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닛·에이프릴 흥행 실패..하단보다 낮은 공모가 바이오잔혹사 언제까지

박미리 기자 2022. 7. 19.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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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장 6곳, 1곳 빼고 공모가 희망 최하단 같거나 낮아"비상장 바이오사 기업가치 지나친 고평가, 현실화 중"

바이오·헬스케어 기업들이 올해 공모시장에서 잇따라 흥행에 실패했다. 공모가가 원하던 최소 가격보다도 20~30% 낮은 수준에서 결정됐다. 비상장 시장에서 지나치게 높게 설정된 기업가치가 현실화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최근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이 주식시장에서 다시 주목을 받는만큼 분위기는 다시 반전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에 신뢰할 수 있는 '성과'를 강조한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 상장한 바이오·헬스케어 기업 4곳 중 공모가가 '공모가 희망범위' 상단으로 결정된 곳은 바이오에프디엔씨 뿐이다. 애드바이오텍(1월)과 보로노이(6월)는 각각 희망범위 하단인 7000원과 4만원, 노을(3월)은 희망범위 하단보다 23% 낮은 1만원에 공모가가 확정됐다. 사정은 최근 공모가가 확정돼 이달 상장을 앞둔 루닛, 에이프릴바이오도 마찬가지다. 각각 공모가가 희망범위 하단보다 32%, 20% 낮은 3만원, 1만6000원에 결정됐다.


작년까지만 해도 볼 수 없던 광경이다. 지난해 상장한 11개 바이오·헬스케어 기업 중 연말께 상장한 차백신연구소(10월), 지니너스(11월)를 제외하고 9곳 공모가가 희망범위 최상단이거나 최상단을 뛰어넘었다. 시장 내 유동성이 풍부했고 코로나19(COVID-19)가 발발하면서 치료제, 백신, 진단키트 등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 관심이 몰렸던 영향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세는 국내 증시침체와 맞물려 주요 바이오·헬스케어사 주가가 급락하면서 오래가지 못했다. 상장사 주가가 낮은 상황에선 공모시장 기업에 투자할 유인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이달까지 올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업 34곳(상장예정 포함) 중 공모가가 희망범위 최하단이거나 최하단에도 못미친 경우가 9곳, 이중 5곳이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이었다. 최근 전반적인 공모시장 침체 영향이 없다곤 할 수 없으나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에 보다 두드러진 모습이다.

비상장 바이오·헬스케어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높게 설정된 점도 최근 흥행 실패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자산운용사 한 임원은 "상장 바이오사는 주가지수가 하락하면서 많은 조정을 받았으나 비상장 바이오사는 유동성이 실시간 반영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비싼 상태"라며 "비슷한 파이프라인을 가진 상장사 가치가 2000억원인데 비상장사는 5000억원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상황은 상장시장에 오면서 가치가 현실화되고 유동성 환경도 작년만큼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바이오·헬스케어 공모에 어두운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코로나19가 재유행하면서 바이오사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선 7월 이후 주가상승률 상위권을 바이오사가 장악했을 정도다. 앞선 임원도 "불황기에는 바이오·헬스케어 섹터가 각광을 받는다"며 "미국도 올 5~7월 바이오·헬스케어 섹터가 올랐다"고 했다. 흥국증권에 따르면 신규 상장시장은 '주가수익률 최대 기록→공모주 펀드 설정액 확대→연간 공모확정가 강세→주가수익률 하락→공모주 펀드 설정액 축소→공모확정가 약세' 흐름을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에 요구되는 것은 눈높이를 낮추고,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대로 된 '성과'를 만들어가는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구영권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바이오·헬스케어 부문 대표는 "미국에서 얼마나 좋은 임상 성과를 내느냐가 바이오벤처의 성공, 실패를 결정짓는 단초"라며 "쉽진 않겠지만 미국 제약사나 바이오텍들과 협력하고 미국 내에서 자금 수혈이나 지분 공유를 추진하는 등 활동을 전개해 미국에서 승부를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는 "올해 초 에이비엘바이오의 기술이전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글로벌 기업들은 한국의 바이오기업에 대해 매우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언제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머지않아 바이오기업이 시장에서 주목받을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대한민국 바이오 기업의 기술과 개발능력에 대해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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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리 기자 mil0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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