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대 특별 대출에 2만명 몰렸다.. 대출받으려 신용 점수 깎기 꼼수도 등장
919점 이하 허들에 일부 고신용자 "카드론·현금서비스 받아 신용 점수 깎자"
“신용점수가 예상보다 높게 나와서 대출(특례 보증)을 못 받게 생겼네요. 나이스(NICE) 기준 신용점수 950점대인데, 점수 떨어뜨릴 방법 좀 알려주세요.”
“오늘 신청 넣으니 신용점수 919점 이상이라 자격 안 된다고 나오네요. 점수 떨어뜨리고 다시 신청해볼까요? 조언 좀...”
“사장님, 현금서비스를 받으면 다음날 바로 점수에 반영되더라고요. 저는 현금서비스 600만원 받으니 바로 100점 빠졌어요.”
“카드론이 직빵입니다. 카드론 받고 희망플러스 실행 후 카드론 철회하세요.”
지난 18일 소상공인 대상 초저금리 대출인 ‘희망플러스 특례보증’에 하루에만 소상공인 신청자가 2만명 가까이 몰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은 보증 한도가 증액되고 지원 대상이 확대된 첫날이었다.
금리 인상기에 1년간 1%대 저금리로 대출받을 기회다 보니, 첫날부터 관심이 집중됐다. 신청자가 몰리면서 신용보증재단중앙회 신청 홈페이지와 각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은 접속이 지연되고 마비되는 등 진통을 겪었다.
19일 신용보증재단중앙회에 따르면 전날 ‘희망플러스 특례보증’ 신청 건수는 1만8000건으로 집계됐다. 중앙회 관계자는 “특례보증 한도를 증액해 신청을 받은 첫 날이다 보니 고객이 과도하게 몰렸다”면서 “오전 9시 전후로 자동 스크래핑(정보 수집) 조회가 늦어지는 현상이 있었다”고 밝혔다.
‘희망플러스 특례보증’은 중소기업벤처부와 신용보증재단중앙회의 주도로 코로나19 장기화로 피해를 본 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운전자금을 2000만원 한도로 1년간 금리 1% 이내로 대출해주는 특별 융자 지원 프로그램이다.
KB국민·IBK기업·농협·신한·우리·하나 등 시중은행 6곳과 BNK경남·광주·DGB대구·BNK부산·전북 등 지방은행 5곳에서 신청을 받는다.
신용점수가 919점을 넘는 고(高) 신용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신용점수를 일시적으로 낮추려는 ‘꼼수’도 등장했다. 희망플러스 특례보증을 받으려면 보증신청일 기준 대표자 개인 신용평점이 745점 이상 919점 이하(옛 개인CB등급 2~5등급)여야 한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회원 109만여명을 보유한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고신용 사장님들의 ‘신용점수 낮추는 방법’을 비롯한 희망플러스 특례보증에 관한 문의 글이 급증했다.
이곳에서는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을 받아 개인 신용점수를 일시적으로 낮추고 나서 특례보증 신청 자격에 맞추고 대출을 신청한 뒤, 앞서 받은 카드론은 14일 이내 철회하면 된다는 구체적인 방안 등이 공유됐다. 해당 방법으로 대출 신청을 통과한 사람들이 화면을 캡처한 인증 사진도 속속 올라왔다.
희망플러스 특례보증은 1000만원이 증액돼 총 대출 한도가 2000만원이다. 1%대 대출로 이자 부담을 낮출 수 있는 금액은 연 150만원이 안 된다. 그럼에도 소상공인 사이에서 대출 한도가 적어도 금리 혜택이 크기 때문에 일단 받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현재 시중은행이 취급하는 자영업자 대상 신용대출(신용점수 800점대)은 연 6.5%를 웃돈다. 개인사업자 장기분할대출 상품의 경우 변동금리 최저 연 4.78%부터 최고 연 10.05%인 점 등을 감안하면 금리 연 1%대 대출 상품은 찾아볼 수 없다.
한 개인사업자는 “신용점수가 높은 사업자도 치솟는 대출 금리와 물가 탓에 힘들기는 마찬가지인데, 신용점수가 높다는 이유로 혜택을 못 받는 것은 역차별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소상공인은 “당장 자금이 필요한 게 아닌데 너도나도 일단 ‘희망플러스 특례보증’을 받아둬야 한다는 분위기가 생겨 당황스럽다”고 전했다.
신용보증재단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18일 신청자 1만8000건 가운데 약 90%는 대출 신청 절차를 통과했다. 신용보증재단중앙회 관계자는 “특례 보증 한도(3조8000억원 규모)는 19일 오전 기준 여유가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신용보증재단중앙회는 ‘희망플러스 특례보증’을 처음 출시한 지난 1월 24일부터 3월 21일까지 7만4461개 업체(중신용 소기업·소상공인)에 7441억원을 지원했다.
업종별로는 음식·숙박업(36.9%)이 가장 많았고, 도소매업(26.7%), 서비스업(21.1%) 등의 순이었다. 창업 후 5년 미만 사업자가 51.2%로 절반 이상이었고, 이어 5년 이상 10년 미만은 28.4%, 10년 이상은 20.4%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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