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금산분리·전업주의 대못 뽑는다..금융규제 대수술(종합)

정옥주 2022. 7. 19.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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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업계 요청 중심으로 36개 추진과제 우선 선정
"금산분리 개선…업무범위·자회사 투자 제한 개선"
"전업주의 규제 합리화…금융상품중개 서비스 시범 운영"
"가상자산 국내ICO 허용 등 가상자산 제도 개선"
"신탁제도 개선·대체거래소 도입 추진 등으로 경쟁 촉진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금융당국이 국내 금융산업에서도 BTS와 같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선도하는 플레이어가 출현할 수 있도록 금융규제 '새 판 짜기'에 돌입했다.

금융위원회는 19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제1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디지털화, 빅블러 시대에 대응한 금융규제혁신 추진방향'을 공개했다. 이는 6~7월 전 금융권협회 수요조사 등을 통해 접수된 234개 건의사항 중 우선 4대 분야, 9개 주요과제, 36개 추진과제를 선정해 검토·추진키로 한 것이다.

금융위는 디지털화, 빅블러 현상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아날로그 시대에 만들어진 기존 금융규제들이 디지털 현실에 적합하게 기능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어, 금융산업이 신기술과 산업구조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정부와 시장이 함께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규제체계를 모색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금융규제혁신의 목표는 우리 금융산업에서도 'BTS'와 같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선도하는 플레이어가 출현할 수 있도록 새로운 장을 조성하는 것"이라며 "오프라인·온라인 상관없이, 금융회사·빅테크 모두 성장을 지원하고, 글로벌 금융회사가 할 수 있는 비니지스는 국내 금융회사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불가침의 성역없이 기존 규제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1차 검토가 이뤄진 주요 과제 5가지를 중점 추진하겠다"며 "금융회사의 디지털화를 가로막는 규제 개선, 전업주의 규제 합리화, 디지털 금융혁신을 위한 인프라 구축, 자본시장 인프라 정비, 감독·제재·검사 행정 개선" 등을 꼽았다.

먼저 최우선 과제로 금산분리 규제를 언급하고, 금융회사의 IT·플랫폼 관련 영업과 신기술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업무범위와 자회사 투자 제한을 개선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컨데 현재 A은행은 UI·UX디자인 회사, 부동산 등 생활서비스 업체 인수를 희망하고 있지만, 은행법상 비금융 회사에는 15% 이내 지분투자만 가능하다는 규제에 가로막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B은행은 음식배달중개 플랫폼 비즈니스 영위를 희망하고 있지만 부수업무로 인정받지 못해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해 임시 운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업무위탁, 실명확인, 보험모집 규제 등 개선을 통해 외부자원과 디지털 신기술 활용을 활성화하고,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와 온라인 예금·보험 중개플랫폼 등 다양한 사업모델이 가능한 유연한 규제체계 구축할 예정이다.

디지털 금융 혁신을 위한 신기술 활용 인프라 등도 구축한다. 마이데이터, 오픈뱅킹, 규제샌드박스 등 데이터,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활용 기반을 혁신한다.

가상자산, 조각투자 등 디지털 신산업의 책임 있는 성장을 유도하기 위한 균형 잡힌 규율체계도 정비한다. 이를 위해 국내 가상자산 발행(ICO)을 통해 가상자산업 영위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국내 ICO금지에 따라 해외에서만 ICO 진행되고 있다.

자본시장 선진화에도 나선다. 신탁 제도 개선, 대체거래소(ATS) 도입 등을 통해 자본시장 참여자들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경쟁을 촉진한다. 자본시장 제도 정비 등을 통한 투자 수요를 활성화하고, 상장사 등 일반기업의 회계, 감사, 상장유지 등의 부담을 완화할 계획이다. 이는 내년부터 모든 상장사에 대해 내부회계 관리제도 외부감사가 실시, 소규모 상장사는 효과 대비 부담이 과다하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혁신의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금융감독 행정도 개선한다. 행정지도와 감독·제재·검사 관행을 재검토해 개선하고, 금융 영토 확대를 위한 금융회사의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규제혁신회의 의장으로 선임된 박병원 전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은 "모든 정부에서 규제혁신을 강조하지만 현장 체감도가 낮은 이유는 목표가 아니라 방법이 잘못됐기 때문"이라며 "성공적인 규제혁신을 위해서는 규제 담당 부처가 아닌 민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금융규제혁신이 현장에서 체감되기 위해서는 금감원 소관 규제혁신이 관건"이라며 "금감원이 적극적으로 규제혁신에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이날 회의에서는 '금산분리 규제의 과제와 전망'에 대해 참석자들간 논의가 이뤄졌다.

정순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제의 디지털화에 대응하기 위한 금융회사의 기능 확대라는 관점에서 금융회사의 자회사 투자 및 업무범위를 중심으로 금산분리 규제를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며 "이는 기존의 규제 틀과 시장의 발전 사이에 발생하는 충돌을 해소하고 이미 진행중인 금융­·비금융간 융합·발전을 제도화하는 의미가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금융회사의 자회사 투자 허용 기준으로 현행 금융업종 관련성 외에 효율성 기준 등을 신규 도입할 필요가 있는지, 현행 출자총액한도 등 위험관리 규제가 충분한지 등을 검토해 나가야 한다고 짚었다. 또 금융회사의 부수업무 범위를 현행과 같이 고유업무와 유사한 업무로 한정함이 바람직한지 재검토하고, 업무 허용 기준으로서 효율성 기준 추가 및 부수업무로 인한 위험총량 통제 장치 도입 여부 등을 중점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단 금산분리 취지의 제도 중 은행 주식 소유 규제는 빅테크의 은행업 진출에 따른 리스크 등을 고려해 장기과제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규제혁신회의는 시장과 정부가 협력해 금융규제혁신을 추진하기 위한 민간 기구로, 경제·금융·디지털·법률·언론을 대표하는 민간전문가들(총 17인)로 구성돼 있다. 금융위는 이달 말~8월 초 분과별 회의를 열어 작업계획을 확정하고, 과제별 검토를 진행할 계획이다. 제2차 금융규제혁신회의는 8월 중 열 예정이며, 월 1회 이상 개최해 규제혁신 과제를 속도감 있게 상정·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channa224@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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