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선택 801명, '심리 부검' 해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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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왜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과정을 추적하는 일은 남겨진 사람들과 사회를 위해 필요한 일인데요.
실제로 유족의 진술과 기록을 통해 극단적 선택을 한 사망자의 자살 원인을 알아가는 '심리 부검' 제도가 있습니다.
죽음에 대해 언급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말을 하지 않는 경우엔 식사를 잘 못 하거나 잠을 잘 못 자는 등의 행동 변화, 그리고 감정 상태의 변화가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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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선택한 801명, '심리 부검' 해봤더니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왜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과정을 추적하는 일은 남겨진 사람들과 사회를 위해 필요한 일인데요.
실제로 유족의 진술과 기록을 통해 극단적 선택을 한 사망자의 자살 원인을 알아가는 '심리 부검' 제도가 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자살사망으로 확정된 성인의 가족, 친구 등이 면담 대상으로, 지난 2015년부터 시행하고 있는데요.
보건복지부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과 함께 최근 7년 동안 스스로 세상을 등진 801명의 유족 952명을 대상으로 심리부검을 진행했고, 그 결과를 오늘 발표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다음으로 가장 많이 찾은 곳은?
극단적 선택은 특히 중년층과 장년층에서 많이 일어났습니다.
이들 10명 가운데 1명 꼴로 숨지기 3개월 전, 정신건강의학과 외에 자주 방문한 곳이 있었는데요.
바로 금융기관이었습니다.
경제적 문제가 삶을 짓눌렀던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생을 저버려야겠다고 결심하게 한 요인을 사실 하나만 집어 이야기 할 순 없습니다.
자살을 택한 사람들은 평균 3.1개의 충격적인 사건을 동시에 경험했다고 합니다.
주로 부모·자녀 등 가족관계 문제와 부채·수입 감소 등 경제 문제가 있었고, 실직·대인관계 등 직업 스트레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경제적인 요인이 가장 컸던 것 같습니다.
사망 당시 경제 상태를 살펴보면, 소득이 전혀 없거나 월평균 소득이 100만 원 미만인 저소득층 비율이 40.8%였고, 약 50%가 빚을 갖고 있었습니다.
'사회적 질병'...코로나가 부추긴 죽음
코로나는 신체적 질병뿐 아니라 사회적 질병이기도 합니다.
2020년 1월 이후 자살사망자 132명 가운데 29명이 코로나에 직·간접인 영향을 받아 극단적 선택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인한 실직, 폐업, 부채 증가 등 경제적 상황 변화와 활동 제한 등이 이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29명 가운데 23명은 경제 스트레스를 경험했는데, 이 가운데 10명은 부채, 8명은 미래의 경제적 상태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했습니다.
코로나가 발생하기 직전인 지난 2019년 카페를 창업한 한 20대는 반복된 거리두기 조치로 매출이 급감하고, 임대료와 대출 이자 등을 감당하지 못해 우울증에 빠졌습니다. 정신과 치료도 받았지만, 결국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사업부진이나 실패를 겪은 사람은 9명이었는데, 대부분 관광·문화·교육 산업 종사자였습니다.
'죽음의 신호'를 살펴봐주세요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이들의 94%는 죽기 전, 나름의 신호를 보낸다고 합니다.
죽음에 대해 언급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말을 하지 않는 경우엔 식사를 잘 못 하거나 잠을 잘 못 자는 등의 행동 변화, 그리고 감정 상태의 변화가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를 주변 사람들이 인지한 경우는 20%가량에 불과했습니다.
남겨진 사람들의 고통
남겨진 사람들은 자책에 빠지기 쉽습니다.
유족 10명 중 7명은 자신들을 향해 비난의 화살이 날아올까봐, 고인이 스스로 죽음을 택했단 사실을 알리지도 못했다고 합니다.
유족 83.3%는 우울을 경험했고, 이 가운데 60.9%는 중증도 이상의 우울 호소했습니다.
충격적인 건, 10명 중 6명의 유족이 죽음을 생각했다는 겁니다.
이번 심리부검 대상 자살사망자의 43%는 기존에 다른 가족이나 지인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경우였다고 합니다.
유족들의 심리 지원이 시급한 이유입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정혜인 기자 (hi@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2/society/article/6389777_3567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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