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내릴까봐 감추면 나만 손해죠".. 달라진 하자보수 해결 방식
신축 아파트 입주민들이 하자보수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기간 내 시정되지 않을 경우엔 소송도 불사하는 추세다. 집값이 떨어질까봐 문제가 있어도 쉬쉬하던 과거와는 달라진 대응 방식이다.
1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초구 방배그랑자이 입주민들은 시공사 GS건설과 하자보수 갈등을 겪고 있다. 공용부와 전용부 모두에 하자가 있는데, 처리가 늦고 대응이 미진하다는 것이 입주민들의 주장이다. 방배그랑자이의 한 입주자는 “2019년 당시 일반분양가가 3.3㎡당 4687만원이었다”면서 “비싸게 주고 집을 샀는데 마감재부터 시공 하자가 곳곳에 있어 화가 난다”고 했다.
하자보수 갈등이 커지면서 재건축조합은 아파트 단지 입구에 조합장 명의의 플래카드를 걸었다. 시공사인 GS건설에 조속한 하자보수를 요구하기 위한 것이다. 또다른 방배그랑자이 입주자는 “부문마다 하자보수 기간이 다르지만, 입주 후 2년 안에 하자보수를 마쳐야 나중에 분쟁이 덜할 거라고 생각해 더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20년 2월부터 입주한 서울 강동구 상일동의 고덕 아르테온도 단지 곳곳에서 균열과 누수 문제로 하자보수 갈등을 겪고 있다. 시공사는 현대건설과 DL이앤씨다. 고덕 아르테온의 한 소유주는 “지하주차장 바닥이나 천장, 공용계단 등 공용부 하자보수가 특히 심한데, 하자보수는 더디다”고 했다.
고덕 아르테온 입주자는 시공사 측에 하자보수 현황을 적극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한 소유주는 “시공사에서 기한 내 하자보수는 처리해주겠다고 하지만 불편을 초래하는 것에 비하면 너무 소극적이다”면서 “빨리 보수하면 될 것을 기한을 계속 미루면 입대의에서도 공개적으로 하자문제를 다룰 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드러내놓고 하자보수 문제를 제기할 경우 시공사 입장에서는 난감해질 수 밖에 없다. 추가 수주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에서 반드시 따고 싶은 전략 수주지가 있을 경우엔 더 민감하다”고 했다.
입주자 대표회의 입장에서는 소송까지 갈 경우 긴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적극적일 수 밖에 없다. 하자보수 분쟁이 소송에서 확정될 때까지 최장 10년 정도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하자보수 문제에 대해 사법부는 과거 대비 꽤나 적극적으로 피해를 인정하는 편이다.
지난 6월 나온 판결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입주한 대구 달서구의 아이파크 입주자대표회의가 제기한 60억원대 하자보수 보증금 청구소송 1심에서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은 패소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소송에서 균열과 누수, 욕실·발코니 타일들뜸 등 피해를 호소했고, 재판부는 현대산업개발에 “59억599만여원을 입주자대표회의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59억8800만원을 청구한 것을 감안하면 대부분을 인정한 것이다. 하자소송 청구금액은 60% 정도 인용되는 것이 통상적이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하자보수 문제가 불거지는 가장 큰 요인으로 사후 관리 미흡을 보고 있다. 하자보수 접수 인력과 보수 인력이 다르다보니 하자보수 부위에 대한 이해도가 다르다는 점, 하자보수 자체가 외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하자보수 상주 인력이 단지 내에 있지만, 그 이후에는 업체를 선정해 외주를 주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면서 “외주업체의 인력은 당일 인건비를 지급받기 때문에 제대로 고쳐지지 않고도 고쳐놨다고 기입하기도 하는데 이 과정에서 불만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한편 하자분쟁 갈등은 점차 늘고 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아파트 하자 신고는 7686건으로 전년(4402건)보다 무려 74.6% 급증했다. 2009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사상 최대 규모다. 2021년 기준 하자보수 관련 신고가 많았던 시공사는 DL건설(840건), GS건설(385건), 중흥토건(331건), HDC현대산업개발(267건), SM상선(206건)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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