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바이잔, 유럽 가스 공급량 2배 확대 합의..러 '에너지 무기화' 대안될까
유럽연합(EU)이 아제르바이잔으로부터 공급받는 천연가스량을 2배 늘리기로 했다. 러시아의 가스 공급량 축소에 대한 대안으로 아제르바이잔을 택한 것이다.
EU 집행위원회 지도부는 18일(현지시간) 회원국들로 향하는 아제르바이잔산 연간 가스 공급량을 2027년까지 200억㎥로 늘리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EU는 대신 아제르바이잔과 재생에너지 전환 관련 기술을 공유하고 아제르바이잔의 각종 인프라를 구축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트위터에 “EU는 더욱 신뢰할 만한 에너지 공급 국가를 찾고 있으며, 아제르바이잔은 그 중 하나”라고 썼다. 이어 “오늘 합의로 우리는 아제르바이잔산 가스 공급량을 두배로 늘리고, 카스피해에서 유럽에 이르는 SGC(남부 가스 회랑)도 확장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앞서 EU 집행위는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가 계속되는 가운데 에너지 수입원을 다각화하는 것이 EU의 우선 과제”라며 이날 방문 이유를 설명했다. 러시아는 유럽국으로 향하는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1의 부품 결함 수리 등을 이유로 들며 공급량을 최근 몇주 새 60% 가까이 줄였다. 부품 수리가 끝난 이후에도 향후 서방의 대러 제재 강도가 높아지면 유럽국으로 공급을 아예 차단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러시아 정부는 이날 전쟁이나 자연 재해 등에 따른 불가항력으로 가스 공급 계약을 이행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다시 유럽국들에 으름장을 놨다.
이전부터 유럽국들은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에 아제르바이잔, 노르웨이 등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앞서 지난 3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들 러시아 이외 지역 가스관을 통한 유럽국 공급량이 연간 최대 100억㎥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제르바이잔의 천연가스 매장량은 1조3000억㎥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전체 생산량은 439억㎥로 이 중 189억㎥를 해외로 수출했으며, 유럽국들에는 82억㎥를 공급했다.
아제르바이잔의 가스 공급량 확대 약속에도 러시아산 가스를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터키 국영통신 아나돌루아잔스 등이 지적했다. 러시아의 유럽국 가스 공급량은 연간 1550억㎥로 집계된다. 아제르바이잔이 약속한 공급량의 7배가 넘는다. 아제르바이잔산 가스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시설 투자 합의도 남아 있다. EU가 남부 가스 회랑의 다른 축으로 꼽는 ‘아나톨리아 횡단 가스관(TANAP)’을 통한 연간 가스 공급 증가분도 최대 150억㎥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아제르바이잔의 가스관이 러시아 세력권 국가들을 지나간다는 것도 불안요소로 꼽힌다. 러시아의 압박과 위협에 이들 국가들을 경유하는 가스 공급이 차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TANAP는 아제르바이잔에서 구소련 국가인 조지아를 지나 터키를 거쳐 불가리아에 이른다. 아제르바이잔산 가스는 여기서 다시 ‘아드리아해 횡단 가스관(TAP)’를 통해 이탈리아로, 나부코 가스관을 통해 우크라이나 접경국인 루마니아와 헝가리·오스트리아로 흘러들어간다. 아제르바이잔은 구소련 국가인 아르메니아, 최근 러시아와 군사·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이란과도 국경을 맞대고 있다.
그리스와 불가리아는 러시아의 가스 공급 차단 우려에 양국을 직접 연결해 다른 유럽국으로 통하는 가스관인 ‘IGB’를 이달 초 완성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연간 최대 수송량(50억㎥)이 그리스 연간 가스 소비량(70억㎥)에도 못 미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
EU는 에너지 수요 자체를 줄이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카드리 심슨 EU 에너지 정책 담당 집행위원은 오는 20일 회원국 기업들에 에너지 사용량 축소 방안과 관련된 권고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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