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 살해 후 영화 보며 시신과 함께 지낸 20대 남성 징역 30년 선고

이성 문제로 말다툼 중 홧김에 폭행 뒤 목 졸라 살해

고양=오명근 기자

동거 중인 애인을 살해하고 이틀 동안 시신을 방치한 2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제1형사부(부장 최종원)는 살인·특수상해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 A 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또 15년 동안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할 것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동거하던 애인을 살해한 뒤 태연하게 행동하는 등 참혹한 범행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데다 누범 기간 중 범죄를 저지름으로써 자신의 행동에 따른 결과를 예상하지 않고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 사건으로 인해 아무런 잘못 없는 피해자는 극도의 공포와 고통 속에서 생명을 빼앗겼고, 유족들 또한 피해자가 잔혹하게 살해당하면서 치유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입게 됐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유족들에게 용서를 구하지 않았고 유족들도 최대한 엄벌을 내려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 씨는 지난 3월4일 오후 10시30분쯤 경기 고양시 덕양구 한 오피스텔에서 동거하던 애인 B (24·여) 씨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B 씨와 술을 마시다가 이성 문제로 말다툼을 하던 중 B 씨가 “먹여주고 재워줬더니 모텔 값 아껴서 참 좋겠다. 저기 쿠션 위에서 자고 해 뜨자마자 집에서 나가”라고 말하자, 이에 화가 나 B 씨를 폭행하고 목 졸라 살해했다. A 씨는 범행 직후 B 씨의 시신을 이불로 덮고 방바닥에 방치해 놓은 채 넷플릭스에 접속해 영화를 감상하고 배달 음식과 함께 술을 마시는 등 태연하게 행동했다.

A 씨의 잔혹한 범죄 행각은 B 씨와 며칠째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가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드러났다.

사건이 발생한 지 2일이 지난 3월 6일 오후 10시 35분쯤 경찰이 B 씨의 집 현관문을 두드려도 아무런 응답이 없자 문을 강제로 뜯어내고 집안으로 들어가 방 안에서 숨진 B 씨와 술에 취해 누워있는 A 씨를 발견했다. 당시 경찰은 이틀 동안 시체와 한 공간에서 생활한 A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숨진 B 씨의 몸에서 폭행당한 흔적이 발견되는 등 A 씨가 평소에도 B 씨를 상습적으로 폭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지난 1월에도 B 씨가 집에서 친구와 사진을 찍었다는 이유로 화가 나 주먹으로 배를 때렸고, B 씨가 몸을 웅크리자 가슴과 옆구리를 추가로 때렸다. 또 며칠 뒤 이성 문제로 말다툼을 하다가 흥분한 A 씨는 B 씨를 침대 위로 넘어뜨린 후 올라 타 얼굴을 여러 차례 가격하고, 흉기로 B 씨의 옆구리를 찌르기도 했다.

앞서 A 씨는 버스에서 처음 본 15세 여학생을 끌고 가 유사성행위를 시키고, 행인들을 상대로 공갈, 상해, 재물손괴 등 각종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2년 6개월 형을 선고받고 지난 2021년 8월 출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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