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전반기 국회 성적표 공개..발언王은 누구?

이경원 기자 2022. 7. 19.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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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21대 국회 전반기 2년, 발언을 가장 많이 한 국회의원은?


국회의원 임기는 4년입니다. 보통 첫 2년을 전반기, 그 이후를 후반기로 부릅니다. 편의상 그렇게 부르는 건 아니고, 2년 주기로 국회를 이끌어 가는 주요 보직이 바뀝니다. 국회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 등입니다. 물론 여야 간의 협상을 통해 이뤄집니다. 이를 '원 구성 협상'이라고 부릅니다.

뉴스에서 많이 보셨겠지만, 지금 원 구성 협상이 잘 안 되고 있습니다. 6월 초부터 후반기 국회가 시작돼야 하는데, 7월 중순이 됐는데도 아직입니다. 국회가 열리지 않으니 회의도 없고, 당연히 처리되는 법안도 없습니다. 국회의원 일 안하고 월급만 받는다며, 세비 반납 목소리가 역시 나왔습니다. SBS 사실은팀도 원 구성 협상 때문에 생긴 국회 공백 기간을 과거와 비교하며 문제점을 짚었습니다.

다만, 이런 비판이 구태의연한 것도 사실입니다. 정치 혐오를 조장할 수 있는 위험성도 있습니다.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원들의 성적표를 매겨보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일한 국회의원들이 누군지 찾아보자는 취지입니다.


국회의원의 성적을 매기는 지표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회의 출석률도 있고, 법안 발의 건수도 있습니다. 2020년 12월, 출석률 공개하는 '일하는 국회법' 통과 이후 대충 살펴보니 출석률은 대체로 높았지만, 참석은 하고 별 말 하지 않으면 별 의미가 없는 지표일 겁니다. '법안 베껴쓰기' 문제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닌 상황에서, 단순히 법안 많이 발의했다고 일 열심히 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고민하다가 '발언량'이라는 새로운 지표를 만들어 봤습니다. 국회의원은 정치를 하는 사람이고, 정치는 '말'로 합니다. 공식 회의에서 얼마나 발언을 많이 했는지, 달리 말하면, 토론에 얼마나 열심히였는지 살펴보자는 취지입니다.

물론, 발언의 '양'이 발언의 '질'을 담보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토론이 부족한 우리 국회 문화를 감안할 때, 공적인 자리에서 발언을 많이 한 국회의원을 추려보는 작업도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오늘 ①편에서는 모든 회의를 기준으로 계산했습니다.

참고로 ②편에서는 소위원회만 따로 떼 측정하려고 합니다. 소위원회는 법을 만드는 첫 관문으로, 의원들과 정부 부처 간에 상호 활발한 토론이 이뤄지는 공간입니다. 언론에 잘 나오지 않아 주목도가 낮지만, 그럼에도 열심히 발언한 국회의원을 추려보자는 차원입니다.


발언량을 측정하기 위해 국회 회의록 빅데이터(https://dataset.nanet.go.kr)를 활용했습니다. 국회 전반기(2020년 5월 30일~2022년 5월 29일) 동안, 국회의 공식 회의 기준 발언 건수를 측정했습니다. 공식 회의는 입법과 예산 결산과 심의를 위한 모든 회의, 여기에 국정감사와 청문회 등의 일정이 모두 포함돼 있습니다. 쉽게 생각하면, 국회 본회의장과 상임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리는 모든 회의가 포함돼 있습니다.

국회 회의록 빅데이터(https://dataset.nane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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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대 전반기 국회, 발언 횟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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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원들의 총 발언 횟수는 총 56만 1,787건으로 계산됐습니다.


연도 별로는 2020년 24만 6,920건, 2021년 30만 3,291건, 2022년 1만 1,576건입니다. 2020년은 5월 30일부터 7개월, 2022년은 5월 29일까지 5개월입니다. 회의 별로는 소위원회가 20만 4,943건으로 가장 많았고, 국정감사 18만 6,780건, 상임위원회 13만 4,086건 순이었습니다.

이번에는 국회의원 1인 평균 발언 횟수를 계산했습니다.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원 1인당 평균 1957.4번 발언한 것으로 계산됐습니다. 참고로, 최근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국회의원들은 제외하고 계산했습니다.


정당 별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1인당 평균 2,237.6건으로 민주당 의원 1,833.4건 보다 많았습니다.

