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大 정원 증원 여지에 지방대 "땜질식 처방" 반발

서한샘 기자,양새롬 기자 2022. 7. 19.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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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대 입학정원 총량 가운데 8000명 여유분으로 활용 계획
지방대 "학령인구 감소 외면한 채 법만 피해..지방 타격 생겨"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반도체 관련 인재양성 방안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2.7.19/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양새롬 기자 = 정부가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한 한 방안으로 정원 증원 계획을 내놓은 가운데 수도권 대학에도 정원을 늘릴 여지를 남겨 놨다. 수도권 대학 정원 증원을 반대해왔던 지역소재 대학의 반발이 불가피해 보인다.

19일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와 합동 브리핑을 열고 '반도체 관련 인재양성 방안'을 발표했다.

2031년까지 산업 수요에 맞춰 반도체 인재를 15만명 양성한다는 내용이 주 골자다. 이 가운데 반도체 등 첨단분야 관련 정원을 5702명 늘려 2031년까지 4만5000명을 확보하기로 했다. 학부생 정원 증원 규모는 2000명 수준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대학 정원 증원을 제약해왔던 '4대 요건(교사·교지·교원·수익용 기본재산)'을 완화할 계획이다. 교원확보율만 100% 충족하면 첨단산업 학과에 한해 정원을 늘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난 6월 대학원 첨단학과 정원에 대해 4대 요건 기준을 완화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특히 관심을 모으는 대목은 수도권 대학에서 늘어날 정원 규모다. "수도권, 지방을 구분하지 않고 반도체 인재양성 의지와 역량이 있는 대학을 구분 없이 정부가 집중 지원하겠다"(김일수 고등교육정책실장)는 게 교육부의 기본 방향이기 때문이다.

현재 수도권 대학 정원은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묶여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수도권 소재 대학을 인구유발 시설로 지정, 1999년부터 입학정원 총량을 11만7145명으로 유지해왔다. 2015년 이후 학령인구 감소 대비 대학구조조정으로 1만2000명을 줄이고, 반대로 2021년에는 이를 활용해 첨단학과 정원을 4000명 늘렸다. 증감분으로 따져보면 입학정원 총량으로는 아직 8000명 정도의 여유분이 있는 셈이다.

정부는 해당 여유분을 활용해 별도의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 없이 수도권 대학도 정원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교육부 사전 수요조사 결과상 수도권 대학의 정원 증원 규모는 1300명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지난 6월 말 전국 40개 대학을 표집해 실시한 정원 증원 수요를 조사한 결과 수도권 대학 14개교는 학부생 1266명, 지역소재 대학 13개교는 611명을 늘릴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다만 이에 대해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다시 대학과 협의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예단해서 수도권 대학 1300명 증원이라고 답을 드리기는 어렵다"며 "1차적으로 의향을 물은 데이터라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에서 주요 제조 공정과 반도체 실습 교육 현황 등을 살펴보고 있다. (교육부 제공) /뉴스1

수도권 대학 증원 가능성이 커진 만큼 지역소재 대학의 반발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비수도권대 7개 권역 대학총장협의회 연합(총장협의회 연합)은 인재양성 방안 마련 단계에서 수도권 대학 증원이 거론되자 줄곧 이를 비판해왔다.

수도권 대학의 정원 총량을 늘릴 경우 그 증원 부분만큼 지역소재 대학으로 갈 인재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위기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 총장협의회 연합은 수도권 제외 9개 광역지자체에 속한 국·공·사립대 10여곳을 선정해 반도체 인재를 양성하는 등의 안을 제안했으나 이같은 내용은 인재양성 방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총장협의회 연합회장인 이우종 청운대 총장은 뉴스1과 통화에서 "정부의 이번 방안은 수도권정비법을 피해가는 '땜질식 처방'이라고 본다"며 "인재양성 방안 발표 이후 회의를 통해 대응 방안을 논의해보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 총장은 이어 "수도권 대학에서 반도체 인력을 증원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학령인구 감소 상황에서 다른 구조조정을 통해 전체 감소 추세를 유지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지역소재 대학이 7~8년간 정원을 감축해왔던 것처럼 수도권 대학도 이를 감내해야 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 역시 "수도권에서 늘어나는 인원이 몇 명이든 정원이 느는 순간 지방은 무조건 타격을 받는 구조"라며 "균형 발전을 생각한다면 1순위는 무조건 지방으로 해주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를 인식해 '지방대 달래기'를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지역소재 대학이 얼마나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현재 정부가 검토 중인 방안으로는 반도체특성화대학 지정 시 비수도권 대학에 수도권 대학 재정지원 규모의 2배 정도 투입하는 안을 비롯해 권역별 반도체공동연구소 구축, 지역소재 대학 발전 특별협의체 가동 등이다.

김일수 고등교육정책실장은 "수도권, 지방을 구분하지 않고 반도체 인재양성 의지와 역량이 있는 대학을 구분 없이 정부가 집중 지원하겠다는 게 기본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sae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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