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사망자 94%는 사망 전 경고 신호를 보인다

민서영 기자 2022. 7. 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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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사망자 10명 중 9명 이상은 사망 전에 경고 신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사망자들은 가족·경제·직업 문제 등 평균 3.1개의 스트레스 사건을 겪었고, 36% 가량은 이미 1번 이상의 자살시도 경험이 있었다. 또 자살사망자의 유족 중 61%는 중증도 이상의 우울 상태를 겪었다.

경고 신호 보냈지만…75%의 유족은 인지 못해

복지부는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과 함께 최근 7년간(2015~2021) 자살사망자 801명과 유족 952명을 대상으로 심리부검 면담을 진행한 뒤 분석 결과를 19일 발표했다. 심리부검이란 사망 전 자살자의 심리 행동 양상과 변화 상태를 주변인의 진술과 기록을 기반으로 검토해 원인을 탐색하는 과정이다. 한국은 2015년부터 시행해왔다.

분석결과를 보면 자살사망자의 94.0%는 사망하기 3개월 전부터 언어·행동·정서 변화 등 자살 경고신호를 보였다. 그러나 75.0%는 유족이 이를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자들은 수치심과 외로움, 절망감, 무기력감, 화, 짜증 등 감정 상태의 변화를 가장 많이 보였다. 또 평소보다 덜 먹거나 더 먹어 체중이 감소·증가하기도 했다.

평균 3.1개 스트레스 사건 경험…50.3%가 사망 전 정신과 방문

자살사망자들은 사망하기 전 평균 3.1개의 스트레스 사건을 동시에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자녀 등 가족관계 관련 사건이 60.4%로 가장 많았고, 부채·수입 감소 등 경제 문제(59.8%), 동료 관계·실직 등 직업문제(59.2%)가 뒤를 이었다. 심리부검 대상인 자살사망자 801명 중 710명(88.6%)은 정신과 질환을 진단 받았거나 질환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자살사망자의 35.8%(287명)는 사망 전 과거 1회 이상 자살시도를 했던 경험이 있었고, 10.2%(82명)는 자해 행동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 전 3개월 이내 기관을 방문했던 자살사망자 중 50.3%는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고, 42.6%는 정신건강의학과가 아닌 병·의원을 방문했다. 특히 노년층이 정신과가 아닌 일반 병·의원을 찾는 비율이 78.6%로 가장 높았다. 중·장년기(35~64세) 자살사망자의 12%는 병·의원이 아닌 금융기관을 방문했다.

유족 60.9% ‘우울 중증’…10명 중 6명은 “자살 생각 있다”

심리부검 면담에 참여한 유족 952명 중 83.3%(793명)는 우울 증상을 경험했고, 이 중 60.9%(580명)는 중증도 이상의 우울 상태로 파악됐다. 특히 사별 기간이 3개월 이하로 짧은 유족인 경우(25.4%), 고인이 부모(28.0%)나 배우자(25.6%)인 경우 심각한 우울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 60%의 유족은 면담 당시 자살 생각이 있다고도 답했다. 이번 심리부검 대상인 자살사망자 801명 중 42.8%(343명)는 생존 당시 자살로 가족·지인을 잃은 자살 유족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자살 유족은 2019년부터 시행된 ‘자살 유족 원스톱 서비스’를 지원 받을 수 있다. 자살 사건을 인지하는 즉시 경찰서로 전담팀이 출동해 초기 대응부터 심리 지원, 법률·행정 지원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사업이다. 복지부는 현재 서울·인천·광주·대구·강원·세종·충남·충북·제주 지역에 시행하고 있는 서비스를 2024년까지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 영향 자살도 29명 포함…복지부,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 12월 중 수립 방침

2020년 1월 이후 자살사망한 132명 중 29명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경제적 변화가 사망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것으로 추정됐다. 29명 중 19명(65.5%)은 사망 전 직업 스트레스를, 23명(79.3%)은 경제 스트레스를 경험했다. 사업부진·실패를 겪은 경우는 9명으로 대부분 관광·문화·교육 산업 종사자였으며, 2명은 관련 산업의 실직자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업무부담이 크게 늘어 어려움을 겪은 자살사망자도 2명 있었다.

복지부는 이번 심리부검 분석 결과를 향후 자살 예방 전략 수립의 근거로 활용한다. 코로나19 시대 전 국민 정신건강 증진, 정신질환 조기 발견·치료, 자살 고위험군 사후관리 강화 등을 포함한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을 12월 중 수립할 계획이다.

황태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은 ”심리부검은 자살 원인에 대한 분석정보를 얻는 목적 외에도 유족의 건강한 애도를 도와 심리적 지지와 위안을 줄 수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자살 유족이 심리부검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와 함께 심리부검 면담사업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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