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화려했던 '과학방역'..결국 알아서 살아남아라?
(시사저널=박나영 기자)
코로나19 확진자가 7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정부가 자율방역 정책을 유지하면서 사실상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손 놓고 있는 사이 골든타임을 놓치면 재유행 정점 시기가 빨라지고 정점 규모를 키울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7만3582명이다. 주말 진단검사 감소 영향으로 2만 명대로 떨어졌던 전날(2만6299명)보다 4만7283명 급증하면서 2.8배가 됐다. 올초 오미크론 대유행때와 같이 신규 확진자 수가 일주일 단위로 2배 증가하는 '더블링' 현상이 나타나다가 순식간에 10만 명, 20만 명으로 불어나는 폭증세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9월 말 유행이 정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가 발표한 시나리오는 신규 확진자 수가 7월 말 3만 명, 8월 말 11만1800명으로 늘어난 뒤 9월26일 18만4700명으로 정점을 찍는 흐름이다. 물론 비관적인 시나리오대로라면 확진자 수가 20만 명을 넘어설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의 확진자 증가세를 감안하면 정점 시기가 앞당겨지고 확진자 규모도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번주 말에 10만 명으로 늘고, 다음주에는 15만~16만 명으로 더블링이 계속되다가 8월 초나 중순에 20만~30만 명까지 확진자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가 백신 위주의 방역정책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내놨다. 천 교수는 "우리 지역사회의 자연면역 수준이 높으므로, 고위험군 위주의 전략을 짜야한다"면서 "요양시설과 기저질환 환자 등 고위험군 관리만 잘하면 골든타임을 놓쳐 중증환자나 사망자를 낳게될 일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특히 치료제를 제때 투여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천 교수는 "고위험군을 보호할 수 있는 치료제를 얼마나 빠르게 투여하는지가 관건"이라며 "개인병원에 호흡기 진료센터만 늘리는 건 도움이 안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져야하는 개인의원에서 내과적 약물 처방이 쉽지 않다"면서 "정부가 세심하게 재고해서 (대학병원에서도) 대면진료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변이 바이러스 자체의 특성도 중요하지만 방역정책에 따라 유행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박소연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어떤 식으로 거리두기를 하고 취약시설의 방역 강화를 하느냐와 백신 접종 여부 등에 따라 유행 규모가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새로운 변이에 대한 백신을 확보하고 중증 환자가 많아졌을 때 치료제의 연령을 얼마나 확대할 것인지 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 바이러스의 중증도에 대해서도 현재까지 명확한 근거가 없는데, 유럽이나 미국 등 앞서 유행하고 있는 나라에서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학방역을 내세워놓고 자율방역 정책을 펴고 있는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크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사실상 방역 부재 상황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장관 컨트롤타워도 없고 최근 확진자 증가세에 대한 대응만 할 뿐 대책을 세우지는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우리 정부의 코로나 대응 기본 철학은 과학 방역"이라고 강조하며 자율방역 기조를 재확인했다. 그는 "국민들의 희생과 강요가 아닌 자율과 책임을 중시하며 중증 관리 위주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살피는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면서 "백신 접종을 적극 권장해 예방효과를 높이고 치명률을 줄이는 데에도 힘써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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