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국가부도 스리랑카, 신흥국으로 번지나
[앵커]
국가부도를 선언한 스리랑카에서 경제악화로 인한 혼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해외로 도피했고,식량과 연료가 부족한 스리랑카 국민들은 한때 대통령 관저 등을 점거한 채 반정부 시위를 벌였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조충제 박사님과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스리랑카의 경제상황 얼마나 심각합니까?
[답변]
스리랑카 수도이자 최대 도시인 콜롬보 주유소에 긴 줄이 현재 스리랑카의 경제상황을 잘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BBC 보도를 보았는데, 어떤 운전기사가 2주째, 5Km나 되는 줄을 서고 있었습니다.
전기도 공급되는 시간보다 단전 시간이 더 깁니다. 고물가에 식량난도 심각하고요.
의약품이 없어 수술도 못하고, 종이를 수입하지 못해 학생들이 시험도 못치고 있습니다.
지난 3월부터 스리랑카 경제가 무너져 가고 있습니다.
6월 물가가 지난해 대비 약 55% 올랐습니다.
1948년 독립이후 최대 경제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서민들의 생활은 물론 생존마저 위협받고 있습니다.
[앵커]
스리랑카 경제가 최근 몇 년동안 악화해왔다고는 하지만, 국가부도까지 난 이유는 무엇입니까?
[답변]
자동차 연료, 전기, 의약품, 식료품 등 대부분을 물자를 수입하려면 외환이 필요한데, 스리랑카의 외환보유고가 지난 3월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4월 스리랑카 정부는 국가부도사태, 디폴트를 선언했지요.
이렇게 외환이 부족한데는, 2019년 4월 부활절 수도 콜롬보에서 발생한 폭탄테러, 이어서 발생한 코로나 19로 관광수입과 해외근로자 송금액이 급감한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상품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입니다.
2018년 약 44억 달러를 기록했던 관광 수입이 2021년 2.6억 달러까지 급감했습니다.
하지만 외환보유고가 이렇게까지 급감하도록 방치한 스리랑카 정부의 잘못된 경제위기 관리도 비판받고 있습니다.
[앵커]
어떤 잘못된 경제위기 관리를 말씀하시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세요.
[답변]
2009년 30년간 계속된 내전이 종식되면서, 당시 스리랑카는 국제사회의 관심과 기대를 모았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와 직항편도 생기고요.
그런데 지난 13년간 제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수출산업 육성을 외쳤지만 수출이 정체된 가운데 수입만 지속 증가하면서 관광 수입 외에는 변변한 수출산업이 현재까지 없습니다.
불요불급한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를 외채로 추진한 것도 외환부족 사태를 악화시켰습니다.
특히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편승해서 사업성이 낮은 항만개발 사업 등을 무리하게 추진하여 외채 원리금 상환부담이 대폭 높아졌습니다.
여기에 유기농 산업육성 위해 2021년 돌연 화학비료 수입을 전면금지하자 농업생산이 급감해 수출이 급감하는 부작용을 겪기도 했습니다.
금융 및 외환 정책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비판받고 있습니다.
통상 외환이 부족하면 자연스럽게 자국 통화가치가 떨어지는 환율 하락을 통해 수출을 늘리는데, 스리랑카는 상대적으로 최근까지 고루피화 정책을 펼쳐오다, 지난 3월부터 급락하고 있습니다.
너무 늦었죠.
다시 말해, 수출 및 전략 산업, 대규모 개발사업, 외환관리 정책 등 여러 가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유탄이 떨어져 스리랑카가 지금 경제사회정치적으로 엄청 불안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앵커]
스리랑카 정부의 대책은 무엇인가요?
[답변]
사실 IMF와의 구제금융 협상을 빨리 마무리하고 긴급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대책이죠.
불요불급한 수입을 허용하지 않고, 저소득층 지원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현재 정부의 리더십 자체가 무너진 상황이라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습니다.
가급적 빨리 라자팍사 대통령, 위크레메싱게 총리를 대신할 새로운 리더십을 구축해서 IMF와의 협상을 진전시키고, 또 서민들의 생계를 지원해야 합니다.
외교적 노력과 함께 외채조정 등 해외로부터의 실질적인 경제적 지원도 확보해야 합니다.
인도는 올해 최근까지 연료, 식품, 비료, 의약품 등 총 40억 달러를 지원했습니다.
중국에게는 차관 만기 연장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국민들이 신뢰할만한 새로운 대통령, 총리, 재무장관 등이 확정되어야 가능한데, 이것이 현재까지 관측으로는 그렇게 낙관적이지 않아 보입니다.
일단 이 모든 과정은 국회, 국회의장에 의해 추진되어야 하는데, 구 정부를 대체할, 국민의 지지를 받는 새로운 인물이나 정치세력이 부재하고, 현 국회의장조차 라지팍사 전대통령 관계자로 분류되는 등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기 총선을 실시한다고 해도 시간이 꽤나 걸리고 낙관적인 결과를 현재로서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앵커]
그런데 경제위기가 스리랑카 뿐이 아니라는 게 더 큰 문제인 것 같은데요.
[답변]
스리랑카와 같이 경제의 펀더멘털, 기초체력이 약한 나라, 주로 개도국들의 경기위기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3월부터 이집트, 레바논, 파키스탄 등 세계 곳곳에서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중남미 국가인 페루, 코스타리카, 아르헨티나, 파나마 등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IMF총재는 최근 신흥국의 약 30%가 현재 빚더미 앉아 있거나 그에 가까운 상태라고 했습니다.
제2, 제3의 스리랑카 사태가 지구곳곳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특히 지난해 말로 코로나19 사태로 긴급 조치했던 저소득국 채무상환유예가 종료되었거든요.
거기에다 선진국들이 일제히 금리를 빠른 속도로 인상하고 있어, 개도국의 외화유출이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제사회는 하루 빨리 신흥국의 새로운 부채조정 메커니즘을 구축할 필요가 높아졌습니다.
G20가 하반기에 개최되면서 논의하겠지만 너무 늦으면 안 됩니다.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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