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병원비에 치료는 엄두도 못 냈는데" 우크라 피난민들 눈시울

최성국 기자 2022. 7. 1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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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경제적으로 힘들어 병원에 갈 수 없었어요. 멀리서 온 우리를 위해 봉사에 나선 의료진에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

9살 아들의 치과 치료를 위해 진료소를 찾은 김나탈리아씨(35·여)는 "지난 4월18일 광주 시민들의 도움을 받아 우크라이나에서 한국으로 들어왔지만 너무 비싼 병원비에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왔다"면서 "한국에 온 우리에게 지속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뻗어주는 시민들과 의료진들에게 감사한 마음 뿐이다. 어디에서도 받아보지 못한 정에 따뜻함을 느낀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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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의료원 30여명 광주 고려인마을 찾아 의료 봉사
의료혜택 못 받던 피난민들 "따뜻한 정에 감사"
고려대의료원 소속 의료봉사단이 19일 광산구에서 광주에 정착한 고려인동포들에게 의료 봉사를 하고 있다. 2022.7.19/뉴스1 © News1 최성국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경제적으로 힘들어 병원에 갈 수 없었어요. 멀리서 온 우리를 위해 봉사에 나선 의료진에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

19일 오후 2시쯤 광주 광산구 월곡동에 위치한 고려인광주진료소는 진료를 받기 위해 찾아온 수많은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100여명의 환자들이 진료소 입구에서부터 기다란 대기줄을 형성한 모습은 의료진이 상주하지 않아 의료봉사가 진행되는 화요일 오후 7~8시를 제외하곤 방문자가 없던 평소와 대조됐다.

이날 진료소를 찾은 대부분은 올해 2월부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참화를 피해 조상의 땅인 광주로 넘어온 우크라이나 고려인 동포들이다.

이들은 '고려대의료원 소속 의료봉사단이 전쟁 피난민의 건강검진을 돕기 위해 광주를 방문했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진료소를 찾았다.

진료소 외부는 물론 내부도 북적북적한 분위기였다.

의사 5명과 간호사 7명, 치위생사 1명, 방사선사 2명, 약사 2명 등으로 꾸려진 30여명의 의료봉사단은 곧장 의료소를 진료 대기실, 가정의학과, 산부인과 등으로 변신시켰다.

커뮤니티센터로 사용되던 1~2층 공간은 고려인동포들에 사용될 각종 의약품으로 가득 찼고, 평소 비어있던 진료소 앞 주차장에는 대형 진료버스 2대가 자리했다.

각 버스에서는 고려인동포들이 쉽게 받지 못하는 치과 치료와 혈액·소변·X-ray·심전도 검사 등이 이뤄졌다.

간호사들은 러시아어 사용에 익숙한 새날학교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각종 증상을 호소하는 고려인동포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고, 의료진은 증상 구분이 끝난 환자를 진료하고 곧바로 처방약을 제공하는 등 의료 봉사에 구슬땀을 흘렸다.

현장 치료가 불가능할 정도로 중증 증세를 보인 환자들은 조선대학교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이날 오후 7시까지 진행되는 검진 결과는 추후 진료소를 통해 환자들에게 개별 통보될 예정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피해 광주로 건너온 고려인동포들이 19일 광주 광산구 월곡동의 고려인마을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2022.7.19/뉴스1 © News1 최성국 기자

이같은 의료진의 헌신은 단기 비자 발급으로 건강보험공단의 의료지원 혜택을 받지 못해, 평소 아픈 몸을 돌보지 못했던 고려인 동포들에게 웃음꽃을 피게 했다.

9살 아들의 치과 치료를 위해 진료소를 찾은 김나탈리아씨(35·여)는 "지난 4월18일 광주 시민들의 도움을 받아 우크라이나에서 한국으로 들어왔지만 너무 비싼 병원비에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왔다"면서 "한국에 온 우리에게 지속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뻗어주는 시민들과 의료진들에게 감사한 마음 뿐이다. 어디에서도 받아보지 못한 정에 따뜻함을 느낀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의료봉사단이 이날 광주 고려인마을을 찾은 이유는 한달 전 해외 의료봉사에서 동포들과 맺었던 인연 때문이다.

김석만 고려대학교의료원 팀장은 "당시 2주간 폴란드에 머물며 우크라이나 피난민들을 돌봤던 기억이 의료진들에게 남아 있다. 500여명의 고려인 동포가 광주에 머물고 있다는 소식에 다 함께 광주를 찾아왔다"며 "피난 과정에서 몸을 돌보지 못했던 동포들이 지금이나마 마음 편히 진료를 받을 수 있어 뿌듯하다"고 설명했다.

이천영 광주고려인마을 목사는 "광주에 정착한 동포들이 적절한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단기 비자를 장기로 전화하는 과정에 있지만 의료비 부담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들이 나오고 있다"면서 "특히 당장 일자리가 필요한 동포들은 산업단지 생산직이나 건설현장 일용직 등 대체로 신체적 부담이 강한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사회의 도움을 통해 현재까지 512명의 우크라이나 동포들에 항공비 지원 등이 이뤄졌다"며 "이들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는 광주 시민들과 의료 봉사에 나서준 의료진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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