상 상황을 선언하고 정부가 에너지 시장을 직접 통제할 수 있도록 한 '비상 법안'을 발효할 가능성이 있다고 WSJ은 전망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와 주요국 정상들은 내부적으로는 겨울철 사무실 실내온도를 19도 이하로 제한하는 등 에너지 절약에 힘쓰고, 대외적으로는 대체 공급선을 확대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럽은 겨울이 오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러시아산 에너지를 대체할만한 공급처를 찾아야 하는 처지다.
EU는 올해 말까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는 제재를 결정한데다, 천연가스는 러시아가 밸브를 쥐고 있어 언제라도 공급이 중단될 수 있어서다.
에너지 대체선을 찾는 데 유럽 각국의 정상이 직접 나선 것은 이번 사안이 유럽 각국에 그만큼 급박하다는 방증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등은 18일 아제르바이잔을 방문해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량을 2027년까지 지금의 갑절 수준인 연간 200억㎥까지 늘리기로 합의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같은 날 파리에서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과 회담한 뒤 에너지 협력 관련 합의문에 서명했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의회의 신임투표를 이틀 앞둔 긴박한 국내 정치 상황 속에서도 18일 아프리카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인 알제리를 찾아 천연가스 추가확보에 나섰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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