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의 가족으로 사는 삶이 힘들다면 [별별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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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적장애 2급 남동생을 둔 대학생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저는 눈치를 많이 보고 살았어요. 아마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그리 곱지 않아서인 것 같아요. 사회에 적응이 힘든 동생을 보면서 제가 공부를 열심히 해 부모님께 효도를 해야겠다고 생각해왔어요. 그래서 지금은 명문대학을 다니면서 취업 준비 중입니다.
그런데 가끔 친구들이 제게 '왜 너는 동생 얘기는 많이 안 하느냐'고 물어봐요. 사실 저는 오랜 동네 친구들에게조차 동생 얘기를 한 적이 없어요. 동생 때문에 힘들어 죽고 싶었던 날들도 많았는데, 그걸 친구들한테 말하면 저를 버거워할까봐서요. 정말 힘들 땐 지적장애인 가족들이 가입된 카페의 익명 게시판에 고민을 올리고 위로 받는 게 전부입니다. 이정아(가명·24·대학생)
A. 이번 주 추천 콘텐츠
책 -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정아씨의 고민을 읽다 보니 참 마음이 무겁고 아립니다. 요즘 케이블 채널 ENA 수목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우영우) 신드롬으로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전보다 활발해지고 있음에도 그렇죠.
저는 누구보다도 이 문제는 당사자 가족들이 가장 공감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정아씨에게 류승연 작가의 책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을 추천합니다.
전직 기자이자 현직 장애 아이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류 작가는 14세 쌍둥이 수인이와 동환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출산 과정에서 겪은 뇌출혈의 후유증으로 동생 동환이는 발달장애인이 됐습니다. 이 책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함께 키우며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도 '나'를 지키며 살아온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책은 계속해서 "장애인들도 똑같은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다만 그들 마음 속에 우리와는 다르게 생각하는 어린왕자가 살고 있을 뿐이죠. "태어날 때부터 지구인이던 우리와 달리 먼 우주에서 온 듯 보이는 그들은 지구인의 생활양식을 매우 천천히 배워나가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물론 장애인 당사자 가족이라는 사실을 세상에 알리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당장 사람들은 정아씨의 동생을 '불쌍한 사람'으로 바라볼 수도 있죠. 혹은 '민폐 끼치는 사람'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볼 수도 있어요.
하지만 류 작가는 "내 스스로가 내 아들이 장애인이라는 사실에 너무 매몰돼 필요 이상으로 남을 의식하며 고개를 숙인 채 살았다"라고 말합니다. 사실 학교를 다녀보면 말썽꾸러기인 사내아이들 얼마나 많나요. 그런데 늘 장애인의 엄마들만 고개 숙인 죄인으로 살죠. 이에 류 작가는 "(이제는) 같은 반 엄마들을 만나면 '죄송합니다'가 아닌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하기로 했다"고 말합니다.
이렇듯 '콧대 높고, 당당하고, 자신감으로 충만한 자아가 배어 있던' 류 작가는 아들을 만나면서 "세상의 모든 작고 약하고 힘 없는 것들을 비로소 돌아볼 줄 알게 됐다"며 "장애인 아들은 누군가가 내려준 선물과도 같은 존재"라고 담담히 고백합니다. 류 작가의 고백을 통해 서로서로 연결됨을 느끼고 앞선 지혜를 나누고, 어깨를 토닥여주는 위로를 받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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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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