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파업·더블링..尹 정부, 복합위기 해법 찾을까

김미주 기자 2022. 7. 19.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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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신규 확진자 7만3582명 '더블링'
환율 1300원 대에 실물경제·수출 '빨간불'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 발등의 불

“(지지율 하락) 원인을 알면 어느 정부나 잘 해결했겠죠.”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최근 지지율 하락에 대해 한 말이다. 윤 대통령은 ‘국정수행 부정평가가 높게 나오는데 원인을 어떻게 보고 있나’라는 질문에 “원인은 언론이 잘 아시지 않습니까. 열심히 노력하는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출범 두 달을 넘긴 윤석열 정부가 30%대에 갇힌 지지율을 끌어 올리려면 경기침체·고물가와 코로나19 재확산을 포함한 복합위기 극복 해법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 같은 노동계 하투(夏鬪)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감염병 ‘과학 방역’ 효과 낼까

19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7만3582명으로 하루 전(2만6299명) 대비 2.8배 급증했다. 1주일 사이 확진자 수가 두 배로 증가하는 ‘더블링’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과학적 감염병 관리를 내세운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보다 중증·사망에 취약한 고위험군을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확진자 수가 계속 가파르게 증가하면 자율 방역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예측한 하루 최대 확진자(9~10월 20만6000명)를 웃도는 수준으로 재유행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많기 때문이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최선화 연구원은 지난 14일 발표한 수리모델링 유행 예측에서 감염재생산지수가 13일보다 30% 증가하면 확진자는 오는 27일 8만1267명에 이어 내달 10일에는 28만8546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파력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이 짧은 간격을 두고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방역당국의 고민을 키운다. 이미 우세종화 되어가고 있는 BA.5보다 BA.2.75의 전파력·면역회피능력이 더 강하다면 BA.5로 인한 유행 정점이 나타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BA.2.75로 인한 또 다른 정점이 나타나 ’쌍봉형‘ 유행이 될 가능성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된다.

확진자 증가에도 정부가 병의원 외래진료비 중 환자 본인 부담금을 확진자에게 부담하게 하거나 확진자 생활 지원비 대상을 축소한 걸 두고서도 논란이 많다. 참여연대는 논평에서 “정부가 환자에게 코로나19 병원비 부담을 전가하고 생활지원비 대상을 줄이는 정책은 사실상 의료취약계층을 사지로 내몬 채 방치하는 것”이라며 “과학방역을 내세운 정부가 의료인력 확보나 병상 동원 같은 구체적 계획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19일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이날 코스피는 7.73p(0.33%) 내린 2,367.52로 시작했다. 연합뉴스


● 고환율·고물가·고금리 3중 악재

코로나19 확산과 환율 급등은 한국 경제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원/달러 환율은 이미 1300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고환율 지속은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을 촉발해 높아진 물가 수준을 더 끌어올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수입물가지수는 원화 기준으로 전월 대비 0.5% 상승해 두 달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6.0% 급등해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지속되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압박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 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사상 처음 빅 스텝(한꺼번에 0.50%포인트 인상)에 나선 주요 배경 중 하나도 ‘환율 방어’였다. 이달 말 미국의 기준금리가 우리나라보다 더 높아지는 한·미 기준금리 역전이 현실이 되면 원화 가치 하락 압력은 더 커진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가 겹치면서 우리 실물경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고물가가 들이닥치면서 민간 소비마저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6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6.4로 5월(102.6)보다 6.2포인트 떨어져 2021년 2월(97.2) 이후 1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선인 100 아래로 내려갔다. 기준선 100을 밑돈다는 건 소비심리가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고금리로 기업의 투자 여력마저 줄어든다면 경기 침체로의 진입은 빨라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노력만으로 경기 침체를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경기회복,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 인상 추세 등 복잡한 변수가 실타래처럼 얽혀 있어 정부 고민이 깊다.

금속노조 현대삼호중공업지회 등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 노조원들이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현대 본사 앞에서 열린 공동요구안 전달식·공동투쟁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노동계 투쟁 본격화 국면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민이나 정부나 다 많이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며 대우조선 파업 현장에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어 이날 오전 주재한 국무회의에서도 “불법적이고 위협적인 방식을 동원하는 것은 더 이상 국민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 대응 가능성을 재차 시사했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은 임금 30% 인상과 단체교섭을 요구하며 이날로 48일째 농성 중이다.

야당은 공권력이 투입되면 제2의 쌍용차 사태로 비화될 수 있다고 비판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제2의 용산참사, 제2의 쌍용차 사태와 같은 참사가 예견된다”고 경고음을 울렸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윤 대통령이 불법 상황을 종식해야 한다고 하자마자 정부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파업 문제가 단순한 원·하청 간 노사 문제가 아니라 대우조선의 누적된 적자, 현대중공업과의 합병, 다단계 하청, 저임금 노동 구조 등 여러 가지가 복합된 문제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 정부가 이렇게 대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당권 주자인 박용진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원·하청 구조 등 근본적 문제 해결이 우리 노동시장과 산업현장에 필요함에도 이 부분은 외면하고 과거 이명박 정부 때 쌍용차 진압하듯 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오른손엔 한동훈, 왼손엔 이상민으로 대한민국을 검경 독재국가로 끌고 가겠다는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전국 금속노동조합은 이달 20일 총파업에 돌입한다. 금속노조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부가 노동시간을 늘리고 임금을 붙들어 매면서 노조를 파괴하고 있다”며 “산업재해를 줄이자는 사회적 합의, 중대재해처벌법의 힘을 빼려고 안달이 났고 긴축재정으로 사회복지를 무력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대를 역주행하는 정부의 폭주를 멈추고 끓어오르는 현장의 분노를 보이기 위해 금속노조 조합원은 85%의 압도적인 의지로 총파업을 결의했다. 정부가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위의 투쟁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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