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다리도 두들겨 본다"는 일본, '금산분리' 어떻게 풀었나

박병원 전 경총회장 금융규제혁신회의서 日사례 언급은행 업무범위 규제 완화 '핀테크·ICT' 등 자회사 허용

(서울=뉴스1) 이성철 기자 = 박병원 전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이 1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규제혁신회의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7.19/뉴스1

"일본은 돌다리를 두들겨 보고 이 정도면 건너갈 거 같은데도 한 번 보고 안 건너 가는 나라다. 그런 나라보다 금산분리 규제 완화가 늦은 것 같다."

19일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민간위원인 박병원 전 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이 금산분리 규제 완화의 속도감 있는 추진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했다는 말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우리가 속도감 있게 움직이지 않으면 우리 금융산업과 빅테크가 기술이나 산업 변화에 대응해 가기에 너무 늦을 수 있다는 얘기를 하신 것 같다"고 했다. 한국보다 더 경직적인 금융 규제 체계를 유지해 온 일본마저 디지털 전환과 금융산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이미 금산분리 규제를 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은행연합회장을 지낸 박 전 명예회장은 금융규제혁신회의 민간위원이자 의장을 맡았다.

정순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이날 회의에서 발표한 '금산분리 규제의 과제와 전망'에 따르면, 일본은 은행법에 규정된 은행 부수업무에 은행업고도화 등의 업무와 지역활성화 등의 업무를 추가하는 등 은행 업무범위 규제를 지속적으로 완화하고 있다. 보험업법 부수업무 규제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그간 은행법으로 은행이 영위할 수 있는 업무를 엄격히 제한해 은행과 상업을 분리하는 '은상분리' 규제 원칙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과 지역경제 쇠퇴에 따른 지역은행의 약화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 업무범위 규제를 완화하기 시작했다. 2016년 5월 은행법을 바꿔 은행 자회사에 핀테크와 ICT(정보통신기술) 업체 등 '은행업고도화회사'를 추가했다. 당국의 허가를 전제로 은행들이 은행업고도회사 출자를 허용한 것이다.

2018년 3월에는 감독지침을 개정해 은행이 직접 인재소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 지방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예컨대, 히로시마은행은 업무 효율화를 추진 중이던 히로시마현 비닐봉투 제조기업에 수도권 IT기업 임원을 매칭하고, 거래처 확대를 추진하는 배관공사업 기업에 동종업계 대기업 전문가를 매칭했다.

2019년 5월에는 은행이 자회사를 통하지 않고서라도 직접 데이터사업을 할 수 있도록 은행법을 개정했다. 같은해 10월에는 은행업고도화회사의 범위에 지역상사를 추가하는 감독지침 개정을 완료했다. 미치노쿠은행은 아오모리현에 지역 농산물의 전국 유통을 사업 내용으로 하는 '오프티므 아그리-미치노쿠'를 설립해 지역 농민을 돕고 은행 고객을 확보했다.

지난해 5월에도 일본은 은행법을 개정해 IT시스템 판매, 데이터분석·마케팅·인재파견·컨설팅·비즈니스매칭 등을 부수업무로 추가했다. 벤처기업·지역기업에 대한 지분투자 제한도 완화했다. 비상장 요식업과 숙박업 등에 대한 지분투자 한도를 100%까지 허용한 것이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은행 업무범위 확대와 자회사 업종 제한 완화 등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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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헌 기자 bborirang@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