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나자니까" 전 애인의 스토킹..고통 벗어나게 해준 '이 곳'

김지현 기자 2022. 7. 1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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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도 휴학한 채 모든 일상을 포기한 A씨를 도운 건 서울 디지털성범죄 안심지원센터.

김선순 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센터가 개소 100일 만에 2600건 넘는 지원실적을 거둔 것은 그동안 이런 통합지원이 필요했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한다"며 "갈수록 신종 범죄가 확대 양상을 보이는 만큼, 디지털 성범죄로 고통받는 시민들이 빠르게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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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100일간 2637건 지원..피해자 20대·피해 유형 유포불안 1위
/삽화=이지혜 디자인기자

# 25세 A씨는 대학교 때 만난 남자친구 B씨에게 오랜 시간 스토킹을 당했다. 3년만에 연락한 B씨는 A씨가 만남을 거절하자 이전에 불법촬영한 사진을 친구들에게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카카오톡을 차단하고, 전화번호를 바꾸고, 이사도 했지만 B씨는 A씨를 끈질기게 따라다녔다.

학교도 휴학한 채 모든 일상을 포기한 A씨를 도운 건 서울 디지털성범죄 안심지원센터. 센터는 B씨에 대한 고소장을 작성하고, 유포 협박뿐 아니라 스토킹 범죄 처벌까지 받도록 경찰에 증거를 제시했다. A씨의 개명과 주민등록번호 변경도 지원했다. 결국 B씨는 지난 5월 경찰에 검거됐고, 재판이 진행 중이다. A씨는 센터로부터 심리상담을 받으며 천천히 회복하고 있다.
100일간 2637건 지원…가해자, 친밀한 관계 70%
피해자 A씨와 가해자 B씨의 카톡 내용 예시 /사진제공=서울시
서울시는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통합지원을 위해 지난 3월 문을 연 '서울 디지털성범죄 안심지원센터'가 개관 100일을 맞았다고 19일 밝혔다. 시에 따르면 지난 100일간 149명의 피해자가 센터에 도움을 요청했고, 총 2637건의 지원이 이뤄졌다.

구체적으로는 삭제지원 1160건, 피해지원 설계 및 모니터링 479건, 수사·법률지원 364건, 심리·치유지원 273건이었다. 특히 센터는 경찰과의 공조로 여자친구와의 성관계 영상을 불법촬영해 유포하려던 사례, 게임 중 청소년에게 접근해 사진을 받아내고 유포 협박한 사례 등 가해자 5명의 검거도 이끌어냈다.

지원을 받은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149명의 연령대는 20대가 50명(33.6%)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30대가 28명(18.8%), 아동·청소년이 22명(14.8%)이었다. 가해자는 애인 189건(26.1%), 채팅상대 189건(26.1%), 지인 104건(14.4%), 배우자 19건(2.6%) 순으로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범죄가 약 70%를 차지했다. 피해 유형은 △유포불안 545건 △불법촬영 348건 △유포·재유포 313건 △성적괴롭힘 139건 △스토킹 122건 순이었다.
"합성된 사진으로 협박·스토킹"…내년부터 AI 도입
서울 디지털성범죄 안심지원센터에서 지원한 피해 사례 유형 /자료제공=서울시
특히 최근에는 불법 촬영물이나 합성사진을 가지고 스토킹을 하거나 성적괴롭힘을 하는 사례가 두드러졌다. 아동·청소년의 경우 마음에 들지 않는 친구의 사진을 올려 신상정보를 유출하고, 사진을 합성해 불특정 다수에게 성희롱 대상으로 소비되도록 괴롭히는 사례가 많았다.

가령 중학생 C양(15)은 자신의 얼굴에 나체의 몸이 합성된 사진으로 익명의 다수가 성적 괴롭힘을 하는 것을 보고 괴로워 신고했다. 대학생 D씨(20)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의 계정과 유사하게 만들어 사진을 도용·합성한 후 n번방 영상물 등을 판매·홍보하는 것을 알게 돼 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한편 센터에서는 긴급 상담부터 영상물 삭제, 고소장 작성, 경찰서 진술지원, 법률·소송지원, 심리치료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지원받을 수 있다. 지난 5월부터는 한국여성변호사회, 한국상담심리학회, 보라매병원과 공동협약을 통해 법률자문, 심리치료도 지원하고 있다. 또 시는 서울기술연구원과 협업을 통해 전국 지자체 최초로 '인공지능(AI) 삭제지원 기술'을 개발해 내년 상반기부터 도입한다.

김선순 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센터가 개소 100일 만에 2600건 넘는 지원실적을 거둔 것은 그동안 이런 통합지원이 필요했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한다"며 "갈수록 신종 범죄가 확대 양상을 보이는 만큼, 디지털 성범죄로 고통받는 시민들이 빠르게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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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기자 flo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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