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훈 "이재명發 '분당' 가능성 높다..지금이라도 자진사퇴"[인터뷰]
"선거 패배·사법 리스크·박지현 책임져야"
"李 의식한 당내 문화 개선"..백가쟁명 강조
컷오프 후 '반명 단일화' 형성.."통합 이뤄야"
[이데일리 이상원 기자] “이재명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분당이 될 위험성이 굉장히 높아질 겁니다. 이러한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본인은 당을 쇄신한다고 하는데 그 부분에서 바로 `분당의 위험성`이 있는 거죠. 지금이라도 자진사퇴하는 것이 본인을 위한, 당을 위한 길입니다.”
`친문`(친문재인)이자 `친낙`(친이낙연) 인사인 5선의 설훈(경기 부천시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한 뒤 “결국 분당이 되면 가장 피해를 입는 사람은 다음 대선을 준비하는 이 의원”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이 당권을 잡을 시 오는 2024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을 둘러싼 분열이 심화할 것이라는게 설 의원의 생각이다. 한 사람의 정치사를 돌아보면 앞날을 예단을 할 수 있다는 설 의원은 이 의원이 공천권을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특정 계파에 유리한 공천을 강행할 것이라고 했다. 그 `공천 학살`을 막을 수 있는 적임자로 자신을 지목했다.
설 의원은 “결국 공천 학살에 따른 분당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아야 한다”며 당내 `시스템 공천`의 확립을 거듭 강조하면서 “이 의원 체제 하에선 안 될 것이라 본다”고 단언했다.
`책임 지는 자세`를 당 대표의 덕목으로 꼽은 설 의원은 이 의원에게 책임은 끝내 찾아볼 수 없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설 의원은 지난 3·9 대선과 6·1 지방선거의 패배, 인천 계양을 지역의 무리한 공천과정을 이 의원의 `세 가지 잘못`이라고 했다. “출마가 곧 책임을 지는 것”이라는 이 의원의 발언에 그는 “출마는 곧 자신의 이익”이라며,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책임의 시작이라고 역설했다.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의 현재 거취도 이 의원에게 책임을 돌렸다. 박 전 위원장을 감당하기 어려운 당 대표의 위치에 올려놓은 것은 이 의원의 탓이라는 뜻이다.
민주당의 제1원칙인 `민주화`가 붕괴됐다고 평가한 설 의원은 백가쟁명(百家爭鳴) 문화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지목했다. 대선과 지방선거에 대한 평가와 민주당의 방향성을 허심탄회하게 논하기 위해 마련된 민주당 워크숍에서조차 의원들이 이 의원을 의식해 발언대에 나서지 않은 것을 지적했다.
워크숍에서도 `마중물`을 자처하며 먼저 발언대에 올랐던 그는 “민주당이 가장 민주당답지 못한 나날”이라며 “이 의원 때문에 말 못하는 당내 분위기를 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 정부에 맞서기 위한 강한 대안 야당이 되기 위해서도 “올바른 지도부 재건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을 위한, 이 의원에 의한` 민주당 형성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설 의원은 `이재명 체제`의 내부 분열은 곧 윤석열 정부를 향한 정밀 타격을 할 수 없게 만들 것이라 평가했다.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이라 불리는 강성 팬덤과 이 의원의 관계가 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내놨다. 설 의원은 “강성 팬덤의 내부 비판을 은근히 즐기는 것인지 `가끔 하지 마십시오`라는 정도에 그친다”며 “당에도 본인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민주당이 강성 지지자 생각 속에만 매몰된 것은 아닌지 걱정을 안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당내 우려에 설 의원은 `반(反)이재명 전선`이 형성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비경선 컷오프 후 이 의원과 이 의원을 지지하는 박주민 의원을 제외한 `단일화`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설 의원은 “이미 김민석 의원과는 힘을 합쳐 대응을 하자는 데 원칙적으로 동의했다”며 “`97 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 또한 그들 안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최종적으로 모두 단일화를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설 의원은 이 의원을 향해 마지막 당부를 전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과감하게 손을 들고 자진 사퇴를 용기와 결단이 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그다음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굉장히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상원 (prize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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