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가스 공급 사흘 뒤 재개될까..막히면 유럽 경제 연쇄 파장(종합2보)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오는 21일로 예정한 노드스트림1 운영 재개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유럽 관리들과 재계는 최악의 경우 대륙 전역에 퍼질 연쇄적인 경제 여파를 우려하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앞서 러시아 천연가스 수출을 담당하는 국영 가스프롬은 열흘간의 유지보수 작업을 구실로 지난 11일 독일과 러시아를 잇는 송유관 노드스트림1 가스 공급량을 대폭 줄였다.
유럽은 애가 타게 재개 시점을 기다리고 있지만, 이날 비보가 날아들었다. 독일 측 파트너사인 유니퍼가 가스프롬으로부터 재난 등 불가피한 사유로 인한 공급계약 미이행 가능성을 주장하는 '불가항력' 통보를 받으면서다.
유니퍼는 가스프롬 측 주장이 정당하지 않다고 거절했다고 밝혔지만, 가스프롬 측은 언론의 논평 요청에 즉답을 주지 않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독일은 자체 대러 가스 의존도도 높을뿐만 아니라, 오스트리아와 체코, 우크라이나 등으로의 가스 수송 허브 역할을 해왔다. 또한 러시아는 이미 프랑스와 폴란드, 불가리아, 핀란드, 덴마크, 네덜란드에도 가스 공급을 중단한 상황이다.
만약 21일 노드스트림1이 예정대로 운영을 재개하지 않고 공급 감소가 장기화하면 독일은 결국 날이 추워질수록 가스 공급 경보를 3단계로 상향하고 배급제를 실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대적인 에너지 절약 캠페인도 예상된다. 유럽연합(EU) 관리들 사이에선 역내 사무용 건물 온도를 섭씨 19도로 제한할 것을 제안하는 새 가스 절약 지침 발표 소식도 전해졌다.
재계와 무역업계에서는 이제 유럽 제조업체들이 최대한 석유와 석탄 등의 대체 연료 체제로 전환하고 있으며, 가스 수요가 높은 겨울을 앞두고 화학 물질 등 중요한 재료들을 비축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독일에서 제조하는 유리와 플라스틱, 석유화학 제품이 유럽 다른 제조업에 필수적인 원재료와 부품이 된다는 점이다. 피해가 도미노처럼 번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일례로 독일 화학기업 바스프(BASF)는 가스 공급 부족으로 지난달 말부터 폐쇄 위기를 맞았는데, 바스프의 암모니아 생산이 중단되면 비료 제조 부문이 타격을 입어 세계적인 식량 위기를 부채질할 우려가 제기된다.
네덜란드에서 만드는 플라스틱 등의 물질도 독일산 암모니아와 아세틸렌에 의존한다. 이것들은 배터리, 케이블 등 제조에 사용된다. 아세틸렌 역시 의학적으로도, 비료 원료로도 사용되는 중요한 물질이다.
귄터 외팅커 전 EU 에너지담당 집행위원은 "이번 사태는 특히 가스와 석유를 원료로 하는 석유화학 분야에서 범유럽 공급망을 붕괴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 구리, 세라믹 등의 생산에도 심각한 차질이 우려된다.
독일 보험사 알리안츠 SE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 회원국 경제라도 경기침체가 지속되면 EU 전체가 고통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일화학공업협회(VCI)에 따르면 독일이 수입하는 화학제품의 60% 이상이 다른 EU 회원국으로부터 수입되고 있다. 독일은 또한 화학제품 수출의 대부분을 EU 다른 산업체에 보낸다. 화학 부문은 독일 전체 산업용 가스 사용량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독일 법률은 가스 공급량이 줄어들 경우 가정과 병원 등 기관에 우선권을 부여하고 있어 산업 부문은 가장 먼저 배급제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는 게 재계의 큰 우려다.
이 같은 물질 제조 공장은 일 년 중 몇 주를 제외하고 대부분 24시간 가동된다고 유럽 비료생산업체를 대표하는 무역단체 제이콥 한센 국장은 설명했다. 제조 공정에 수반되는 열과 압력 유지를 위해 75% 이상 지속적인 용량으로 공장을 가동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현재 각 기업과 협회는 가스 배급제가 실시될 경우 우선 배분을 받기 위해 정부와 의회에 열심히 로비 중인 것으로도 전해진다.
딜로이트 컨설팅의 암스테르담 파트너 루드슈메인크는 "가스 부족으로 플라스틱 제조에 영향이 미치면 자동차나 운동화 생산이 지연될 수 있다"며 "이런 식으로 공급 부족이 가치사슬을 타고 내려와 더 악화한다"고 설명했다.
그야말로 유럽 산업과 경제 전반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EU 정상들은 에너지 공급처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아제르바이잔 바쿠를 찾아 가스 공급 증량을 합의했고,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제는 알제리로 날아가 압델마지드 테분 대통령으로부터 증량 합의를 받아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을 파리로 초청해 디젤 공급계약 합의를 성사시킨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러시아산 공급 부족분을 메우기엔 역부족이라고 파티흐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AE) 사무총장은 평가했다. 비롤 총장은 IAE 사보에 "노르웨이와 아제르바이잔에서 가스 공급을 최대 용량으로 받고, 북아프리카에서도 지난해 수준의 가스를 공급받고, 유럽 내 자체 가스 생산이 최근 추세대로 이어지고, 액화천연가스(LNG) 유입이 올해 상반기처럼 사상 최대 속도로 증가하더라도 러시아산 물량을 다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실었다.
유럽과 미국은 각지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유럽 공급이라도 늘려보려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설상가상 이맘때 흔한 열대성 폭풍으로 LNG 운송 역시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WSJ는 부연했다.
노르웨이 화학유조선회사 스톨트닐슨의 스톨타벤터미널 사장은 가이 베산트는 "미국에 공급망 이슈를 야기하는 허리케인 시즌으로 접어들고 있다"며 "현재 시장은 뜨겁다. 그리고 화학 물질 저장을 위한 남은 용량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sabi@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무보험 아반떼, 6억 람보르기니에 쾅"…"얼마 물어내야?" 동네가 발칵
- '통아저씨' 이양승 "70년전 친모, 시부 몹쓸짓에 나 버리고 가출"
- "브라톱 입었다고 헬스장서 쫓겨나…알몸도 아니었다" 발끈한 인플루언서
- "결혼식에 남편쪽 하객 1명도 안 와, 사기 결혼 의심" 아내 폭로
- "내 땅에 이상한 무덤이"…파 보니 얼굴뼈 으스러진 백골시신
- '박수홍 아내' 김다예, 백일해 미접종 사진사 지적 비판에 "단체 활동 자제"
- '나는솔로' 23기 정숙, 조건만남 절도 의혹에 "피해준적 없다"
- 박명수, 이효리 이사선물로 670만원 공기청정기 요구에 "우리집도 국산"
- 짧은 치마 입은 여성 졸졸 쫓아간 남성, 사진 찍고 차량 틈에서 음란행위
- "오빠~ 아기 나와요"…'최애 가수' 콘서트장서 출산한 여성 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