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공인인증서 넘긴 것은 청약통장 양도와 마찬가지"..'주택법 위반' 첫 판단

박용필 기자 2022. 7. 19.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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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주택청약 계좌와 연계된 공인인증서를 주고받은 행위도 주택법 위반이라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온라인 청약이 일반화된 현실에서 공인인증서를 넘긴 것은 청약통장을 양도한 것과 사실상 같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사기, 주택법 위반,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청약통장 브로커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의 일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에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6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신혼부부·다자녀가구·무주택자 등 아파트 특별공급 청약 신청 요건을 갖춘 사람들로부터 청약통장이나 공인인증서 등을 사들인 뒤 중개업자나 특공 청약 자격이 없는 이들에게 수억원을 받고 넘긴 혐의(주택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출 조건을 맞추기 위해 청약통장 양도자 명의로 임신확인서, 재직증명서 등을 위조한 혐의(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도 받았다. 청약이 불가능한 이의 청약통장 등을 청약이 가능한 것처럼 속여 판매한 혐의(사기)도 있다.

1심과 2심은 대부분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주택법 위반 혐의 중 공인인증서를 사들여 판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공인인증서는 주택법이 양수·양도를 금지한 ‘입주자저축 증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봤다. 공인인증서를 넘기는 행위가 실질적으로 청약통장을 넘기는 것과 동일하다도 하더라도, 공인인증서는 법조문이 명시적으로 양수·양도를 금지한 ‘증서’가 아니어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주택법이 공인인증서를 넘기는 것도 금지한다고 판단했다. 온라인 청약이 일반화돼 청약통장 없이 ‘공인인증서, 보안카드번호, 비밀번호’만으로 청약 신청이 가능한 시대 상황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청약저축 계좌에 접근할 수 있는 공인인증서를 넘기는 것도 입주자저축 증서에 관한 법률상·사실상 귀속주체를 변경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공인인증서를 주택법상 입주자저축 증서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주택 공급 질서 교란을 방지하고자 하는 입법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밝혔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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