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면서 섬세한 코끼리의 '만능 코', 비밀은 주름진 피부

조홍섭 2022. 7. 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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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4m인 아프리카코끼리의 코는 길이가 1.5m에 이르는데 부드러운 나뭇잎을 훑거나 땅바닥에 떨어진 과자 조각을 집기도 하지만 큰 나무를 밀어 쓰러뜨리기도 하는 만능 도구다.

그러나 동물원 코끼리 코를 초고속 촬영하고 사체를 부검해 본 결과 단지 근육뿐 아니라 피부도 코의 다양한 기능을 발휘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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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코 균일하게 늘어나지 않고 망원경처럼 끝부터 늘여나가
깊은 주름 많은 코 등 쪽이 배 쪽보다 15% 잘 늘어나
뼈 없이 15만개 근육 다발로 이뤄진 만능 도구, 로봇 응용 기대
사육사로부터 사과 조각을 코로 받아먹는 아프리카코끼리. 코는 균일하지 않고 코의 끝과 입 부분, 등 쪽과 배 쪽이 다른 구조와 기능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앤드루 슐츠, 애덤 톰슨 제공.

키 4m인 아프리카코끼리의 코는 길이가 1.5m에 이르는데 부드러운 나뭇잎을 훑거나 땅바닥에 떨어진 과자 조각을 집기도 하지만 큰 나무를 밀어 쓰러뜨리기도 하는 만능 도구다. 물을 빨아들일 때는 콧구멍 지름을 30% 확장해 5.5ℓ의 물을 코로 들이키며 그 속도는 1초에 3ℓ로 그야말로 폭풍 흡입한다.

그러나 동물원 코끼리 코를 초고속 촬영하고 사체를 부검해 본 결과 단지 근육뿐 아니라 피부도 코의 다양한 기능을 발휘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앤드루 슐츠 미국 조지아공대 박사과정생 등은 19일 과학저널 ‘미 국립학술원회보(PNAS)’에 실린 논문에서 “코끼리 코는 균일하게 늘어나는 게 아니라 끝으로 갈수록 더 많이 늘어나며, 코의 바깥을 향한 등 쪽이 배 쪽보다 훨씬 잘 늘어난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이번 발견이 강하면서도 유연한 로봇 개발에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코끼리 코는 15만개의 근육 다발로 이뤄진 근육 덩이다. 사람의 혀나 문어의 팔과 마찬가지로 뼈가 없이 근육과 피부로 이뤄졌다. 그러나 애틀랜타 동물원의 아프리카코끼리 2마리를 대상으로 긴 탁자 끝에 먹을 것을 놓고 코끼리가 코를 뻗쳐 집어먹게 하는 실험을 했더니 혀나 문어 팔과 같으리라던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

사람의 혀나 문어의 팔과 달리 코끼리의 코는 길이가 일정한 게 아니라 필요에 따라 접었다 폈다 한다. 높은 먹이를 얻을 때 등에만 전체 코를 편다. 카멜레온의 혀에도 이런 기능이 있다. 앤드루 슐츠, 애덤 톰슨 제공.

먼저 간식을 먹느라 코를 길게 뻗으면서 코의 길이가 수컷은 20% 암컷은 13% 늘어났다. 그런데 코의 모든 부위가 비슷하게 늘어나지 않고 코끝으로 갈수록 많이 늘어났다. 연구자들은 “망원경의 경통을 빼거나 접이식 우산을 펴는 것처럼 코끼리는 코의 접힌 피부를 늘여 간다”고 밝혔다.

슐츠는 “필요할 때마다 코의 끝부분부터 차츰 늘여 가는데, 이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그는 “코끼리 코의 끝에는 1ℓ의 근육이 있지만 입 근처에는 그 양이 11∼15ℓ나 돼 도달하기 위해 꼭 필요하지 않으면 코를 끝까지 늘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코끼리의 코를 최대한 뻗도록 하는 실험에서 코의 등 쪽과 배 쪽이 늘어나는 길이가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조지아공대 유튜브 갈무리.

또 하나 뜻밖의 발견은 코끼리의 코의 등 쪽과 배 쪽이 늘어나는 길이가 다르다는 사실이다. 고속촬영해 코의 각 부분이 어떻게 늘어나는지 측정했더니 등 쪽이 더 많이 늘어났고 동물원에서 죽은 코끼리 코를 해부해 등 쪽 코 부위가 배 쪽보다 15% 더 잘 늘어나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에 참여한 이 대학 데이비드 후 교수는 “유연한 피부를 접은 것은 코끼리의 혁신”이라며 “코 등 쪽이 많이 접혀 있어 피부를 보호하고 무언가 집을 때 편하도록 아래로 쉽게 굽도록 한다”고 말했다.

거칠고 굵게 접힌 코 등 쪽과 잔주름이 많고 민감한 배 쪽은 전혀 다른 기능을 해 두 개의 코인 것 같다. 앤드루 슐츠, 애덤 톰슨 제공.

연구자들은 “코끼리는 마치 코가 2개 있는 것처럼 등 쪽과 배 쪽이 다른 기능을 한다”고 논문에 적었다. 깊은 주름이 잡힌 코 등 쪽은 거칠고 두꺼워 햇볕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고 나무를 밀거나 경쟁자와 싸울 때 충격을 완화해 준다. 코의 배 쪽은 잔주름이 많고 민감해 물건을 집을 때 미끄러지지 않고 물건을 부드럽게 옮기거나 감싸 쥐는 작은 동작도 거뜬히 한다.

연구자들은 코끼리와 달리 기계가 쉽게 구현할 수 없는 강하면서도 유연한 특성을 로봇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슐츠는 “생물학적 설계에서 영감을 얻은 부드러운 로봇은 언제나 근육운동을 기초로 삼는다”며 “만일 코끼리의 근육으로 가득 찬 코처럼 로봇을 보호용 피부로 감싼다면 유연하면서도 큰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용 논문: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DOI: 10.1073/pnas.2122563119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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