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ESA 레이더 등 KF-21에 국산기술 탑재..공중발사순항미사일도
전략무기 ALCM도 자체 개발 추진..폭탄 10종 장착해 F-35A보다 무장 뛰어나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한국에 조건부 KF-X 4개 기술이전은 어렵다."
2015년 10월 미국이 한국형 전투기(KF-X) 핵심기술 이전을 요청하는 우리 정부에 내놓은 답변이었다.
당시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이 미국으로 건너가서 직접 요청했음에도 미국 입장은 완강했다.
애슈턴 카터 전 미국 국방장관은 제47차 한미안보협의회(SCM)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법에 의하면 우리가 한국 측에 특정 기술을 이전하는 데 제한이 될 수밖에 없다"고 한국의 요청을 거절했다.
미측의 핵심기술 이전 거부로 '전투기의 눈'에 해당하는 레이더 등 핵심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장차 한국형 전투기가 '눈먼 독수리'가 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쏟아졌다.
이들 핵심 기술은 AESA(능동위상배열) 레이더, IRST(적외선탐색 추적장비), EO TGP(전자광학 표적추적장비), RF 재머(전자파 방해장비)였다.
미국 정부가 제3국 유출을 철저히 감시할 정도여서 국내에서 이들 장비 개발이 어렵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당시 정부는 직접 개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도전에 나섰다.
이 가운데 개발이 가장 까다롭다던 AESA 레이더는 한화시스템이 시제를 만들었고 2020년 8월 시제품 납품이 이뤄졌다. 국산화율 89%에 달하는 등 KF-21 곳곳에 국내 기술진 손길이 스며들었다.
'전투기의 눈' AESA 레이더…1천여 개 모듈로 독립적 송수신
AESA 레이더는 능동전자주사식 위상배열 레이더를 뜻한다. 안테나가 레이더 각도를 전자적으로 자유롭게 조절하면서 주사함으로써 공대공·공대지·공대해 표적 여러 개를 동시에 탐지·추적한다.
레이더 각도를 전자적으로 자유롭게 조절한다는 점에서 기계식 조절 구동이 필요하던 종래의 레이더와 차이가 난다. 조절에 필요한 기계 부분이 없어지는 만큼 무게나 부피에서도 확연히 유리하다.
레이더 전면부에 1천여 개의 소형 통합 모듈을 장착하는데 이들 모듈은 각기 송신과 수신이 모두 가능하며 독립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모듈들이 각기 다른 주파수를 만들어 송신할 수 있으므로 적의 전파 방해에 대처 능력이 뛰어나다.
종래의 비능동형 전자주사식 위상배열(PESA) 레이더는 전파 발생기가 한 개만 있고 이 발생기에서 나오는 전파를 각각의 송신기로 방사하는 식이어서 적이 단일한 주파수의 해당 전파를 역추적하기도 쉬웠다.
하지만 AESA 레이더는 임의의 주파수를 가진 여러 전파를 개별 모듈이 송신하는 방식이므로 레이더 추적에 잡힐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지는 장점이 있다.
AESA 레이더는 2016년 8월 한화시스템이 개발에 착수해 양산 1호기 기준으로 국산화율 89%를 달성했다.
애초 미국, 유럽, 이스라엘, 중국, 일본 등 일부 선진국만 보유한 첨단 AESA 레이더를 해외 기술 이전 없이 국내 기술로만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우려가 팽배했다고 한다.
하지만 개발 착수 4년 만인 2020년 8월 세계 12번째로 AESA 레이더 개발에 성공하며 한국은 레이더 강국 반열에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개발 과정에서 전투기용 레이더는 지상 고정 레이더와 달리 플랫폼이 계속 움직이고 극한의 환경에 처하는 만큼 지상에서 전투기 이동을 모의할 수 있는 시험 장비까지 제작했다고 한다.
특히 강력한 탐지 전파를 발생시킬 수 있는 질화갈륨(GaN) 기반 소재를 적용해 크기는 더 작아지고 출력은 더 높아졌으며 발열량도 낮출 수 있게 됐다.
IRST·EO TGP·EW Suite에 공중발사순항미사일까지
적외선 탐색 추적 장비(IRST)는 적외선 센서를 이용해 원거리 공대공 표적을 탐지·추적하는 장비다.
적외선 센서 사용은 곧 전자파 신호의 방출이 없다는 것이므로 역추적 당할 우려가 있는 레이더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스텔스 기능을 향상해 전투기 생존 가능성을 높인다는 뜻이 된다.
원거리 대공 표적 탐지에 적합한 원적외선(LWIR) 검출기를 적용함으로써 대공 표적에 대한 가시거리 밖 거리(Beyond Visual Range) 탐지 성능을 보유했다.
전자광학 표적 추적 장비(EO TGP)는 '전자광학 기술의 꽃'이라 불린다. 지상 표적을 주야간 구분 없이 탐지 및 추적하고 레이저 조사, 무장 유도, 표적 식별 등 조종사의 임무 수행을 지원한다.
적외선 카메라, 주간 카메라, 레이저 센서를 가느다란 한 묶음으로 만들어 전투기 하부에 장착한다. 가시광선도 사용하기 때문에 레이더와 달리 방해전파의 교란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IRST와 EO TGP도 2016년 10월부터 한화시스템이 개발에 착수해서 국산화를 달성했다.
AESA 레이더와 IRST, EO TGP가 적을 찾아내는 목적이라면 통합 전자전체계(EW Suite)는 KF-21을 위협하는 적의 레이더를 조기에 탐지 및 분석하고 공격을 막기 위한 전자전 장비다.
적 레이더를 방해하기 위한 전파를 방사하는 RF 재머와 함께 채프 및 플레어를 살포하는 체계가 여기에 포함된다. LIG넥스원이 개발해 2020년 11월 시제품을 납품했다.
KF-21 무기체계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공중발사순항미사일(ALCM)이다. ALCM은 적의 대공 위협지역 바깥의 원거리에서 표적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이다.
적이 발사 원점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과 같은 전략 무기로 꼽힌다. 유사시 대북 억지력 확보 수단이 될 수 있다.
KF-21은 공대지 무기로 폭탄 10종을 장착할 예정이며 여기에 ALCM까지 달리면 공군의 최신 스텔스 전투기 F-35A보다 무장 측면에서 월등해진다.
ALCM은 최근 방위사업청의 사업추진전략이 승인돼 개발 착수 작업이 준비 중인 단계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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