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7만명대..정부 "과학방역" 외치지만 대책은 '..'
기존 지원책 줄이고 개인의 책임 확대
"의료취약계층 방치하는 것" 목소리도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80여일 만에 다시 7만명대로 진입하면서 본격적으로 ‘6차 대유행’이 시작됐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과학방역’과 ‘자율방역’을 내세워 기존 방역 지원책은 축소한 채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방역수칙 이행률이 떨어져 유행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7만3582명으로 1주일 전인 지난 12일(3만7347명)의 1.97배로 급증했다. 7만명대 확진자가 나온 건 지난 4월27일 이후 83일 만이다. 지난주(10~16일) 일평균 확진자는 3만2865명으로 전주 대비 105.6% 증가했다. 확진자 1명이 몇명을 감염시키는지를 나타내는 감염재생산지수는 1.58로 지난주(1.40)보다 상승했다. 이 지수가 ‘1’ 이상이면 유행 확산을 의미한다.
유행세는 당초 예측보다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일주일 사이 확진자 수가 2배로 증가하는 ‘더블링’ 현상이 보름 넘게 지속되고 있어, 이 유행 속도라면 7월 말에는 15만명대를 웃돌 수 있다. 지난 13일 방대본은 유행 예측모델링에 따라 7월 말 2만~3만명대를 예상한 바 있으나, 이미 그 규모를 넘어섰다. 방대본은 이날 “확진자 발생은 8월 중 10만명대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고, 8월 중순이나 말쯤 20만~28만명 규모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새로운 예측결과를 발표했다.
임숙영 방대본 상황총괄단장은 “유행이 빨라진 원인은 전파속도가 빠르고 면역회피의 가능성이 높은 BA.5 변이가 국내에서 꾸준히 증가하는 점, 자연감염·백신접종으로 얻은 면역 감소시기가 도래한 점,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방역 긴장도가 어느 정도 완화하는 움직임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실제 BA.5의 지난주 국내감염 사례 점유율은 47.2%로 직전 주보다 23.5%포인트 급증했다. 해외유입 사례와 합치면 점유율은 52.0%에 달한다. 조만간 국내 우세종(국내감염 사례의 50% 이상)화할 것으로 보인다. ‘켄타우로스’로 불리는 전파력이 막강한 BA.2.75는 지난 14일 1건 최초 확인된 후 추가 검출 사례는 없다. 변이 검출률은 주간 전체 확진자 가운데 대략 2000~4000명의 유전체만 따로 뽑아 분석하는 것이라서 전수조사 결과는 아니다. BA.2.75 최초 감염자가 해외여행 이력이 없는 만큼 지역사회에 퍼져 있을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 최초 확진일에서 45일이 지난 뒤 재확진을 가리키는 ‘재감염 추정사례’도 지난 10일 기준 7만7200명에 달한다. 이중 2회 감염자는 7만7092명, 3회 감염자는 108명이다. 지난주 주간 재감염 추정사례 비율은 2.88%로 전주(2.86%)보다 소폭 상승했다.
정부의 방역대응은 ‘과학방역’과 ‘자율방역’으로 요약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우리 정부의 코로나 대응 기본 철학은 과학 방역”이라며 “과학 방역은 코로나 대응 의사결정 거버넌스가 전문가들에 의해 이뤄지고 과학적 증거에 기반해 예방과 치료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방역지표 및 의료체계 구축, 전문가 의견 수렴 등 방법론 측면에서 이전 정부와 달라진 것은 없다. 실체는 없는데 자꾸 구호만 외친다는 인상을 주면, 방역당국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자율방역’은 이전 유행 때와 확실히 다른 대응방식이다. 거리두기나 방역패스와 같은 시민들의 일상을 제약하는 조치는 쓰지 않는다. 백경란 질병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통제 중심의 국가주도의 방역은 지속 가능하지 못하고 또 우리가 지향할 목표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윤 정부가 새롭게 선택한 전략이라기보다는, 올초 오미크론 유행기를 거치며 이미 자율방역으로 옮겨가고 있었고 치명률이 낮아져 가능해진 측면도 있다.
문제는 일부 시민들에게 ‘자율방역’이 ‘각자도생’으로 해석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확진자의 7일 격리의무는 유지하면서도 생활지원비나 유급휴가 지원을 줄이고, 병·의원 외래진료비 중 환자 본인 부담금의 일부 지원을 없애면서 격리의무 준수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 18일 논평에서 “사실상 의료취약계층을 사지로 내몬 채 방치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과학방역을 내세우나 확진자 확산 상황에서 의료인력 확보, 병상 동원 등에서도 어떤 구체적 계획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자율방역은 개인 각자 활동의 이익과 위험을 평가해 이익이 더 큰 쪽을 선택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고, 이 평가를 합리적으로 할 수 있도록 과학적 지식에 근거한 행동지침을 만들어 제공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라면서 “또 위험을 크게 평가하면서도 여건이 안 갖춰져 어쩔 수 없이 활동에 나서는 사람을 더 안전하게 활동하도록, 또는 생계에 지장없이 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역시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했다.
확진자 수 증가에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 다만 치명률이 낮아졌다고 해도 확진 규모가 크면 인명피해도 늘 수밖에 없다. 지난주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는 전주 대비 각각 47.9%, 67.7% 늘었다.
거리두기와 같은 확산 억제책이 없는 만큼 실내 마스크 착용, 손씻기, ‘3밀’(밀접·밀집·밀폐) 환경 피하기, 자율적 거리 두기 등의 방역수칙 준수가 중요해졌지만 이행률은 떨어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꼽는 백신 접종률(60세 이상 32.4%)도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박혜경 방대본 방역지원단장은 방역조치 이행률을 높일 방안 질의에 “현장에서 실행·실천 가능하고 지속가능한 방역수칙에 대해서 꼼꼼히 검토해서 국민들께 안내해드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관계부처, 지자체를 통해서 이러한 방역수칙이 이행될 수 있는 제도와 환경을 마련할 수 있도록 협조를 적극적으로 요청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개인방역 6대 수칙 >
○ 코로나19 예방접종 완료하기
○입, 코를 가리는 올바른 마스크 착용, 실내 음식물 섭취 등 마스크를 벗는 시간은 가능한 짧게
○30초 비누로 손 씻기, 기침은 옷소매에
○1일 3회(회당 10분) 이상 환기, 다빈도 접촉부위 1일 1회 이상 주기적 소독
○사적 모임의 규모와 시간은 가능한 최소화하기
○코로나19 증상 발생시 진료받고 집에 머물며 다른 사람과 접촉 최소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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