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飛上' 했는데..비상 선언한 의류업계
글로벌 경기악화에 소비침체 우려
물가 올라 의류가격 상승도 불가피
LF·신세계인터 등 재고 점차 늘어
한섬, 매주 생산량 논의 선제 대응
2년 여의 기다림 끝에 엔데믹 효과를 누리고 있는 패션업체들이 기대 이상의 실적 예고에도 좀처럼 웃지 못하고 있다. 거리 두기 해제와 골프 특수 등에 힘입어 올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이 기대되고 있지만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소비 위축 가능성이 큰 탓에 섣불리 공격적 행보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패션 트렌드 변화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는 점 역시 패션 업체들이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에 관련 업체들은 과거와 달리 한 달 단위로 신제품을 기획·생산하고, 인기가 없는 라인은 과감히 정리하는 등 험난한 파고를 넘기 위한 준비에 벌써 돌입했다.
19일 증권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과 LF,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오롱FnC 등 국내 패션 기업들은 올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LF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314억 원, 59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 15% 증가한 규모다. 신세계인터내셔날과 한섬도 올 분기 매출이 각각 350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MLB와 디스커버리 등을 전개하는 F&F도 중국 봉쇄 여파에도 불구하고 내수 호조에 힘입어 전년 대비 80% 정도 증가한 3500억 원 대의 매출을 낼 것으로 예측됐다.
앞서 국내 패션 기업들은 올 1분기 '보복 소비' 심리 효과로 코로나19 사태 이전을 넘는 호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한 패션 업계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효과가 4월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된 데다, 3년 만에 돌아온 휴가철을 위한 의류 소비량이 큰 폭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봄과 여름 시즌에 걸쳐 있는 6월은 전통적인 패션 비수기로 꼽혔지만 올해는 이런 공식이 깨졌다. 보브·지컷·스튜디오 톰보이 등 여성복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15% 이상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 최대 실적인 2019년 6월 매출신장률인 6.3%를 두 배 이상 뛰어넘는 수치다.
20~30대 소비층에서 '신(新)명품'으로 불리는 해외 패션도 여전히 견고한 성장세를 보였다. 삼성물산 패션이 공식 수입하는 프랑스 디자이너 브랜드 '아미'의 올 1~5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0% 이상 증가했다. 올리비아로렌·웰메이드 등 패션 가두점이 중심인 세정그룹의 올 상반기 매출도 20% 늘었다. 코오롱FnC는 아웃도어 비수기를 골프웨어 브랜드 '지포어'와 '왁', 가방 브랜드 '쿠론' 등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사상 최대 실적 예고에도 패션 업체들은 하반기 진입과 함께 비상경영체제에 이미 돌입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위기가 들이닥치면서 영업 환경이 앞으로 혹독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먼저 글로벌 경기 악화에 따른 소비 침체가 가장 큰 우려로 꼽힌다. 각종 인플레이션에 주머니 사정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의류 소비를 줄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의복 등 준내구재 판매는 전월 대비 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싼 값에 의류를 팔 수도 없는 상황이다. 각종 원부자재 값이 오르면서 수익 보전을 위한 의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올해 국제 면화 가격은 전년 대비 40% 오른 상태다. 또 패션 업체들이 올겨울 판매할 패딩의 원부자재 매입을 시작한 지난해 11월 중국산 회색 오리털(80%)의 ㎏ 당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50% 오른 48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회색 거위털 가격도 60달러에서 75달러로 25% 상승했다. 유통 업계는 올해 겨울 패딩 점퍼 가격이 10~20% 가량 인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가격 인상 시 구매 저항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이월 상품 판매를 늘리는 등 업체와 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는 줄었지만 가격은 오르면서 패션 업체들의 재고도 조금씩 쌓이고 있다. LF의 올 1분기 재고자산은 3443억 원으로 3138억 원이었던 지난해 말보다 10% 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F&F와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재고자산 규모가 4~5% 늘었다. 국내 패션 대기업 중에서는 유일하게 한섬만 재고자산이 소폭 줄었다. 한섬은 매주 생산회의를 열고 소진율과 기상 예측 등을 감안해 추가 생산에 돌입하는 '반응 생산' 방식으로 재고를 낮추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과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수입 패션 비중이 높은 업체들은 계약 방식을 기존 '소품종 다량판매'에서 '다품종 소량판매'로 변경하는 등 탄력적인 재고 관리를 위해 나서고 있다.
신미진 기자 mjshi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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