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돈바스 재건에 北노동자 투입 가능성 시사..유엔 "제재 위반"(종합)

주북 러시아 대사 "북한과 경제협력 관계 정당"
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 부추기는 발언"

알렉산드로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과 임천일 북한 외무성 부상과 회담을 하고 있다.(주북러시아대사관 페이스북 갈무리)© 뉴스1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양은하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의 친러시아 지역에 인프라 등을 건설하기 위해 북한 노동자를 수용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18일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는 러시아 매체 이즈베스티야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북한이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을 공식 국가로 승인한 결정에 대해 "북한은 국제 무대에서 항상 양심에 따라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기술력이 높고 근면하며, 어려운 조건에서도 솔선해 일하는 북한 노동자는 파괴된 인프라나 시설 재건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체고라 대사는 옛 소련의 지원으로 건설한 많은 북한 공장과 기업들이 여전히 돈바스 지역의 슬라뱐스크와 크라마토르스트의 중공업 공장에서 생산한 설비를 사용하고 있다며 "북한이 돈바스에서 제조된 예비 부품 등을 구매하고 생산 시설을 재건하는 데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체고라 대사는 양측이 폭넓은 상품 거래를 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산 마그네사이트 클링커는 소련이 마리우폴 항구를 통해 수입한 주요 제품 중 하나였다"며 "이 제품은 이 지역의 모든 야금 공장의 용광로에서 내화재로 사용됐다"고 말했다.

마체고라 대사는 소련이 이전에 "북한으로는 도네츠크의 코크스탄,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에서 생산된 밀 등이 수출됐다"고 밝혔다.

마체고라 대사는 국제사회의 제재로 러시아와 북한의 무역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북한과의 경제관계가 절대적으로 정당하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측이 북한 노동자 투입 가능성을 시사하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로 활동 중인 에릭 펜턴 보크 조정관은 이날 보도된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해외에서 일하는 건 유엔 제재에 반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펜턴 보크 조정관은 마체고라 대사가 언급한 설비·장비 등의 대북 수출 또한 "제재 위반"이라며 "(러시아) 고위 외교관이 안보리에서 만장일치로 채택한 유엔제재 결의의 위반을 부추기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비판했다.

북한의 노동자 해외 파견은 지난 2017년 채택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제2397호에 따라 금지돼 있다. 이에 유엔은 모든 회원국들에 2019년 말까지 북한의 해외 파견 노동자들을 모두 본국으로 송환토록 했다.

그러나 현재도 중국·러시아를 비롯해 아프리카 국가 등지엔 최대 수만명 규모의 북한 노동자가 체류 중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입을 우려해 2020년 1월 말부터 '국경 봉쇄' 조치를 취한 사실 또한 이들 해외 파견 노동자들의 송환에 장애물이 됐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에선 유엔 제재 시행 이후 북한 국적자들에 발급한 취업비자 수는 크게 줄었으나, 학생·관광비자는 증가했다고 RFA가 전했다.

kxmxs41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