선수 별로는 재선 의원들의 발언 횟수가 많았습니다. 2,619.1건으로 압도적이었습니다. 초선 의원들의 성적표가 상대적으로 좋지 않았습니다. 재선 의원은 물론, 중진 의원들보다 발언을 적게 했습니다. 여성 보다 남성 의원들, 비례대표 의원 보다는 지역구 의원들의 발언 횟수가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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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대 전반기 국회, 발언 많이 한 국회의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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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본격적으로 발언 많이 한 국회의원을 살펴보겠습니다.


발언을 가장 많이 한 국회의원은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으로 8,516건이었습니다. 평균보다 4배 넘게 높았습니다. 국민의힘 전주혜(7,604건), 김도읍(7,041건) 의원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현재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인 추경호 의원은 6,295건으로 네 번째로 많았습니다. 추경호 의원은 지난 5월, 윤석열 정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임명됐습니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

민주당 의원만 따로 보면, 서영교 의원 6,229건으로 가장 많았고, 백혜련(6,188건), 박주민(5,851건) 의원 순이었습니다.

그런데, 발언 가장 많이 한 국회의원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전반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경험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국민의힘 유상범, 전주혜, 김도읍, 민주당 백혜련, 박주민 의원입니다.

발언 내용을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의원 가운데 가장 발언 횟수가 많은 TOP3의 발언을 워드 클라우드 형태로 재분석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유상범, 전주혜, 김도읍 의원, 민주당은 서영교, 백혜련, 박주민 의원입니다.


양당 TOP3 국회의원 발언 가운데 가장 빈번했던 키워드는 '수사', '법무부', '검찰', '법원' 등이었습니다. 21대 국회 전반기, 정국을 달궜던 수사 관련 법안들을 논의하면서 이런 말들이 많이 나온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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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대 전반기 국회, '검찰의 블랙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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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은 공수처법 개정안 논란으로 시끄러웠습니다. 지난 국회 당시, '패스트트랙'으로 몸살을 앓았던 공수처 논란의 연장선에 있었습니다. 공수처장을 어떻게 추천하느냐와 관련된 논란이었습니다. 원래는 추천 위원 7명 가운데 6명이 동의해야 최종 후보를 낼 수 있었는데, 개정안은 5명으로 완화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당시 야당 추천인이 2명이기 때문에, 사실상 야당의 거부권이 무력화됐습니다.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은 이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까지 했지만, 결국, 법은 통과됐습니다.
지난 5월, 이른바 '검수완박법'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자 항의하는 국민의힘 의원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는 검찰의 수사권을 제한하는 이른바 '검수완박법'으로 시끄러웠습니다. 국민의힘이 결사적으로 반대했지만 법안은 본회의를 통과했고, 결국,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일주일 전 공포됐습니다.

21대 국회 전반기는 '검찰의 블랙홀'이었습니다. 2019년, '조국 사태' 이후 검찰의 권한을 두고 진영 갈등이 극에 달했고, 그 여파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진영 갈등의 최전선에 있는 국회, 자연히 여기서 나오는 말은 이런 정치적 환경이 반영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달리 말하면, 검찰, 수사, 법무부, 이런 말들이 계속 반복된 사이, 상대적으로 다른 현안은 별로 주목 받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열심히 일한 국회의원 찾으려다, 21대 국회의 어두운 면으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그만큼 아쉬움도 크고, 질타도 많이 나왔습니다. 국회의원들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다만, 내가 원하는 말이든 원하지 않는 말이든, 국회는 정치 공간이고, 정치는 '발언'을 통해 이뤄집니다. 발언의 양은 선진화 된 국회의 '충분 조건'은 아니지만 '필요 조건'은 될 수 있습니다. 토론 없는 민주주의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발언의 '양'보다 '질'을 살피고 싶었지만, 아직 이를 측정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원 구성 협상, 여전히 지난한 상황이지만, 21대 국회 하반기에는 훨씬 다양한 키워드들이 오르내렸으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의 선량한 사람들 대부분은 '수사'와는 상관 없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앞에 말씀드린 대로 다음 편에서는 국회의원들의 발언 가운데 '소위원회' 발언을 기준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소위원회는 비공개인 경우가 많아 언론에서 자주 다뤄지지 않지만, 법안의 첫 관문으로 의원들 간의 실질적인 토론이 벌어지는 공간입니다. 개인적으로, 소위원회는 국회 내 진정한 의미의 유일한 '토론 공간'이며, 의원들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곳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21대 국회 전반기, 소위원회에서 가장 발언을 많이 했던 국회의원, 다음 편에서 공개합니다.

(인턴 : 이민경, 정경은)

이경원 기자leek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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