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前회장 "아베 피살, 통일교 본래 자리 벗어나 생긴 일"(종합)
일본 통일교 내 헌금 문제는 언급 없어.."난 담당자 아니었다"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김예나 기자 = 과거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하 가정연합)의 2인자로 불렸던 곽정환(84) 가정연합 전 세계회장이 "최근 아베 (신조 전) 총리 저격 사건은 안타깝게도 통일운동(통일교 활동)이 본래 있어야 할 자리에서 완전히 벗어났기 때문에 벌어진 사건"이라며 "이것이 진실"이라고 주장했다.
곽 전 회장은 19일 서울 종로구 코리아나호텔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통일교회에서 가장 오랫동안 최고위 지도자로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 아베 총리의 죽음에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교회 지도부는 책임을 회피할 생각을 하지 말고 하나님께 회개하고 일본 국민은 물론 모든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잘못을 스스로 드러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고 문선명 총재의 지시마저 거부한 교권 세력이 통일운동을 가로채 이 지경까지 만들었기 때문에 머리 숙여 애도를 표한다"고 추모의 뜻을 전했다.
곽 전 회장은 1958년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옛 통일교)에 입교했다. 천주평화연합 초대 의장, 세계일보 초대 사장, 프로축구팀 성남 일화 구단주 등 교단 최고위직을 거쳤으며 한국프로축구연맹 회장을 맡기도 했다.
고(故) 문선명 통일교 총재의 셋째아들인 문현진 씨 장인이기도 한 그는 현진 씨가 내부 갈등 끝에 교회에 등을 돌리면서 2009년 자신도 통일교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곽 전 회장은 이날 회견에서 아베 전 총리 살해범 야마가미 데쓰야(41)의 모친이 통일교 신도로서 실제 교단에 얼마나 헌금을 냈는지, 통일교회 내 활동은 어떠했는지 등 총격 살해사건의 배경으로 짐작해볼 만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1998년 문현진 씨가 부친에 이어 통일교 세계회장에 오른 뒤 교회 내 교권세력의 저항과 공격에 직면했고, 이는 모친인 한학자 현 총재, 형제들인 4남 문국진, 7남 문형진 씨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갈수록 거세졌다는 주장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곽 전 회장은 일본 통일교회에서 억 단위 등 과도한 헌금이 있는지, 이런 헌금행태가 아베 전 총리 살해사건과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 의견을 묻자 "일본에서 거둬들인 헌금이 얼마인지, 저는 담당자가 아니어서 전혀 모른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한국에도 (문선명) 총재님 성화(죽음) 이후에 (일본 헌금이) 많이 왔다고 생각한다. (경기) 청평에서 진행되는 건축공사가 돈이 엄청나게 들 텐데 어디서 오겠느냐 생각을 해봤는데, 구체적인 것은 모르겠다"고 했다.
다만 그는 인사말을 통해서는 "문(현진) 회장은 일본 교회를 현금을 만들어내는 '경제부대'에서 참된 가정 이상을 실천하고 확산하는 정상적인 섭리운동 조직으로 점진적으로 바꾸어 나가려 했다"면서 "출발부터 저항과 암초에 부딪혔고, 결국 그(현진씨)는 이후 일본에 더이상 손을 쓰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곽 전 회장은 일각에서 제기된 고 문선명 총재의 7남 문형진 씨가 이끄는 '생추어리 협회'가 아베 전 총리 총격사건과 관련이 있는지를 묻자 "이번 사건이 생츄어리 교회, 다시 말해 문형진을 따르는 사람들과 관련 있다는 것인데, 거기와 연관돼 있는지는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그는 일본 통일교회와 자민당 정치인들 관계에 대해 "우리 문선명 총재는 기시 노부스케 전 일본 수상과 가까웠다. 아베 수상의 외할아버지 아닌가. 외무상이었던 아베 수상의 아버지도 총재님하고 가까웠던 것으로 안다"고 기억했다.
이어 "분명 밝히고 싶은 것은 기시 전 수상이나 (아버지인) 아베 (전) 장관이나 총격으로 숨진 아베 전 수상이나 이런 분들과 정치적인 관계 이런 것은 전혀 아니다"라며 언론을 중심으로 제기돼온 통일교와 일본 자민당 간 유착관계 의혹을 부인했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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