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금산분리 규제 손댄다..은행도 부동산·배달 진출 가능

전슬기 2022. 7. 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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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소유' 한정해 완화
전업주의 완화 부수업무 범위도 넓힐 예정
은행들, 부동산업·IT서비스 등 진출 희망
19일 정부가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소유에 한정해 금산분리 규제를 풀기로 했다. 인터넷전문은행 등장으로 아이티 업체와 금융이 결합하고 있는 가운데 기존 금융회사만 발이 묶여 있다는 지적에 규제를 완화하고 나선 것이다. 자료 사진 : 카카오뱅크 누리집

정부가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소유에 한정해 금산분리 규제를 풀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은행들의 비금융 자회사와 부수업무 범위가 확대돼 정보기술(IT)업, 부동산업, 배달업, 가상자산업 등의 진출이 가능해진다. 인터넷전문은행 등장으로 아이티 업체와 금융이 결합하고 있는 가운데 기존 금융회사만 발이 묶여 있다는 지적에 규제를 완화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 규제 완화는 필요하나 금산분리 근간까지 흔들어선 안 된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금융위원회는 19일 제1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열고 금융산업이 신기술과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36개 과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융산업에서도 방탄소년단(BTS)과 같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선도하는 플레이어가 출현할 수 있도록 새로운 장을 조성하겠다”며 “불가침의 성역없이 기존 규제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주요 과제로 금산분리 완화를 꼽았다. 금산분리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상대 업종을 소유·지배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의 금융회사 소유를 막는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 금지’가 중요한 규제로 다뤄지고 있다. 이에 김 위원장은 해당 규제는 그대로 두되, 반대로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소유하는 규제는 다소 풀어주기로 했다.

앞으로 은행들은 비금융 자회사를 다양하게 둘 수 있다. 현재 은행법은 은행의 자회사로 가능한 업종을 은행업감독규정(제49조)에 열거된 15개 금융 관련 분야로 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시중은행은 사용자 인터페이스(UI)·사용자 이용경험(UX) 디자인 회사와 부동산 업체,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 등의 인수를 희망하고 있지만, 규제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금융위는 은행들의 비금융 자회사 허용 범위를 넓혀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생활 서비스 업체, 비금융 아이티 서비스 업체 등을 자회사로 두면서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업주의 규제도 완화한다. 현 금융업법은 금융회사의 업무 범위를 고유업무, 부수업무로 구분하고 있다. 부수업무는 은행업무와 연관성이 존재하는 경우만 허용된다. 연관성이 없을 경우에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아야 한다. 은행들은 금융위가 부수업무 규제를 풀 경우 음식배달중개 플랫폼, 가상자산 등의 업무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가 이날 금산분리 완화를 꺼내 든 것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겪고 있다는 기존 금융회사들의 불만 때문이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등장으로 아이티 업체가 금융업에 진출하면서 은행들의 영역을 위협하고 있다. 은행들은 자신들도 비금융 사업을 활발하게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구해왔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경영학)는 <한겨레>에 “플랫폼 기반 경제가 등장하면서 아이티가 금융으로 들어오고 있는데, 기존 금융자본은 금산분리로 아이티와 적극적으로 결합하지 못하면서 침식되고 있다”며 “금융자본이 스스로 진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아이티 업계와 경쟁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비금융 진출은 금융자본이 벤처 생태계로 흘러들어가 발전을 돕는 이점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문재인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 규제 혁신을 추진한 것도 4차산업 육성을 위해서였다.

은행들은 규제 완화에 따라 신산업을 모색하겠다는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위가 개선 과제에 은행업계 요구를 많이 수용한 것 같다”며 “은행들이 가상자산, 데이터 비즈니스 등으로 사업 확장을 고민할 것이며, 빅테크와는 물론 기존 금융회사 간 경쟁이 가속화할 것 같다”고 밝혔다.

금산분리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규제인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당부도 나온다. 금융위는 대기업의 금융회사 소유 등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 금지 규제는 손대지 않았다. 이날 회의에서는 산업자본의 은행 주식 소유 규제는 장기과제로 검토해야 한다는 얘기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소유에 대해서만 일부 규제를 완화할 방침인데, 이것도 자칫하면 금산분리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진방 인하대 교수(경제학)는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지배하는 것에 우려를 많이 해왔는데, 이번에는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진출을 허용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대해 일정 부분 규제를 풀어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지만, 금융기관은 경제 내 자금을 배분하는 동시에 공적 역할도 가지고 있으므로 다른 업무를 했을 때 왜곡이 일어날 수 있는 부분은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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