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TBS 시예산 폐지 조례'에..방송장악 저지·내부 개혁 '투트랙'

최성진 2022. 7. 19.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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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피디 협회 등 5개 직능단체 어제 공동성명
TBS 양대 노조도 '정상화' 연대투쟁 손잡아
'김어준 뉴스공장' 정파성 논란 등 내부개혁 의견도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티비에스>(TBS) 사옥. 티비에스 제공

‘서울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이하 ‘티비에스 지원 폐지 조례안’)이 서울시의회에 발의된 가운데, 티비에스 기자협회 등이 이를 “지역 공영방송을 길들이려는 폭력적 협박”으로 규정하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티비에스 노동조합 두 곳도 국민의힘이 낸 티비에스 지원 폐지 조례안에 반발하며 연대투쟁을 선언한 상태다. 다만 이번 기회에 티비에스 스스로 지역 공영방송의 책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전면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는 지적도 티비에스 안팎에서 나온다.

■  “TBS 압박, 공영방송 장악의 서막”

티비에스 기자협회와 피디협회·방송기술인협회, 한국방송촬영인연합회 티비에스지부, 한국아나운서연합회 티비에스협회 등 5개 직능단체는 18일 공동 성명을 통해 “티비에스 지원 폐지 조례안은 11대 서울시의회의 가장 반민주적이고 폭력적인 행보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지난 4일 서울시의회에 티비에스 지원에 관한 기존 조례를 폐지하는 내용의 조례를 발의한 바 있다. 지금껏 서울시는 기존 조례를 근거로 출연기관인 티비에스에 해마다 300억원 남짓 출연금을 내왔는데, 그 근거를 없애겠다는 취지다. 서울시 출연금은 티비에스 전체 예산의 70% 규모다.

이들 직능단체는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티비에스, 김어준씨 같은 분이 편파적으로 운영’ 발언(15일)에 대해선 “티비에스 압박은 공영방송 장악의 서막”이라며 “서울시 등이 티비에스를 없애 버리고, 이를 바탕으로 정부·여당이 케이비에스(KBS)와 엠비시(MBC)를 압박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티비에스 노동조합(1노조)과 전국언론노동조합 티비에스지부 등 노동조합 두 곳도 14일 “지원 폐지 조례 발의는 언론의 자유와 티비에스 구성원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비이성적 폭거”라며 티비에스 정상화를 위한 연대투쟁을 선언했다. 6·1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의회 다수 의석을 확보한 국민의힘이 지원 폐지 조례를 발의하는 등 티비에스를 압박하는 상황에서도, 구체적 입장 표명을 자제해온 티비에스 구성원 사이에서 여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모양새다.

이정환 티비에스 노동조합(1노조) 위원장과 조정훈 전국언론노동조합 티비에스지부장이 14일 티비에스 정상화를 위한 연대투쟁을 선언했다. 티비에스 노동조합 제공

■  ‘내부 개혁 필요’ 안팎 지적도

여당의 압박에 대한 대응과 별도로, 티비에스가 그간 지역 공영방송으로서의 책무를 제대로 이행해 왔는지를 점검하고 공정성 시비를 줄일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안팎의 쓴소리도 적지 않다.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협력실장은 국민의힘이 낸 티비에스 지원 폐지 조례안을 두고 “(국민의힘이 내세우는) ‘디지털 플랫폼 미디어 환경, 교통방송 기능 불필요’ 등은 방송사항 변경에 해당하는 것으로 출연기관 폐지의 사유가 될 수는 없다. 지역 공영방송에 대한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의 이해가 부족하다”면서도 티비에스 내부의 책임을 함께 지적했다.

김 실장은 14일 언론노조가 주최한 ‘티비에스의 공적 책무와 정치적 독립성’ 토론회에서 “티비에스가 지금까지 중앙정치 중심의 시사교양 프로그램에 더 무게를 실어왔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티비에스가 추구해야 할 지역 저널리즘에 적합한지 전면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티비에스 내부 개혁을 위해 필요하다면 ‘<김어준의 뉴스공장> 폐지’도 선택지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정훈 언론노조 티비에스 지부장도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전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서울시의회의 언론탄압에 대해서는 앞으로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면서도 “티비에스 특정 프로그램에 대한 공정성 시비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우리 스스로도 좀 더 치열하게 점검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또 “지금이라도 공정성 확보를 위한 해법 등을 두고 다양한 경로를 열어두고 대화에 나설 계획”이라고도 덧붙였다.

한편 티비에스 노동조합 두 곳이 ‘최근 사태에 대한 향후 투쟁 방향’ 등을 두고 벌인 조합원 투표에서 과반이 넘는 응답자가 ‘대표이사 사퇴 요구’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티비에스에 대한 서울시 지원이 중단될 위기에서 이강택 대표이사 등 경영진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 의견으로 풀이된다.

조합원 투표 결과를 구체적으로 살피면, 언론노조 티비에스지부의 13일 투표에서는 투표에 참여한 64명(전체 조합원 92명) 중 40명(62.5%)이 ‘언론 탄압 프레임으로 투쟁하는 동시에 이 대표 사퇴 요구’ 방안을 선택했다. 앞서 진행된 1노조의 투표에서는 응답자(139명)의 78.4%(109명)가 사퇴 요구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협력실장이 지난 14일 발표한 ‘지역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와 정치적 독립성’ 발제문.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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