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잠을 고찰하다..문화역서울284 기획전 '나의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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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서울역사 중앙홀 바닥에 동물 탈을 쓴 12명이 눕거나 앉아 있다.
화물차 운전사, 영화배우, 경비원, 청소부, 현대무용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은 각각 잠을 준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들은 사람이 아니라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리는 기획전 '나의 잠'에 선보인 김홍석 작가의 '침묵의 공동체'란 제목의 조각 작품들이다.
잠든 것도, 쉬는 것도, 일하는 것도 아닌 경계의 영역에 놓이면서 현대인의 잠에 관한 모호한 관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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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준억 기자 = 옛 서울역사 중앙홀 바닥에 동물 탈을 쓴 12명이 눕거나 앉아 있다. 화물차 운전사, 영화배우, 경비원, 청소부, 현대무용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은 각각 잠을 준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들은 사람이 아니라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리는 기획전 '나의 잠'에 선보인 김홍석 작가의 '침묵의 공동체'란 제목의 조각 작품들이다.
작가는 이들이 스스로 한자리에 모인 것이 아니라 작가로부터 돈을 받고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는 설명을 적은 간판을 옆에 세워뒀다. 잠든 것도, 쉬는 것도, 일하는 것도 아닌 경계의 영역에 놓이면서 현대인의 잠에 관한 모호한 관점을 보여준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한 이 전시회는 '현대인의 잠'을 주제로 다양한 측면에서 잠을 고찰한다.
전시를 기획한 유진상 예술감독은 19일 기자간담회에서 "현대인의 잠의 세계를 일인칭의 경험과 예술적 사유로 풀어내는 전시"라고 밝혔다.
잠의 경험을 타인과 공유할 수 없는 나만의 고유한 일인칭의 세계로 상정해 작가의 독자적인 시각을 투영한 작품을 선보인다는 취지다.
유 감독은 "경쟁과 효율을 추구하는 우리 사회에서 통상 '정지된 시간' 혹은 '줄여야 하는 시간'으로 여겨졌던 잠과 관련한 통념과 수면학적 진실을 통합하는 대신 저마다의 가장 독자적인 세계로서 경험을 분산하고 변주한다"고 설명했다.
'나의 잠' 참여 작가는 중진 작가부터 신진 작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19팀으로 구성됐다. 김홍석 작가를 비롯해 김대홍, 로와정, 무진형제, 박가인, 스튜디오 하프-보틀, 심우현, 여다함, 오민수, 우정수, 워드 워크스, 유비호, 이성은,이원우, 정민성, 최윤석, 최재은, 팽창콜로니, D 콜렉티브 등이다.
출품 작품은 회화와 조각, 설치 등 고전적 매체 외에도 영상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작업까지 다양하다.
전시는 잠과 관련한 시간대를 기준으로 '한낮, 나의 잠 너의 잠', '23:20 반쯤 잠들기', '1:30 작은 죽음', '3:40 잠의 시공간', '새벽에 잠시 깨기', '7:00 잠에서 깨어나는 시간' 등으로 구성하고 작품을 배치했다.
박가인 작가는 실제 자신의 방을 그대로 옮겨 전시 공간을 꾸민다. 한국의 가부장적 사회에서 자신과 비슷한 30대 여성들이 경험한 일화를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작가는 전시 기간에 이 공간에서 잠을 자는 퍼포먼스를 할 예정이다. 관람객도 이 공간에 누워 볼 수 있다고 한다.
전시는 20일부터 9월 12일까지 진행되며 온라인 플랫폼(www.2022mysleep.kr)에서도 운영된다.
전시와 함께 문화역서울284 RTO에서는 8월 6일부터 3주 동안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에 '잠의 사회학', '잠의 예술학', '잠의 과학'이란 주제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강연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justdu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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