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리가 초안 물렸다지만"..'반도체發' 수도권대학 쏠림 우려
정부가 19일 발표한 '반도체 인재 양성 방안'의 핵심은 정원 확대다. 반도체 등 첨단분야에 한해 대학 정원 규제를 풀어 인재를 길러낸다는게 주요 골자다. 이 과정에서 검토했던 수도권 대학의 '특혜'는 최종안에 담기지 않았다. 지방 대학을 포함한 비수도권의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수도권 대학 쏠림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는다.
관계부처에 따르면 대학 정원 규제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그 중 하나는 '대학설립·운영 규정'이다. 모든 대학들은 규정에서 정한대로 교사, 교지, 교원, 수익용기본재산 등 이른바 '4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정원을 늘릴 수 있다. 정부는 이번에 '4대 요건'의 일부를 풀었다. 첨단학과에 한해 교원확보율만 충족하면 증원을 허용한다.
또 다른 정원 규제는 법률인 수도권정비계획법이다. 적용 대상은 수도권 대학으로 한정한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수도권 대학을 '인구집중유발시설'로 규정한다. 인구집중유발시설은 과밀억제권역에서 신설이나 증설을 할 수 없다. 학교의 경우 증설을 '입학 정원 증원'이라고 명시적으로 정의한다.
정부 내부적으로는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 학과 정원을 확대하기 위해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당장 비수도권의 반발이 예상된다. 윤석열 정부의 '지방대 시대'라는 국정과제와도 상충된다. '여소야대'의 국회 상황에서 국회 통과 여부 역시 불투명하다.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가 남아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교육부는 수도권 대학의 총량 정원을 관리한다. 대학들의 구조조정으로 현재 약 8000여명의 정원 여유가 있다. 김일수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장은 "8000여명의 여유분이 있기 때문에 이번 방안에서 법 개정이 들어가 있지 않다"며 "향후 산업계 수요가 있으면 협의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수도권 대학에 초점을 맞춘 정원 확대 계획을 검토했다는 사실은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박 부총리는 이날 브리핑에서 "초안에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증원한다는 계획이 있었다"며 "대안을 담아오지 않으면 이 계획을 발표하지 않겠다고 교육부 공무원들에게 얘기했다"고 말했다.
명시적으로 특혜를 주지 않았지만 혜택이 수도권 대학에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하다. 정원 확대를 원하는 대학은 수도권에 더 많은 게 사실이다. 교육부가 이번 방안을 내놓기 전 27개 대학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4개 수도권 대학은 1266명의 정원 증원을 희망했다. 반면 13개 비수도권 대학이 원한 증원 규모는 611명이다.
여기에 산업계와 학생들이 여전히 수도권 대학을 원하고 있다는 점까지 맞물려 반도체 학과 정원이 수도권에 집중될 수 있다. 명시적 특혜는 주지 않았지만 사실상의 특혜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학령인구 감소 상황에서 늘어난 수도권 대상의 정원은 비수도권 대학에 치명상이 될 수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상위권 대학 위주로 반도체 관련 학과의 쏠림현상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며 "일부 경쟁력 없는 대학의 반도체 관련 학과에서는 모집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의식한 듯 교육부도 신설하려고 하는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를 통해 지방대학 재정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원 확대 외에 정부가 제시한 다양한 사업의 재정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 반도체 학과 교수 충원의 현실적 어려움, 각 대학의 시설 비용 등 다양한 문제들이 벌써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민간에서 높은 연봉을 받고 있는 교수급 인재들이 대학으로 들어올지 미지수라는 반응이 많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재정당국과 협의 중이기 때문에 예산 규모를 말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새로운 교수를 채용하려고 해도 연봉 차이 때문에 구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지만, 관련 교수들에게 연구비를 조금 더 책정한다든지 교육 과정에서 연봉을 좀 더 배려한다든지 일종의 인센티브 장치를 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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