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본 '폭염 격차'..더위는 '불평등한 재난'
[앵커]
2018년부터 폭염은 태풍, 홍수와 마찬가지로 법적인 '자연 재난'으로 분류됐습니다.
체계적인 예방과 대응이 필요하다는 건데 여전히 무방비로 더위에 노출된 사람들이 있습니다.
소득과 주거 형태 등에 따라 불평등하게 다가오는 폭염의 문제를 이예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삼복 더위를 피해 아이들은 물가로, 노인들은 그늘로 모여듭니다.
야외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피할 곳도 없습니다.
폭염이 불편하고 힘든 건 누구에게도 예외가 없지만 그 '정도'에 있어서는 분명히 차이가 존재합니다.
같은 하늘 아래서도 사는 곳에 따라 다르게 체감되는 폭염.
열화상 카메라를 띄워 확인해 봤습니다.
먼저 5년 전에 지어진 아파트 단지.
표면 온도가 평균 35도 안팎입니다.
[손승우/한국환경연구원 박사 : "빨간색은 조금 더 높고, 보라색은 조금 더 낮은 온도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인근 쪽방촌으로 향했더니 화면이 부쩍 더 빨개집니다.
50도대를 오르내리던 지붕의 표면 온도가 65도까지 치솟습니다.
같은 시각, 서울의 평균 기온은 29도였습니다.
[손승우/한국환경연구원 박사 : "신축 아파트는 고성능 콘크리트나 단열재도 사용해서 건물 자체의 열 차단 효과가 높다고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쪽방촌은 오래된 슬레이트나 균열이 간 콘크리트의 영향으로 볼 수 있고요."]
한국환경연구원 조사 결과 한여름 쪽방의 최고 온도는 34.9도, 단독주택이나 아파트보다 평균 3도 안팎 더 높았습니다.
5백여 명이 모여 사는 쪽방촌입니다.
두 집 건너 한집 꼴로 65살 이상 홀몸 노인이 살고 있습니다.
거동도 불편하고 일자리도 없다 보니 하루 종일 방안에서 폭염에 노출됩니다.
에어컨은커녕 냉장고도 충분치 않습니다.
[쪽방촌 주민/음성변조 : "(냉장고에 음식) 못 넣으면 상하죠. 바로 상하지."]
[쪽방촌 주민 : "(여름에 얼마나 더우세요?) 말로 표현할 수가 없죠. 나만 그런 게 아니니까 어쩔 수 없죠."]
정부는 쪽방촌을 상대로 매년 냉방기기 지원 사업을 벌입니다.
하지만 에어컨 설치율은 아직 30%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통로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쪽방촌 주민/음성변조 : "에어컨은 방에 있는 게 아니고 바깥에 있는데. 1층, 2층 하나씩 있는데 바깥에 있어서 그냥 통로만 시원한 거지."]
농촌 비닐하우스는 더 고통스럽습니다.
여름에는 내부 온도가 40도를 넘기기 일쑵니다.
이주노동자들 상당수가 이 안에서 일할 뿐 아니라 주거도 비닐하우스에서 해결합니다.
[베트남 노동자/음성변조 : "(일할 때 덥지 않아요?) 오 더워. 너무 더워요. 더워. (언제가 제일 더워요? 12시?) 네."]
그러다 보니 외국인 노동자의 온열 질환 발병률이 내국인 노동자의 4배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됩니다.
불법 가건물을 숙소로 쓸 경우 외국인을 고용 못 하도록 정부가 지난해부터 단속하겠다고 했는데, 현장은 별로 달라진 게 없습니다.
[김달성/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목사 : "일을 마치고 들어간 숙소는 역시 비닐하우스 안과 같이 찜통 같은 무더위 속에서..."]
저소득층의 온열 질환 발병률이 고소득층보다 2.8배나 높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사는 곳에 따라, 살림 형편에 따라, 폭염은 '불평등한' 재난이 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예린입니다.
항공취재:김성운 창조성/항공촬영:김도환/촬영기자:황종원 송혜성 최석규 김현민/영상편집:장수경/그래픽:이근희 김정현 최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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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린 기자 (eyeri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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