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김성태는 3개월, 이준석은 6개월..사법부 위 與 윤리위?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이준석 대표에게 ' 당원권 정지 6개월' 처분을 내린 지 열흘 만인 어제(18일) 다시 모였습니다. 올해 초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은 김성태·염동열 전 의원에 대한 징계를 심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미 사법부의 판단을 받은 사안인 만큼 이른 시간 안에 결과가 나올 거란 예상과 달리, 윤리위는 4시간 반가량 마라톤 회의를 이어갔습니다. 김성태 전 의원은 직접 출석해 1시간 정도 소명을 했고, 현재 구속 중인 염동열 전 의원의 대리인도 30분 동안 소명 절차를 거쳤습니다.
결론은 두 사람 모두 '당원권 정지 3개월'. 경찰 수사 중인 이준석 대표보다도 낮은 징계 수위에 여러 뒷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 김성태, '1심 무죄·당에 기여' 고려…당규도 이례적 해석
김성태 전 의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이던 2012년, 국정감사 기간 이석채 당시 KT 회장의 증인 채택을 무마해주는 대가로 딸의 정규직 채용이라는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 2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습니다.
당초 1심 법원은 소명이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이후 2심에서 유죄 판결로 뒤집힌 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습니다.
윤리위는 이 부분에 주목했습니다.
한 윤리위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1심과 2심에서 증거가 달라진 게 없는데, 2심이 범죄 사실을 인정했다"며 "사법부의 판단이 적절치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윤리위 관계자도 "(김 전 의원과 마찬가지로) KT에 취업 청탁이나 추천을 한 다른 사람은 전혀 수사받은 바가 없다"며 수사 배경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 시절 김 전 의원에 대한 검찰의 기소와 법원의 유죄 판결 자체에 의문이 있었지만, '재판 불복'까지 나아갈 순 없으니 이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징계를 결정했다는 겁니다.
의문은 또 있습니다.
국민의힘 당규에는 "뇌물수수, 직권남용 등 혐의로 최종심에서 형이 확정된 경우 '탈당 권유' 이상의 징계를 행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징계 특례가 있습니다. 당 안팎에서 자연스럽게 김 전 의원에 대한 '탈당 권유' 이상의 중징계를 예상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국민의힘 징계 수위는 경고→당원권 정지→탈당 권유→제명 순입니다.)
윤리위 관계자는 "어떻게 보면 당규를 예외적으로 해석한 것"이라며 "'탈당 권유 이상의 징계를 행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것이,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검찰 수사나 법원 판결이 윤리위가 징계 처분을 내리는 데 중요한 자료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게 윤리위 결정을 반드시 구속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윤리위는 특히 김 전 의원이 이번 대선 과정 막후에서 당에 공헌한 점과 '드루킹 특검' 당시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댓글 조작 범죄 사실을 드러나게 한 점 등을 충분히 고려한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 윤리위원회 징계사유
김성태 당원의 ▲그간 당에 대한 기여와 헌신 ▲청탁 혹은 추천을 하였던 다른 사람의 경우에는 검찰의 기소가 없었던 점 ▲확정 판결 사안과 관련하여 직권남용 및 업무방해 혐의에 대하여 불기소 처분이 있었던 점 ▲이후 위와 동일한 사안에 대하여 뇌물죄로 다시 기소되었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점 등의 사정이 있으나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위와 같이 징계를 의결하였다.
■ 염동열, 당규상 중징계 특례 사안 아냐…'정치적 수사' 판단
염동열 전 의원은 '강원랜드'에 지인이나 지지자 자녀 등을 부정하게 채용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업무 방해)로 지난 3월, 징역 1년의 실형이 확정됐습니다. 함께 기소된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6년 만에 최종 무죄 판결을 받은 것과 대조됩니다.
윤리위 관계자는 "염 전 의원의 경우 일단 죄명이 (뇌물수수, 직권남용 등이 아닌) '업무방해'이기 때문에 '탈당 권유' 이상이 원칙이라는 당규상 특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뇌물수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김 전 의원과는 달리, 염 전 의원의 경우 국민의힘 당규에 의하더라도 중징계를 내릴 필요가 없었다는 설명입니다.
또 다른 윤리위 관계자는 "염 전 의원 사건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특별지시로 염 전 의원과 권성동 대행만 타깃(표적)이 돼 수사받은 사건"이라며 당시 정치적 배경을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해당 사건에 대한 춘천지검의 최초 수사 당시 두 사람은 기소되지 않았지만, 이 과정에 부당한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 제기로 검찰이 특별 수사단을 꾸려 전면 재수사에 나선 바 있습니다.
특히 염 전 의원의 경우 이미 실형을 선고받고 영월교도소에 수감 중이므로 당원권 정지 처분의 실익이 없고 다소 가혹한 측면이 있다는 점도 일부 고려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 윤리위원회 징계사유
염동열 당원은 징역 1년의 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되었으나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 방해죄에 대해선 무죄 판결을 받은 점 ▲추천인 명단에 친인척이나 전·현직 보좌진 및 여타 이해관계인이 단 한 명도 포함되어있지 않았던 점 ▲해당 행위가 폐광지역 자녀들에 대한 취업지원적 성격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여 위와 같이 징계를 의결하였다.
■ 이준석 '6개월' vs 김성태·염동열 '3개월'…형평성 논란?
공교롭게도 지난 4월 두 사람과 동시에 이준석 대표에 대한 징계 절차도 개시됐습니다. 판단의 시기와 수위를 놓고 비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헌·당규의 적용은 원천적으로 자의적일 수밖에 없다"며 "이번 윤리위의 판단은 분명 논란의 여지가 있으며, 당 대표 징계와 맞물려 큰 파장이 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염 전 의원이 권성동 직무대행과 동일한 사건에 연루됐기 때문에 윤리위가 무거운 징계를 내리는 데 부담감을 느낀 게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됐습니다.
반면 윤리위는 '사건의 독립성'을 강조합니다.
윤리위 관계자는 "회의 과정에서 정치적 판단을 최대한 배제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이준석 대표에 대해 6개월 당원권 정지 처분을 했는데 김성태·염동열 전 의원에 대해 3개월 당원권 정지 처분을 할 순 없다거나, 최소한 6개월에 맞추거나 그 이상을 해야 한다는 건 정치적 판단"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당내 사법기구인 윤리위가 법원의 판단보다는 당시 정치적 상황을 많이 고려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정치적 판단이라기보단 정황에 대한 이해"라며 "위원회의 직무에 맞게끔 독립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두 사람에 대한 징계가 너무 가혹하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오늘 오전 SNS를 통해 "이미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면서 정당법상 당원권 자격을 상실한 두 의원에게 당원권 정지 처분을 내린 것은 누가 봐도 이상한 결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정치보복 수사의 희생양인 두 분을 세상이 바뀌었으면 이번 8.15 광복절에 사면을 해 주는 것이 같은 당 사람들의 도리"라면서 "오히려 당원권 정지라는 엉터리 결정을 하는 것은 정치 도리에도 맞지 않고 시체에 칼질하는 잔인한 짓"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최유경 기자 (6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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