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大 1300명 증원해 반도체 인재 키운다..지방대는 반발
수도권 대학도 교원만 확보하면 정원 증원 가능
"대학·대학원·전문대·직업계고 정원 5700명 증원"
"융합교육·재정지원·재교육 통해 총15만명 양성"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정부가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해 수도권·지방 대학의 학부 정원을 약 2000명 늘리기로 했다. 특히 그간 정원 규제를 받아온 수도권 대학에서만 1300명이 증원된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을 개정하지 않는 범위에서 관련 규제를 풀어 증원을 유도하겠다는 의미다. 학령인구 감소로 미달이 속출하고 있는 지방대는 지방소멸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반도체 인력 부족 10년간 12.7만명
교육부는 이러한 내용의 ‘반도체 인재 양성방안’을 19일 국무회의에서 보고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7일 반도체 인력양성을 강조한 뒤 교육부가 산업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42일 만에 내놓은 방안이다.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반도체 인재양성과 산업성장의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이번 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오는 2031년까지 반도체 인력은 12만7000명이 부족하다. 반도체 산업의 연간 성장률(5.6%)를 감안할 때 현재 17만7000명의 인력 수요는 10년 뒤 30만4000명까지 늘어난다. 교육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15만 명의 반도체 인력을 양성하기로 했다. 반도체 학과 정원 증원이나 융합 교육과정 확대, 재직자 교육 등을 통해서다.
순수 정원 증원 규모는 △일반대학(학부) 2000명 △대학원 1102명 △전문대학 1000명 △직업계고 1600명 등이다. 특히 그동안 수도권정비계획법(수정법)에 의해 총정원(11만7145명)을 규제해 온 수도권 대학 학부 정원도 약 1300명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가 규제 완화로 정원을 쉽게 늘릴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일반대학·전문대학은 2024학년도부터, 대학원은 2023학년도부터 관련 신입생 모집이 가능하다.
수도권 대학의 증원은 수정법을 고치지 않는 범위에서 추진한다. 박근혜·문재인 정부 때 추진한 대학구조개혁정책에 따라 수도권 대학이 감축한 정원 중 반도체 등 첨단학과 증원에 활용할 수 있는 규모는 약 8000명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정법에서 규정한 수도권 대학 학부 총정원은 11만7145명인데 비해 2021년 기준 입학정원은 10만9145명으로 8000명 정도의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대학의 학부 증원은 교육부 수요조사를 토대로 추산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말 전국 40개 대학을 대상으로 반도체 학과 신·증설 의향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수도권에선 14개 대학이 1266명을, 지방에선 13개 대학이 611명을 증원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교육부는 이를 토대로 오는 2027년까지 일반대학 학부에서 총 2000명의 반도체 정원이 증원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학원에서도 석·박사정원 증원이 가능하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한다. 예컨대 앞으로는 학부 1명을 줄이면 석사 1명 증원이 가능해진다. 종전까지는 석사 1명을 늘리려면 학부 1.5명을 감축해야 했다. 교육부 수요조사에선 665명(12개 대학)명의 정원증원이 가능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교육부는 이번 조사에 응답하지 않았거나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대학 등을 고려해 대학원에서 총 1102명의 정원 증원을 예상했다. 또 반도체 실무인력 중 전문학사와 고졸 인력도 필요하다는 산업계 요구에 따라 각각 1000명, 1600명의 정원 증원을 허용할 방침이다.
아울러 ‘반도체를 가르칠 교수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산업계 전문가를 겸임·초빙교수로 활용키로 했다. 현행 고등교육법 시행령은 대학의 겸·초빙교수도 연구실적이나 교육경력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를 대학 자율로 변경, 겸·초빙 교수를 폭넓게 확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국가첨단산업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는데 대학의 학칙·정관에 따라 자율적으로 겸·초빙교수 자격요건을 정하도록 완화하는 게 골자”라고 설명했다. 국립대는 학칙으로, 사립대는 정관에 따라 산업계 전문가를 겸·초빙교수로 적극 임용토록 하겠다는 의미다.
새로운 개정지원사업도 신설하기로 했다. 반도체 특성화 대학 사업을 내년부터 출범시켜 총 20개 대학에 재정을 투입한다. 대학에선 반도체 학과 증원에 더해 재정지원이 뒷받침돼야 제대로 된 교육이 가능하다고 요구해왔다. 관련 재원은 최근 기획재정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 중 대학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교육세 3조6000억원 중 일부가 될 전망이다.
반도체 학과 신·증설 의향이 없는 대학에서도 인력 양성이 가능하도록 단기 교육과정 사업도 신설한다. 대학과 기업이 협업해 교육과정을 개발한 뒤 20주 집중교육을 마치면 ‘마이크로 디그리’(Micro Degree)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마이크로 디그리는 3~4개 과목 정도를 들으면 관련 학위를 주는 단기 이수 과정을 말한다.
학령인구 감소로 미달이 속출하고 있는 지방대는 수도권 대학 증원에 반발하고 있다. 수도권 대학 증원이 지방소멸을 앞당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김동원 전북대 총장은 “지방소멸 우려가 큰 상황이라 수도권 대학 정원 증원에 반대한다”며 “지금도 반도체 관련 학과를 졸업해도 다 취업이 안되는 것을 보면 이공계 기피현상이 문제인데 이를 먼저 해소해야 우수 인재가 반도체 학과에 지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의 요구한 경남지역 한 사립대 총장은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해 증원이 불가피하다면, 수도권 대학의 정원외 특별전형을 정원내로 흡수하고 편입학 선발을 제한하는 반대급부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규제 완화로 수도권 대학 정원에 순증 효과가 발생했으니 대신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서라도 수도권 대학의 정원외· 편입학 선발을 제한해달라는 요구다.
신하영 (shy11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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