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태아가 2주간 몸속에"..美 낙태 금지법 후폭풍, 유산 치료도 차질

정채빈 기자 2022. 7. 1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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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미국 텍사스 등 10여개 주에서 낙태 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유산으로 인한 치료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다.

18일(현지 시각) CNN에 따르면 텍사스에 사는 뷰티 유튜버 겸 화장품 업체 ‘메이크업 긱’의 창업자 말레나 스텔(41)은 임신 9주차가 됐을 때 초음파 검사를 통해 태아의 심장 박동 소리가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유산 시에도 임신중절과 마찬가지로 ‘자궁경관 확장소파술(D&C)’이라는 수술을 한다. 스텔 또한 죽은 태아를 몸에서 꺼내기 위해 D&C 수술을 받으려 했으나 병원에서 거부당했다고 한다. 병원이 낙태 금지법에 따른 처벌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텍사스는 법적으로 임신 6주 이후 모든 낙태를 금지하고 있다.

이후 찾아간 병원도 수술을 거부했다. 결국 스텔은 2주 후에야 수술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았다. 스텔은 “죽은 태아가 몸속에 있는 동안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들었다”며 특히 “통증이 너무 심해 걷기도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이 이야기를 담은 18분 분량의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스텔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임신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일이 없을 남성들이 통과시킨 법 때문에 이런 대우를 받았다는 사실이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 임신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수술 지연으로) 감염될까봐 두렵고, 무슨 일이 일어나 내 첫 딸이 엄마 없이 남겨질까봐 걱정된다”고 답했다. 또 스텔은 친지들과 떨어지더라도 향후 임신을 시도할 수 있도록 텍사스에서 이사가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텍사스 댈러스-포스워스 지역에서 사는 어맨다(35)도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 유산의 아픔을 겪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병원에서 D&C 수술을 받았지만, 올해는 병원이 거부해 수술을 받을 수 없었다. 병원 측은 수술 거부 이유에 대해 낙태 금지법 때문이라고 밝히진 않았다.

병원은 어맨다에게 집으로 귀가하라고 알리며, 집에서 피를 너무 많이 흘릴 경우 한 시간에 한 번씩 기저귀를 갈아주라고만 했다. 그는 귀가 후 극심한 통증을 느껴 변기 위에 앉아 있었다고 한다. 이후 심한 출혈이 일어나 욕조에 누운 뒤 남편과 함께 손을 잡고 울었다고 한다.

어맨다는 “더 이상 임신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며 “텍사스에서의 임신은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NYT는 “유산 경험이 있거나 향후 그럴 위험이 있는 일부 여성들이 낙태를 금지하는 주에서 이주하는 것을 고려하거나 삶의 계획을 다시 생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일각에서 유산의 경우 법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법 관련 소통이 불명확하게 이뤄져 생긴 일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명확한 지침이 없어 의사와 병원이 낙태를 도왔다는 비판을 받을까봐 지레 겁부터 먹고 있다는 것이다. 텍사스대 스테픈 블라데크 법학 교수는 CNN에 “누구든 법정에 가서 어떤 의사가 낙태 수술을 한 것 같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태아가 유산됐다는 것을 (의사가) 증명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의사는 법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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