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대대적 규제 개선으로 '글로벌 플레이어' 만들겠다

금산분리 등 전통적 규제 대대적으로 손본다
금융업권 4대 분야, 9개 주요과제, 36개 세부과제 선별
은행도 가상자산 업무허용 기대
손보사·생보사 교차 자회사 탄생할 수도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규제혁신회의 출범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디지털시대 전환이라는 현실에 맞지 않는 일부 금산분리 규제 원칙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진 '빅블러' 시대에 맞게 과거의 금융규제가 금융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가로막지 않도록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걷어낸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19일 열린 제1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금융규제혁신 추진방향을 보고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6월부터 8개 금융권협회를 상대로 수요조사를 진행해, 234개 건의사항을 접수하고, 이를 토대로 4대 분야, 9개 주요과제, 36개 세부과제를 선별했다.

먼저 은행권은 각종 규제 탓에 불리한 환경에서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인 빅테크와 경쟁하고 있다며 규제 완화를 통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달라고 금융위에 건의했다.

은행권이 생활 서비스나 비금융 정보기술(IT) 서비스 등 신사업에 진출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게 골자다.

실제로 A은행은 사용자환경(UI/UX) 디자인회사, 부동산회사 등 생활서비스 업체 인수를 희망했지만, 은행법상 비금융회사 지분투자 제한(15% 이내)에 막혀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건의했다.

금융위는 이런 업계 건의를 반영해 금산분리 제도 개선, 비금융정보 활용 활성화 등을 통한 금융·비금융 간 서비스·데이터 융합 촉진을 첫 번째 과제로 꼽았다.

보험업권은 보험그룹 내 1사 1 라이선스 규제 완화와 헬스케어 서비스 활성화, 디지털기술을 활용한 보험모집 규제 개선 등을 주요 과제로 건의했다.

1사 1라이선스 규제가 완화되면 생명보험사가 손해보험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손보사가 생명보험 자회사를 설립하는 게 가능해질 것으로 보험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규제혁신회의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위는 가상자산, 조각투자 등 디지털 신산업과 관련해서도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등을 통해 균형 잡힌 규율체계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은행권에서는 가상자산 업무와 관련해 금융회사도 가상자산 관련 업무를 영위하게 해달라고 건의해 세부과제 중 하나로 채택됐다.

이와 함께 업무위탁, 실명 확인, 보험모집 규제 등을 개선해 외부자원 및 디지털 신기술 활용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주요 과제로 꼽혔다.

은행의 신용평가업무를 상거래 정보 활용이 가능한 플랫폼 업체에 위탁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 등이 대표적이다.

금융지주회사가 은행 고객 정보를 계열사 간 공유할 수 있도록 해 금융지주사 통합 앱에서 고객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게 해달라는 요구도 반영됐다.

금융위는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초까지 분과별 회의를 열어 작업계획을 확정하고 과제별로 검토 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금융산업이 역동적인 경제의 한 축을 이루며 발전해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규제가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며 "금융 규제 혁신의 목표는 우리 금융산업에서도 BTS와 같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선도하는 플레이어가 출현할 수 있도록 새로운 장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상관없이 글로벌 금융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금융회사와 빅테크 모두 디지털 혁신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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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지환 기자 viole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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