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LG화학서 '에너지 동맹' 메시지 "중·러 맞서 '프렌드 쇼어링'"
“동맹국간 협력과 공급망 구축이 중요하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1박2일(19~20일)의 짧은 방한에도 엘지(LG)화학 사업장을 찾아 한·미 동맹 강화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세계 공급망과 에너지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세계 각 국을 압박하는 중국과 러시아를 강하게 비판하며, 이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동맹국간 협력과 공급망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옐런 장관은 19일 오전 서울 강서구 엘지사이언스파크에 위치한 엘지화학 아르앤디(R&D) 캠퍼스를 찾았다. 푸른색 옷을 입은 옐런 장관은 이 자리에서 “글로벌 경제와 공급망 사태로 인한 물가 상승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협력이 중요하다. 반도체도, 배터리도 마찬가지다. (한·미 양국이) 함께 협력해서 이 고통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옐런 장관은 양국의 성장을 위해 ‘프렌드 쇼어링’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프렌드 쇼어링은 ‘친구(friend)’와 기업의 생산시설(shoring)을 합친 말로, 동맹국끼리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옐런 장관은 “(파트너와 동맹국 간 프렌드 쇼어링은) 관계를 강화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를 통해 물가로부터 한국과 미국의 가정을 보호하고, 지정학적·경제학적 리스크를 관리하며, 제품 생산을 원활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옐런 장관은 이어 “미국은 세계에서 뒤로 물러날 계획이 없다. 미국의 시장·국민·수출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한·미 양국은) 공통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다.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을 만들고자 한다. 한·미와 동맹국은 질서와 법칙의 준수를 요구해 평화로운 국제 질서를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을 향해 날선 비난도 했다. 옐런 장관은 “원자재나 기술 제품과 관련해 자신들의 지정학적 힘과 파워를 활용해 경제적인 압력을 주는 현상들을 목격하고 있다”며 “중국은 특정 재료와 물질에서 또는 제조 환경에서 지배적인 힘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아주 불합리한 질서를 도입하고 있다. 공급망에서 특정 세력과 특정 국가에 지배적인 권한이 넘어가는 것은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를 겨냥해서는 “재생 에너지 활용은 (원유를 무기화하는) 푸틴이 독단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여지를 줄여줄 것”이라며 “미국 전역에 지어지고 있는 공장들을 볼 때 미국이 녹색 에너지 전환에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에 투자하면) 제조를 강화하고, 에너지 가격을 낮추고, 탄소배출을 줄여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옐런 장관 발언에 앞서 신학철 엘지화학 부회장은 “미국 배터리 공급망 현지화를 위한 투자금액이 2025년까지 110억달러(14조4500억원)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엘지화학은 2025년까지 전지소재 분야에 6조원을 투자해 양극재, 분리막, 탄소나노튜브(CNT) 등 다양한 제품군을 육성할 계획이다. 엘지화학이 대주주인 엘지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자동차 회사 스텔란티스와의 합작 법인을 미국 온타리오주에 세우는 등 미국 투자 계획을 늘려가고 있다. 신 부회장은 파란색 넥타이를 매는 등 엘런 장관과 ‘깔 맞춤’을 했다.
시장에선 옐런 장관의 이날 발언을 두고, ‘배터리 동맹’을 넘어 ‘경제 동맹’을 공고히 하려는 미국의 의도를 강하게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이사는 “한·미 동맹을 강화해 중국과 러시아를 고립시키는 전략을 설파한 것”이라며 “다만, 한국은 리튬·코발트·니켈 등 배터리 핵심 원재료의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다.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다른 국가와의 관계를 개선해가야 하는데, 그럴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 부담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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