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찾은 옐런 장관..배터리 공급망 재편 탄력받나
한국을 방문 중인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1박 2일의 방한 일정 중 첫 행보로 LG화학부터 찾았다. 이번 방한 기간 옐런 장관이 방문한 기업은 LG화학이 유일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부터 찾아가 ‘한·미 기술동맹’을 강조한 데 이은 것으로, 미국 중심의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재편에 한국의 적극적 동참을 독려하는 차원으로 보인다.
옐런 장관은 19일 오전 9시30분쯤 LG사이언스파크 내 LG화학 마곡 연구개발(R&D)캠퍼스를 방문해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등 임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했다. 마곡 R&D캠퍼스에는 LG화학의 차세대 양극재와 분리막 등 미래 전지 소재 연구 시설이 모여 있다.
이날 옐런 장관의 방문은 한·미 배터리 동맹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실제 옐런 장관은 공급망 체제를 동맹국가 위주로 재편하는 이른바 ‘프랜드쇼어링(friendshoring)’을 언급했다.
옐런 장관은 “(프렌드쇼어링은) 관계를 강화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를 통해 한국과 미국의 가정을 물가 인상으로부터 보호하고, 지정학적·경제학적 리스크를 관리하며 제품 생산은 원활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공급망을 더 강화하기 위해 주요 우방과 경제 협력을 굳건히 해야 하고, 여기에는 한국도 포함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급망에서 특정 세력·국가에 지배적 권한이 넘어가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고 중국을 직접 겨냥했다.
최근 바이든 행정부는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배터리의 안정적 공급망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산업의 쌀’인 반도체는 대만, 일본까지 아우르는 ‘칩4’ 동맹으로 잠재적 위협인 중국을 견제하려고 한다.
한 시간이 넘게 진행된 이번 방문에서 옐런 장관은 LG화학의 전지 소재 기술과 지속가능 전략이 담긴 전시장을 둘러봤다. 옐런 장관은 신 부회장에게 배터리 충전에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등을 물어봤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를 한번 충전하면 얼마나 운행 가능한지, 배터리를 재활용하면 얼마나 사용 가능한지 등도 질문하며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견학을 마친 뒤 옐런 장관은 신 부회장 등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소재 공급망 구축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논의를 통해 공급망 협력이 탄력을 받게 되면 양극재 공장 신설 등 북미 배터리 소재 관련 투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LG화학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북미 지역에서 배터리 공급망을 현지화하기 위해 2020년부터 2025년까지 110억 달러(14조4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 중이다. 배터리 제조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에는 합작사 형태로 미국 오하이오, 테네시, 미시건과 캐나다 온타리오주 등에 생산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간담회가 끝날 무렵 LG화학은 옐런 장관의 이름을 넣은 LG트윈스 야구 유니폼, 신 부회장과 함께 촬영한 기념사진이 들어 있는 액자를 선물했다. 야구 유니폼에 새긴 등번호 78번에는 옐런이 제78대 미 재무장관인 의미를 담았다.
LG화학 측은 “야구에서는 흔히 공을 주고받는 투수와 포수를 ‘배터리’라고 부른다”며 “유니폼 선물에는 팀워크가 중요한 야구의 배터리와 전지를 의미하는 배터리의 동음이의적 뜻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이 서로 이온을 주고받으며 전류를 만들어내듯 글로벌 전지 소재 공급망에서도 양측이 함께 호흡을 맞추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옐런 장관은 “LG화학이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 어떻게 혁신을 이루고 있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며 “한·미 양국 기업들이 노력해준 덕분에 양국이 굳건한 경제 동맹으로 성장했다”며 민간 분야에서 지속적인 협력을 요청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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