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 에볼라 치사율 맞먹는 '마르부르크' 바이러스 감염 사례 첫 보고

박효재 기자 2022. 7. 1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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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사·구토로 입원 후 숨진 2명서 발견
평균 치사율 50%..인수 공통 전염병
치료제·백신 없어 WHO '경계 태세'
앙골라의 보건당국 요원이 2005년 4월20일 북부 위게의 마르부르크 출혈열 치료 병동 밖으로 폐기물을 나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에볼라 출혈열과 유사한 감염성 질환인 마르부르크 출혈열(MVD) 발병에 따른 사망 사례가 아프리카 가나에서 처음 보고됐다. MVD는 에볼라 출혈열처럼 치명률이 높고, 치료제나 백신도 개발되지 않았다. 가나 보건당국과 세계보건기구(WHO)는 MVD 대규모 확산 방지를 위한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이달 초 가나 남부 아샨티 지역에서 설사와 구토 증상을 보이며 병원에 입원한 뒤 숨진 2명의 혈액에서 마르부르크 바이러스가 발견됐다고 18일(현지시간) 가나 보건당국이 밝혔다. 가나에서는 최초 MVD 감염 사례로 지난해 기니에서 발견된 이후 서아프리카에서 확인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WHO는 아샨티 지역에 합동조사단을 파견하고 주변 고위험 국가에 경보를 발령했다. 또 감염자들이 생전 만난 90여명의 밀접 접촉자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아직 접촉자들에게서 특별한 증상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맷시디모 모에티 WHO 아프리카 지역 국장은 “가나 보건당국이 신속하게 대응한 덕분에 추가 발병을 막을 수 있었다”면서 “즉각적이고 단호한 조치가 없다면 쉽게 통제불능이 되는 질병이기 때문에 WHO는 대응을 위해 더 많은 자원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MVD의 평균 치사율은 약 50%다. 바이러스 종류와 감염 사후 관리에 따라 치사율은 90%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감염 초기엔 고열, 근육통, 심각한 두통을 겪는다. 보통 3일째부터 복통, 구토, 심한 설사, 경련 등이 나타난다. 감염 이후 5~7일 사이에 코, 잇몸 등에서 피가 나며 구토와 대변에도 혈액이 발견된다. 8~9일째 심각한 출혈로 인한 쇼크로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치명률을 낮추려면 수혈과 충분한 수분 섭취, 특정 증상 치료 외에는 방법이 없다.

MVD는 코로나19와 함께 대표적인 인수 공통 전염병으로 꼽힌다. 루세트 과일박쥐를 숙주로 삼으며 사람에게 전파되면 체액 교환이나 수혈로 감염이 이뤄진다. 1967년 독일의 마르부르크에서 처음 발견돼 이 지역 이름을 따라 불렸다. 당시 우간다에서 수입한 아프리카 녹색 원숭이를 다루던 마르부르크 연구소에서 31명의 감염자가 발생했고, 이 중 7명이 숨졌다.

현재로선 승인된 항바이러스 치료제나 백신도 없어 대규모로 확산되면 아프리카 지역 차원의 보건위기로 번질 수 있다. 그간 MVD 감염 사례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앙골라, 케냐 등 주로 아프리카 남·동부에 국한됐다. WHO는 MVD가 말라리아, 장티푸스 등 기타 바이러스성 출혈열과 임상적으로 구분하기 어려워 초기 진단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앙골라에서는 2005년 MVD로 200여 명이 숨졌다. 가나 보건당국은 박쥐 군체가 사는 동굴을 피하고, 모든 육류 제품을 먹기 전에는 철저히 익혀 먹으라고 당부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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