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외교장관 회담서 오간 이야기는..박진, 19일 기시다 예방 [외교가중계]

김선영 2022. 7. 1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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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일본 도쿄도 미나토구 소재 외무성 이쿠라공관에서 박진(왼쪽) 한국 외교부 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회담에 앞서 취재진 앞에서 인사를 나누려고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일 외교장관이 2017년 12월 이후 4년 7개월 만에 만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배상 문제의 조기 해결이 필요하다는데 뜻을 함께했다. 19일 박진 외교부 장관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를 예방해 윤석열 대통령의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전달하면서 양국 간 얽히고 설킨 실타래를 풀어나갈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한·일 “강제동원 조기 해결 필요”…구체적 의견 접근은 못한 듯

박진 외교부 장관은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과 전날 오후 도쿄에서 외교장관 회담 및 만찬을 갖고 양국 간 현안과 공동 관심사에 대해 논의했다. 박 장관은 “회담에서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해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가 이뤄지기 전에 바람직한 해결방안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한국 대법원은 2018년 10월과 11월에 각각 신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강제 동원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내용의 확정판결을 내렸지만 이들 피고 기업은 배상 책임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대법원이 이르면 오는 8∼9월쯤 두 기업에 대한 한국 내 강제적 자산 현금화(매각)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그 이전에 외교적 해법을 찾기 위해 한·일 외교수장이 만나 접점찾기에 나선 셈이다.

한국 외교부는 지난 4일 피해자 측 관계자, 학계·법조계·경제계 등 전문가, 전직 외교관 등이 참여한 민관협의회를 출범시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참가자들의 의견 청취에 집중하는 단계여서 해결안이 구체화하지 않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회담 후 “(박진 장관이 하야시 외무상에게) 민관협의회 주요 내용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며 “외교부 장관이 민관협의회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 자체에 의의가 있다. 일본 측은 경청하는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양국은 현금화는 안 된다는 인식을 엄중하게 공유한다”며 “현금화뿐 아니라 강제징용 문제의 궁극적 해결을 위해 일본과 협의를 계속하면서 해결책을 모색하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일본 외무성도 전날 회담 뒤 보도자료를 통해 “하야시 외무상이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 이후 구축해 온 한·일 우호 관계의 기반을 바탕으로 한·일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 옛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노동자’의 일본식 표현) 문제를 비롯한 한일 간 현안 해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양국 장관 간 직접 회담에서도 현금화 전 조기 문제 해결에 대한 인식을 공유했을 뿐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일본 기업의 사죄와 배상 방법 등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 접근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일본 도쿄도 미나토구 소재 외무성 이쿠라공관에서 박진 한국 외교부 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회담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수출규제 부당한 조치…철회하라”

회담에서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운용 정상화와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철회 문제도 논의됐다. 박 장관은 지소미아와 수출 규제 문제 등 한·일 간 여러 현안을 종합적으로 놓고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해 글로벌 공급망을 교란하는 영향을 준다”며 “이런 부당한 조치를 철회하라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일본 측이 어떻게 반응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는 위안부 피해자의 존엄 회복 방안 등 구체적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박 장관은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정신과 취지에 따라 양국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자고만 말했다. 1998년 10월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는 과거 한국을 식민 지배한 데 대한 일본의 ‘통절한 반성과 마음에서의 사죄’를 문서화한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채택한 바 있다.

이 밖에도 양 장관은 북한과의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유연하고 열린 외교적 접근을 추진해 나가기 위해 한·일 및 한·미·일간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양측은 최근 한반도 정세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며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양국 장관은 북한의 7차 핵실험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결의 등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며 중국과 러시아의 건설적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진, 기시다 예방…자민당 방문해 아베 조문도

박 장관은 최근 양국이 긴밀한 소통을 통해 김포-하네다 항공 노선을 재개하고 격리 면제 등 한·일 간 인적 교류 복원을 위한 조치를 이룬 점도 언급했다. 이어 그는 비자면제 등 교류 재활성화에 필요한 제도적 기반 정비를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가자고 일본 측에 전달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오늘(18일) 박진 장관이 일본을 방문한 것은 양국 외교장관 간 셔틀 회담 출범을 의미한다”며 “양국 정상 간 셔틀 외교 복원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20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방일한 박 장관은 이날 도쿄 총리관저를 방문해 기시다 총리를 예방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의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전날 일본 입국 직후 하네다공항에서 ‘내일(19일) 기시다 총리와 면담하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알고 있다”고 답했다. 교도통신도 “기시다 총리는 (19일) 오후쯤 박 장관과 면담하는 방향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박 장관은 이날 자민당 본부를 방문해 지난 8일 참의원 선거 유세 중 피격 사망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를 조문한 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자민당 간사장을 만날 예정이다. 박 장관은 전날 회담에 앞서 일본 국민이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별세에 따른 충격과 슬픔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길 기원한다는 뜻을 일본 측에 전달하기도 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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