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케냐 귀화마라토너 오주한 잇단 기권 [이종세 칼럼]

이종세 2022. 7. 19.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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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올림픽 이어 올 세계대회도 중도 포기
지도자없이 혼자 훈련…성과 없고 상습음주
2시간5분대 유망선수…갈수록 쪼그라들어
육상연맹, 소속팀 청양군청은 “나 몰라라”

케냐 귀화 마라토너 오주한(34‧청양군청‧케냐명‧윌슨 로야나에 에루페)이 지난해 도쿄올림픽에 이어 18일(한국시간) 벌어진 제18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미국 유진)에서도 레이스 도중 기권한 것은 유망선수를 방치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육상국가대표 선수를 관리해야 할 대한육상경기연맹이나 소속팀 청양군청이 코치나 감독 등 지도자 없이 케냐 현지에서 혼자 훈련하도록 놔두었고, 오주한은 경기력 향상을 위한 노력은 커녕 평소 음주를 일삼아 스스로 조락(凋落)의 늪으로 빠져들고 말았다는 평가다.

작년 5월 스승 오창석 사망이후 두드러져

오주한은 2022 국제육상연맹 세계선수권 마라톤 레이스 도중 기권했다.
2015년 청양군청 육상팀에 입단, 2018년 9월 한국으로 귀화한 오주한은 2시간5분13초의 최고기록 보유자. 그가 망가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5월이다. 2011년 자신을 발굴해 한국 귀화에 이어 국가대표선수로 키워준 오창석(당시 59세) 백석대 교수가 아프리카 풍토병으로 의심되는 질병으로 사망하면서부터. 오 감독은 오주한이 2019년 10월 경주마라톤에서 2시간8분21초로 도쿄올림픽 국가대표로 선발되자 곧바로 해발 2300m의 케냐 고지대 캅타갓에 캠프를 차리고 올림픽 대비훈련에 돌입했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돼 케냐 전지훈련 기간도 길어졌고 오 감독은 작년 4월 비자 연장을 위해 일시 귀국했다가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5월5일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8월의 도쿄올림픽 남자마라톤을 3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대한육상연맹은 오 감독의 후임으로 케냐의 엘리자 무타이(43)를 오주한의 코치로 임명했으나 무타이는 고집이 센 오주한을 장악하지 못했고 오주한은 8월 8일 삿포로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마라톤에서 레이스 도중 15.6㎞ 지점에서 기권하고 말았다. 이날 오주한이 주저앉은 것은 허벅지 통증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훈련 부족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주간, 월간계획에 따라 훈련을 시켜온 오감독이 사망하자 오주한이 제대로 훈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문가 “훈련부족하면 허벅지 통증유발”

오주한은 지난 4월 열린 2022 서울국제마라톤에서도 2시간11분16초로 국내부 1위(국제부 11위)에 올라 국내부 2위를 한 박민호(23‧코오롱 2시간11분43초)를 27초 차로 제치고 이번 세계선수권대회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하지만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서울국제마라톤, 경주국제마라톤에서 2시간 5~6분대를 기록하며 6회연속 우승했던 오주한의 기록과 비교하면 매우 부진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이 또한 오주한이 지도자 없이 케냐에서 혼자 훈련한 결과다. 이 때문에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육상계에서는 “오주한이 이번 대회에서도 도쿄올림픽처럼 레이스중 기권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왔는데 그러한 예상이 적중하고 말았다.

오주한은 이날 63명이 뛴 세계선수권대회 남자마라톤에서 초반 8㎞ 지점까지는 선두그룹에서 달렸으나 이후 밀리기 시작해 24㎞ 지점을 1시간15분58초에 통과한 뒤 얼마 가지 않아 레이스를 포기했다. 차라리 선발전 2위를 한 박민호가 나갔다면 완주했을 가능성이 컸다. 지난해 8월 도쿄올림픽에서 오주한이 중도 포기할 때도 심종섭(31‧한전)은 완주. 49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었다. 아직 한국 선수 중 세계선수권대회 남자마라톤에서 메달을 수확한 선수는 없다. 1993년 독일 슈투트가르트대회에서 김재룡(56‧현 한전 감독)이 4위에 오른 게 최고 성적이다.

소속팀 청양군청 “계속 부진하면 연말 계약 해지”

지난해 8월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청양군청이 제작한 오주한 응원 포스터
오주한의 부진 원인이 대한육상연맹이나 소속팀 청양군청에도 있지만 선수 본인에게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케냐 현지 교민들에 따르면 “오주한이 훈련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음주를 일삼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주위에 오주한으로부터 수수료를 노리는 브로커까지 등장, 훈련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2015년부터 8년째 오주한에게 매년 1억2~3000만 원의 급여와 훈련비를 지원해온 청양군청은 “오주한이 오는 10월 경주국제마라톤에서 2시간8분대 이내의 기록을 수립하지 못하면 연말에 계약을 해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종세(용인대 객원교수‧전 동아일보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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