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에 '공권력 투입' 채비..보수정권 '과잉진압' 역사 재연되나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김정훈 기자 2022. 7. 19.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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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9일 오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방문해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오른쪽은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이준헌 기자

정부가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파업 현장에 공권력을 투입할 채비를 하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는 19일 경남 거제를 찾아 직접 파업 현장을 살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긴급 관계장관 회의를 소집해 “산업 현장의 불법 상황은 종식돼야 한다”고 말하고, 이날 오전 “국민이나 정부나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발언한 뒤 나온 일종의 무력시위다.

이 장관과 윤 후보자는 이날 오전 홍기현 경찰청 경비국장 등과 헬기를 타고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파업 현장으로 떠났다. 현장에서는 거제경찰서장이 윤 후보자와 이 장관에게 하청지회의 조선소 독(선박 건조장) 점거 상황 등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날 경찰청 경비국 산하 안전진단팀을 투입해 파업 현장 정밀 안전진단에 착수했다. 공권력 투입을 위한 준비로 보인다. 수사 인력도 전날 18명을 보강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울 노들섬 헬기장에서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파업 현장으로 이동할 헬기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는 지난 5년간 삭감된 임금의 원상 회복(30% 인상)과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며 이날로 48일째 파업 중이다. 조합원 7명은 옥포조선소 1독에서 건조된 초대형 원유운반선(30만t급)을 점거해 농성하고 있다. 유최안 부지회장은 선박 맨 밑에 있는 가로·세로·높이 1m 의 철골 구조물에 들어가 쇠창살을 용접한 채 28일째 ‘옥쇄 농성’을 벌이고 있다. 공권력 투입 시 인명피해 우려가 큰 상황이다.

경찰청은 경남지방경찰청 요청에 따라 부산지방경찰청 소속 기동대 4개 중대를 20일 파업 현장에 추가 배치할 예정이다. 경찰은 노조 집행부에 대한 4차 출석요구 기한인 22일까지는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앞서 경남 거제경찰서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집행부 3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출석할 시간적 여유를 줘야 한다”며 반려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까지 연일 나서 단호한 대응을 강조하는 터라 공권력이 전격적으로 투입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상민 장관은 “(공권력 행사)시기는 워낙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기 때문에 뭐라고 지금 단계에서 말할 수 없다”며 “대화로써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방법이 있는지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금속노조는 대우조선해양에 공권력이 투입되면 20일로 예정된 총파업과 관계없이 즉시 파업에 돌입할 방침이다.

19일 경남 거제도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내 농성장 모습. 거제 | 이준헌 기자

경찰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행안부 장관과 경찰 수장이 함께 파업 현장을 방문하는 일은 전에 없던 일”이라며 “쌍용차 파업이나 용산참사 때처럼 인명사고라도 나면 결국 책임은 경찰이 다 떠안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강대강 국면에서 지휘부 고심도 깊을 것”이라고 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발생한 쌍용자동차 파업 강제진압과 용산참사는 경찰 지휘부가 안전 대책이 미비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진압을 강행하다 인명피해를 낸 사례이다.

고용노동부와 경찰 등에 따르면 노동계에 대한 공권력 투입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코레일 파업이 마지막이다. 당시 경찰은 노조 집행부와 실무자 28명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고, 2명을 구속했다. 남은 26명의 포위망을 좁혀가던 경찰은 노조 집행부가 민주노총에 은신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같은 해 12월22일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에 사상 처음으로 공권력을 투입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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