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피 싫어한다던데"..채용 때 MBTI 보는 기업 진짜 있다?
국내 기업들이 채용과정에서 가장 중시하는 요소는 '직무 관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성격유형검사 MBTI를 채용과정에서 활용하는 기업은 전체의 3%에 불과했다.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은 기업의 주된 채용결정 요소와 AI(인공지능) 면접, 채용과정에서의 MBTI(성격유형 검사의 일종) 활용 등 청년 구직자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을 실제 채용업무 담당자에게 질문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3월21일부터 5월2일까지 총 752개 기업 채용담당자에게 실시했다. 500대(매출액 기준) 기업 중 252개 기업과 중견기업 500개 등이다.
조사 결과 채용유형(신입직과 경력직)과 채용단계를 불문하고 기업들은 '직무 관련 근무경험'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평가했다. 반면 직무와 무관한 봉사활동이나 기자단·서포터즈 활동 등 단순 스펙은 취업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영민 숙명여대 교수는 "지난해 조사한 매출액 500대 기업과 마찬가지로 중견기업에서도 1순위 채용 기준을 '직무적합성'으로 꼽은 만큼 희망하는 직무와 관련된 경험과 능력을 쌓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탈락했던 기업에 재지원할 경우 △소신 있는 재지원 사유 제시 △탈락 이후 개선 노력 △해당 직무 적합성 등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답변이 나왔다.
500개 중견기업 중 320개 기업(64%)은 이전에 필기 또는 면접에서 탈락한 경험이 있는 구직자가 다시 지원하는 경우 이를 파악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가운데 60.6%(194개)는 "탈락 이력이 채용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라고 했다.
또 응답기업 752개 가운데 6.9%에 해당하는 52개사는 AI 면접을 실시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전체 기업의 4.1%인 31개사만 AI면접 결과를 결과에 반영하다고 했다.
매출액 500대 기업과 중견기업 모두 AI 면접을 채용과정 공정성과 채용업무의 효율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인식하지만, 평가의 정확성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요행 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영향으로 AI 면접 확산 여건이 조성됐지만 AI 면접이 단기간에 보편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성격유형검사 MBTI를 채용과정에서 활용한다고 응답한 기업은 전체의 3.1%인 23개 기업으로 나타났다. 또 채용시 MBTI 유형이 보통이상의 영향을 미친다고 답한 기업은 전체의 2.3%에 불과했다.
최근 일부 기업들이 채용과정에서 구직자의 MBTI 유형을 요구하고 특정 직무에서 특정 MBTI 유형을 선호 또는 배제한다는 구인광고가 등장하면서 취업준비 중인 청년들은 기업이 선호하거나 특정 직무에 부합하는 MBTI 유형을 얻기 위한 부담을 토로하기도 했다.
다만 MBTI 전문가는 채용도구로써 MBTI를 활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김재형 한국MBTI 연구소 연구부장은 "개인의 선천적인 경향을 측정하는 MBTI를 본래의 목적과 다르게 사용하면 결국 기업과 청년 구직자 모두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MBTI가 채용과정에서 평가도구로 활용되면 구직자들은 기업에 맞춰진 반응을 연기하는 등 진정성 없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MBTI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많은 청년들이 채용과정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이라며 "이번 청년채용이슈 조사가 청년의 채용정보 갈증을 해소하고 공정한 채용문화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청년 일경험 활성화 로드맵을 조속히 마련해 양질의 일경험 기회를 제공하겠다"며 "불합리한 채용관행을 개선하고 공정한 채용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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