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산 가스 끊기나..비상 걸린 유럽국가들 에너지 확보전 총력

노정연 기자 2022. 7. 19.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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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루민에 있는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기록적인 폭염으로 에너지 수요가 폭증한 가운데 러시아의 가스 공급이 중단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유럽 각국에 비상이 걸렸다. 주요국 정상들은 수입처 확보를 위해 외교전에 나섰고 유럽연합(EU)은 아제르바이잔산 가스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며 에너지 숨통 틔우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18일(현지시간) 알제리를 방문해 압델마지드 테분 대통령과 천연가스 공급량 확대를 포함한 에너지 협력에 합의했다. 이탈리아는 지난 4월 알제리와 2023∼2024년 천연가스 수입량을 90억㎥ 늘리는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석 달 만에 추가 물량 신규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으로 이탈리아는 알제리로부터 40억㎥의 가스를 추가 공급받게 된다. 이르면 다음 주부터 추가분이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러시아로부터 가스 공급량 감축을 통보받은 이탈리아는 알제리 가스 수입을 늘려 부족분을 보충한다는 계획이다. 이전까지 전체 천연가스 수입의 45%를 러시아에 의존하던 이탈리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대러시아 제재가 강화하고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자 대체 수입처를 찾아왔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AP연합뉴스

프랑스는 석유 공급선 확보를 위해 아랍에미리트(UAE)와 손을 잡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 이날 파리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에너지 협력 관련 합의문에 서명했다. UAE 정상이 프랑스를 방문한 것은 1991년 이후 처음이다.

양국은 수소, 신재생에너지, 원자력 분야의 포괄적 에너지 협력과 더불어 UAE에서 프랑스로 석유 및 천연가스 공급을 보장하기 위한 협정에 합의했다. AP통신은 이번 협정에 프랑스의 에너지 대기업인 토탈 에너지와 UAE 국영 석유회사 간 에너지 공급 협정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이날 아제르바이젠을 찾아 천연가스 수입량을 150% 늘리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집행위원회는 조지아와 튀르키예를 거쳐 그리스·이탈리아 등으로 연결되는 ‘남부 가스 통로’를 통해 2027년까지 연간 200억㎥ 규모의 아제르바이젠산 가스를 공급받는다는 계획이다. EU는 노르웨이산 가스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도 최대치까지 끌어 올리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과 18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에너지 협력 관련 합의문에 서명했다. 로이터연합뉴스

EU 정상들이 이처럼 동분서주하는 이유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고조되어 온 러시아발 ‘에너지 대란’의 경고음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이날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은 유럽에 공급하는 일부 천연가스에 대해 ‘불가항력 선언’을 하면서 가스 공급 중단 가능성을 시사했다. 불가항력 선언은 무역 거래 중 재난이나 전쟁 등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을 때 계약자가 계약 이행 의무를 면할 수 있는 조치다. 이는 러시아가 유럽에 천연가스 공급을 계속 제한하거나 끊을 수 있다는 의미로, 연간 가스 소비량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해 온 유럽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독일 에너지 기업인 알베에그룹(RWE AG)과 독일 최대 가스 수입업체 유니퍼 등 고객 최소 3곳 이상이 해당 서한을 받았고, 공급이 언제 재개될지 명시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이미 일부 유럽 국가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줄인 상태다. 가스프롬은 지난 11일부터 정기 점검을 이유로 유럽 내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노르트스트림1의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열흘간의 유지 보수 작업을 마치고 오는 21일 재가동을 예고한 상태지만, 이날 불가항력 선언으로 가스관을 계속 잠글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가 EU의 대러시아 제재에 따른 보복으로 에너지 무기화를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은 불볕더위로 몸살을 앓고 있는 유럽 각국의 에너지 위기를 고조시킬 전망이다. 최근 프랑스와 스페인 등 유럽 곳곳에서 연일 최고 기온이 40도를 넘어서며 유럽 전역에 에너지 수요가 폭증했다. 당초 유럽은 난방 수요가 높은 겨울철 가스 위기를 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폭염으로 냉방기 가동을 위한 천연가스 수요가 증가하면서 가스난이 더 빨리 도래할 가능성도 커졌다. CNN은 “40도를 웃도는 폭염이 이어지는 끔찍한 시기에 유럽에 가스 중단 위기가 닥쳤다”고 전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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