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찰특공대 규정 입수.."규정 없는 어민 호송, 누구 지시인지 밝혀야"
안대를 쓰고 포승줄에 묶인 남성이 판문점 자유의집 회의실에 앉아있습니다. 손목은 검은색 대형 케이블 타이로 포박돼 있습니다. 대형 케이블 타이는 주로 군에서 테러범 등을 진압할 때 쓰이는 도구입니다. 통일부가 어제(18일) 공개한 2019년 11월 7일 북송 당시 영상에 담긴 탈북 어민들의 모습입니다.
당시 이들을 호송한 건 통일부가 아닌 경찰특공대원입니다. 영상에는 사복 차림의 경찰특공대원 8명이 북송에 저항하는 어민의 양팔을 붙들고 군사분계선으로 끌고 가는 장면도 담겨 있습니다.
통상 북한 주민을 송환할 때는 통일부나 적십자 직원이 나섭니다. 통일부는 경찰특공대원이 판문점까지 호송을 담당하게 된 배경에 대해 "당시 국가안보실이 주도한 관계부처 협의에서 송환 절차가 결정됐다"고만 설명했습니다. 국가안보실의 지시가 있었다는 걸로 풀이됩니다. 국가안보실이 경찰청에 전화를 걸어 이런 지시를 내렸단 주장도 나왔습니다.
요청만 있으면 경찰특공대가 이들을 호송하는 건 문제가 없는 건지 경찰특공대 운영 규칙 임무조항을 입수해 확인해봤습니다.
경찰특공대 운영 규칙 제6조에는 수행할 수 있는 임무의 범위가 9개 항목으로 나뉘어 명확하게 규정돼 있습니다.
〈제6조 (임무) 특공대는 다음 각 호의 임무를 수행한다.〉
1. 테러사건에 대한 무력진압 작전
2. 테러사건과 관련한 폭발물의 탐색 및 처리
3. 요인경호 및 국가중요행사의 안전 활동에 대한 지원
4. 테러사건의 예방 및 저지활동
5. 인질, 총기·폭발물 사용 등으로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현저한 중요범죄의 예방 및 진압
6. 일반 경찰력으로는 제지·진압 등이 현저히 곤란한 집단적인 폭행·협박·손괴 또는 시설 불법점거·난동사건의 진압
7. 각종 재해·재난 등 긴급 상황 발생 시 인명구조
8. 「경찰 대테러활동 규칙」에 따른 경찰청 및 시·도경찰청 「테러대책협의회」 결정사항
9. 그 밖에 제1호부터 제8호까지의 사항에 준하는 중요사건의 해결을 위해 시·도경찰청장이 지정하는 업무
각 조항을 보면 특공대의 임무 범위는 주로 대테러 업무와 중요범죄 예방 업무에 한정돼 있습니다. 민간인인 탈북 어민을 호송하는 업무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 규정 위반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탈북 어민들에게 안대를 씌우고 케이블 타이로 손목을 결박한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습니다. 현행법은 체포 또는 구속된 사람에게 보호 장비를 사용하는 것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주로 교정시설 밖으로 이송할 때, 도주나 자해의 위험이 큰 때에 보호장비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형의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엔 수갑, 머리 보호장비, 발목 보호장비, 보호대, 보호의자, 포승 등 모두 8가지가 보호장비로 명시돼 있습니다. 안대나 얼굴가리개는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 관계자는 “안대를 씌우고 케이블 타이로 결박한 건 경찰이 한 게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경찰특공대가 도착했을 당시 탈북 어민들이 안대를 쓰고 있었단 겁니다. 또 경찰특공대 업무가 맞는지에 대해선 “그 당시에 매우 제한된 정보가 경찰에 제공된 걸로 보인다”면서 “일반조항인 특공대 규칙 6조 9호에 근거해서 그 당시 요건에 맞는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논란의 여지는 있을 수 있지만 규정 위반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국민의힘 '국가안보문란TF' 소속인 서범수 의원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서 의원은 경찰 출신으로 경기북부지방청장과 경찰대학장 등을 지냈습니다.
서 의원은 "(탈북 어민 호송은) 경찰특공대 운영 규칙에 없는 것"이라면서 "당시 경찰특공대는 호송되는 사람이 누구인지, 임무도 모른 채 서울 모처에 있던 북한 어민들을 판문점까지 이송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 어민 송환은 테러 사건이나 인질, 집단 폭행 같이 1~8호로 규정한 일이 아니”라면서 "시·도경찰청장이 업무를 지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경찰특공대 운영규칙상 9호가 적용되려면 1~8호 사항에 준하는 중요 사건이어야 하는데 탈북 어민 북송 사건은 그런 사건이 아니란 겁니다.
서 의원은 탈북 어민들을 포승줄로 묶고 안대를 씌운 것 등과 관련해서도 확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서 의원은 "테러범 체포 장비를 씌운 것 자체도 문제가 있지만 이런 행위를 누가 지시했는지, 청와대 안보실인지 국정원인지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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