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으로 번지는 中부동산 위기.. 분양중단 피해자 구제 움직임도

유병훈 기자 2022. 7. 19.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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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위기에 직면한 중국 부동산 기업 헝다 그룹의 대형 아파트 단지 /AP/차이나토픽스=연합뉴스

중국의 올해 상반기 채권 디폴트(채무불이행) 규모가 이미 작년 전체의 두배를 넘어섰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9일 보도했다.

ICBC(중국공상은행)인터내셔널의 오거스 토 분석가는 “지난해 중국의 채권 디폴트 총액은 90억달러(약 11조원)였는데, 올해는 현재 기준으로 200억달러(약 26조원)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이어 “디폴트 채권은 대부분 부동산 개발업체들 발행분이다”며 “디폴트는 올해 정점에 이를 수 있으며 불확실성은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ANZ은행의 아시아 선임 분석가 멍팅은 현재 기준 올해 역외 시장에서 디폴트를 낸 중국 기업은 총 19곳이며 그중 18곳이 부동산 개발회사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를 통틀어 역외 시장에서 디폴트를 낸 중국 기업은 총 21곳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내 만기가 돌아오는 중국 부동산 개발회사의 채권은 317억달러 규모다. 올해 상반기 지급이 지연된 역외 채권 상환금 262억달러의 대부분이 부동산 개발회사의 책임이다.

멍 분석가는 “신용 위기는 여전히 높다. 첫째는 부동산 분야이고, 두번째는 부동산 위기가 충격파를 전하고 있는 금융과 은행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중국 국내총생산의 약 30%를 차지하는 부동산 업계가 휘청대면서 경제의 다른 부문에까지 파장이 미치고 있다. 최근 중국 최대 부동산업체 헝다그룹은 투자자들로부터 역내 채권 상환 연기 승인을 얻는 데 실패했다. 이미 역외 채권에 대해 디폴트를 낸 헝다가 역내 채권도 부도를 낼 위기에 처한 것이다.

또 이달 초 룽신과 스마오는 나란히 역외 채권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앞서 자자오예, 수낙 차이나도 달러 채권에 대해 디폴트를 선언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글로벌 레이팅스’는 평가 대상이 되는 중국 부동산 개발회사의 최소 5분의 1이 결국 파산할 것이며, 이에 따라 그들이 보유한 880억달러 상당의 채권이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S&P는 “일부 개발업체는 채권 만기 연장, 신규 채권과 교환 등을 통해 디폴트를 피하기 위한 시간을 벌었지만 2023년 1분기까지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투자자들은 곧 인내심을 잃고 법원이나 채무 구조조정을 통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신규 주택 가격은 10개월 연속 하락세이며, 공사 중단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상환 거부 운동이 퍼져나가며 중국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중국 GF(廣發)증권과 도이체방크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현재 건설이 중단된 중국 80개 도시 230개 이상 주택 건설 사업에 묶인 주택담보대출 금액이 2조 위안(약 39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중국 내에서는 중소 마을은행들의 뱅크런(현금 대량 인출 사태)과 예금주들의 시위, 지방 은행감독국 포위 시위 등 사회 불안으로 치닫는 곳도 있다.

컨설팅업체인 판테온 거시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중국 가계 자산의 70%가 부동산에 묶여 있다. 은행 대출의 30∼40%도 부동산 관련 대출이며, 지방정부 수입의 30∼40%도 부동산에서 나온다. 다시 말해 자칫 주택담보대출 상환 거부 시위에 잘못 대처할 경우 경제·사회적 위기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중국 당국은 아파트 공사 중단 피해자들의 분노를 달래기 위해 관련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상환을 일시 보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담당 기관인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CBIRC·은보감회)가 관련 수분양자들의 신용 점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일시 상환 중단을 가능하게 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보도했다.

은보감회는 아울러 중국 최대 주택담보대출 기관인 건설은행에 지방정부와 함께 기금을 만들어 미분양된 아파트 등 개발사업을 인수해 장기임대용 아파트로 전환하는 시험 사업을 모색하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보감회는 이밖에도 각 은행에 적격 부동산 개발 사업에 대한 대출을 연장하고 부동산 개발업자들의 합리적인 자금 지원 요청에 응하라고 주문했다.

은보감회는 이 같은 대책을 확정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채 지난 17일부터 관영매체인 은행보험보(中國銀行保險報)에 당국자 인터뷰 형식으로 흘려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려 하고 있으며, 주택구매자들은 일단 환영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중국 당국은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차원에서 주택 구매자에 대한 주택담보 대출 연장과 상환 일시 보류, 개발자금 지원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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