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새출발기금 출연 얼마나..'2분기 실적 발표' 부담

최희진 기자 2022. 7. 19.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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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금융 부문 민생안정 과제 추진현황 및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취약 차주(대출받은 사람)의 채무조정을 위해 조성하는 ‘새출발기금’을 두고, 은행들이 자금을 얼마나 출연해야 하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국이 은행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금융지주사들의 2분기 실적이 곧 발표된다는 점이 은행으로선 부담스럽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4일 발표한 ‘금융 부문 민생안정 과제 추진현황 및 과제’에서 새출발기금을 조성해 30조원 규모의 부실 채권을 매입하고 채무를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또 연체가 90일 이상인 차주에 대해서는 원금을 60~90% 감면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올해 1조1000억원 등 내년까지 3조6000억원을 출자해 기금을 조성한다고 설명했다. 금융회사의 기금 출연은 예정돼 있지 않다.

그러나 은행들은 언제든 정부가 출연을 요청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에도 시장 안정을 위해 금융회사들이 정부에 출연한 사례가 있어서다. 일례로 당국은 코로나 19 대유행이 시작되던 2020년 초 금융권이 10조원, 증시 유관기관이 7600억원을 출연하는 ‘증시안정펀드’를 구상한 바 있다.

A은행 관계자는 “새출발기금의 재원에 대해 당국에서 들은 바가 없어 조심스럽긴 하지만, 은행이 출연해야 한다면 자산 규모별로 액수가 정해지지 않을까 싶다”며 “(당국은) 돈 나올 데가 은행밖에 없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금융지주사의 2분기 실적이 곧 발표된다. KB금융은 오는 21일, 신한지주와 하나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는 오는 22일 실적을 공개한다. 주요 은행들은 역대 최대의 분기 이자 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2분기 증권·채권 시장이 부진해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 증가세는 둔화했지만, 은행의 이자 이익 부문은 좋은 성적을 거둔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은 실적이 잘 나와도 웃을 수가 없는 처지다. 정부가 취약차주 지원과 관련해 은행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실적이 좋으면 정부가 은행을 더 강하게 압박할 명분이 생긴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이 은행의 ‘이자 장사’에 경고 메시지까지 보냈던 터라, 2분기 실적이 화려할수록 은행은 당국과 여론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B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금융 부문 민생 안정 대책을 이 타이밍에 내놓은 것도 은행의 실적 발표 시기를 다 고려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여야 정치인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은행이 신경쓰고 있는 부분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 금융권의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정치권 등에서 커질 수 있다”라며 “새출발기금을 포함해 민생 안정 대책의 재원 상당 부분을 금융권이 떠안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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