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 투입하면 걷잡을 수 없다"..대우조선 '1도크' 100명 둘러싸
무거운 분위기 교섭장 10여명 배석..노, 임금 인상 한 발 양보
(거제=뉴스1) 강대한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며 파업 장기화로 시름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현장에 공권력 투입을 시사하면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날 오전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에서 무단 점거하고 있는 대우조선 내 1도크(건조 공간) 앞은 하청지회 조합원들 100여명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이들은 ‘여기 사람이 있다’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었다. 조합원들은 펼침막 아래 그늘에 자리를 잡고 일렬로 앉아 있었다. 이들의 맞은편에는 점거농성 중인 1도크가 있었다.
1도크 안으로는 20m 높이에서 고공농성 중인 조합원 6명과 철 구조물 속에 스스로 갇힌 부지회장 1명이 눈에 띄었다.
김형수 거통고하청지회장은 공권력 투입에 대해 “도대체 이 정부는 누굴 위한 정부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하청노동 삶이 어떠한지를 조금이라도 되돌아봤다면 이런 말을 못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1일 거제경찰서는 업무방해 등 혐의로 사용자측의 고소장을 받고 김 지회장과 부지회장 2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에서 한 차례 반려돼 보완 중이다. 22일까지 4번째 출석통보를 보내둔 상태다.
이에 대해 김 지회장은 “체포영장 발부에 대해 저희도 걱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되고 공권력이 투입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며 “정부가 산업은행에게 대화로 이 문제 해결하라고 조속히 촉구하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하청지회 조합원들은 “하청노동자 노동조합 권리를 인정하라” “빼앗긴 임금을 회복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원청노조)는 ‘하청노사의 교섭 7월19일 넘어가면 공멸이자 파국이다’는 내용으로 노보를 냈다. 대우지회는 “19일까지 교섭이 마무리가 되지 않으면 이번 사태로 원·하청 할 것 없이 상처를 입은 모든 구성원에게 씻을 수 없는 아픔을 남긴다는 사실을 상기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대우조선 하청 노·사는 이날 오전 11시 회사 서문금융센터 6층에서 교섭에 들어갔다. 현장은 다소 무거운 분위기 속에 노사 관계자 약 10명이 배석했다. 구체적인 교섭 내용을 알 수 없지만 하청지회에서 임금 인상폭을 대폭 줄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은 지난 15일부터 매일같이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교섭현장에서 만난 하청업체 관계자는 “20일까지 교섭을 완료해야 하계휴가 전 각 하청회사가 조합원들과 개별 교섭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청노조 관계자는 “이제 교섭을 진행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자세한 임금 인상률에 대해서는 노사 모두 말을 아꼈다. 김 지회장도 “명확하게 (노사간)입장 차이가 분명하다.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가 안을 제대로 가지고 나오지 않고 있다. 임금 부분은 원안을 고수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앞서 노조는 Δ임금 30%인상 Δ상여금 300% 인상 Δ노조 전임자 인정 Δ노조 사무실 제공 등을 요구하며 지난 6월2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같은달 18일부터 진수작업을 방해하다 22일부터는 대우조선 1도크를 점거한 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지난주 기준 대우조선의 누적 손실금액을 5700억원으로 추정했다. 하루에 매출 손실 259억원, 고정비 손실 57억원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거통고하청지회의 파업은 이날까지 48일째를 맞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불법적이고 위협적인 방식을 동원하는 것은 더이상 국민들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노사관계에 있어 노든 사든 불법은 방치되거나 용인되어선 안 된다”며 “국민이나 정부나 다 많이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행정안전부 장관과 경찰청장 후보자 등이 대우조선을 찾을 예정이다.
rok18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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