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선택' 가족에겐 더 큰 상처..80% "내 탓 같아 우울"
기사내용 요약
2015~2021년 자살 심리부검 결과 발표
사망자, 가족관계·경제문제 등 동시 경험
사망자 10명 중 8명 생전 정신질환 겪어
[서울=뉴시스] 김남희 기자 = 극단적 선택으로 인한 사망자는 대부분 사망 전 죽음에 대한 언급 등 경고 신호를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남겨진 유가족의 80% 이상은 우울증상을 경험했으며 10명 중 6명은 극단 선택을 생각할 정도로 증세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015~2021년 7년간 실시한 자살 사망자 801명의 유족 952명에 대한 심리부검 면담 분석 결과를 19일 발표했다. 심리부검은 사망 전 자살자의 심리·행동 변화를 주변인의 진술과 기록을 기반으로 검토해 원인을 탐색하는 조치로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도 실시하고 있다.
심리 부검 대상은 신건강복지센터, 자살예방센터, 경찰 등을 통해 의뢰됐거나 유족이 직접 면담을 의뢰한 19세 이상 자살사망자다. 남성 542명(67.7%), 여성 259명(32.3%)이며 생애주기별로는 35~49세 사이 중년기(33.7%) 비율이 가장 높았다.
사망 당시 소득이 전혀 없거나(18.7%) 월평균 소득 100만 원 미만(22.1%)인 저소득층 비율이 전체 심리부검 대상자의 40.8%(327명)였고, 약 50%가 부채를 갖고 있었다.
자살 사망자 94%는 사망 전 경고신호를 보냈다. 사망자 1명당 평균 3.1개의 사건을 동시에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사건은 가족관계(60.4%), 경제문제(59.8%), 직업 스트레스(59.2%) 순으로 많았다.
스트레스 사건 발생 뒤 우울, 불안 등 정신건강 문제가 발생 또는 악화하여 자살에 이르는 공통점이 있었다. 자살사망자 801명 중 710명(88.6%)가 정신과 질환을 진단받았거나, 질환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전 연령층에서 우울장애가 82.1%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고, 물질 관련 및 중독장애(32.8%), 불안장애(22.4%)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중·장년기 자살사망자의 경우 약 12% 정도가 병·의원 외에 금융기관을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소윤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장은 "청년기, 노년기에 비해 중장년기의 경우 경제적 스트레스를 호소한 비율이 높은데 이런 부분이 사망 직전 금융기관 방문으로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 3명 중 1명(35.8%)이 생전 한 번 이상 자살을 시도했고 10명 중 1명(10.2%)는 자해 행동을 한 적이 있었다. 사망자가 자살로 가족 또는 친구를 잃은 경험이 있는 유족인 경우도 42.8%에 달했다.
자살 사망자의 유가족들은 극심한 심리적 스트레스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족의 83.3%는 우울 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 중 60.9%는 중증도 이상의 우울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오랜 기간 강렬하게 지속되는 슬픔·심리적 고통인 '복합비애'를 겪는 유족도 80.0%에 달했다.
유족 10명 중 6명(59.5%)은 면담 당시 자살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사별 기간이 3개월 이하(61.2%)로 짧거나 25개월 이상(61.5%)으로 긴 유족에게서 이런 생각을 하는 비율이 높았다.
심리부검 결과를 검수한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유족들의 경우 가족의 자살 직후 한 가족이 잘못해서 이런 일이 생겼다며 가족 갈등의 원인이 되거나 또다른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는데, 심리부검을 통해 당시의 상황을 정리함으로써 여러 원인에 의해 생긴 결과라는 걸 이해해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심리부검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향후 자살 예방 전략을 수립할 예정이다. 현재 강원, 광주, 인천에서만 실시하고 있는 자살유족원스톱지원사업을 2024년까지 전국으로 확대해 유족에 대한 사후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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