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이익 늘었지만 직원·점포·ATM 수는 줄어드는 역설
"투자업무 활성화와 해외 진출 통해 경쟁력 높여야"
(시사저널=이장수 뉴프레임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세계경제가 신음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글로벌 디플레이션, 원자재 가격 급등 등으로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위기'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다. 소상공인뿐 아니라 기업들도 어려움을 토로한다. 특히 국제유가의 급격한 상승은 무역수지 적자로 이어지면서 국내 경제 상황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서비스업인 금융업체는 예외다. 시간이 갈수록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대출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소상공인과 개인을 상대로 한 부동산 담보대출 및 신용대출로 이자수익이 크게 증가했다. 최근 기준금리가 전 세계적으로 동반 상승하면서 은행권의 수익성은 시간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위기 상황에도 '나 홀로 성장' 중인 은행권
실제로 최근 4년간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영업이익 및 순이익은 대폭 증가했지만 직원과 점포 수, 자동화기기(ATM) 수 등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을 우선 보자. 2017년 7조9737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21년 13조5918억원으로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 상황도 다르지 않다.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1.9% 증가한 4조1649억원을 기록했다. 우리은행의 영업이익 증가율이 28.2%로 가장 높았다. 은행권의 영업이익 증가 추세는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을 제외하고 매년 이어지고 있다. 최근 금리 인상이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은행권의 '실적 고공행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순이익 역시 2017년 7조5282억원에서 2021년 9조9938억원으로 32.8% 증가했다. 마찬가지로 우리은행의 성장률이 55.9%(1조5300억원→2조3851억원)로 가장 높았고, 신한은행(45.8%)이 뒤를 이었다. 순이익이 늘어나면서 배당도 증가했다. 같은 기간 4대 시중은행의 배당은 3조6811억원에서 4조1672억원으로 13.2%나 늘어났다. 이 중에서 우리은행의 배당성향(당기순이익 대비 주주에게 지급된 현금 배당금의 비율)이 2021년 기준 49.4%로 가장 높았다. 배당이 증가하면 주주들에겐 이익이 되지만, 자본 확충 및 투자 등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은행권의 실적은 매년 개선되고 있지만 직원 수는 2017년 6만540명에서 2021년 5만7727명으로 4.6% 감소했다. 정규직은 감소 추세지만 기간제 근로자(비정규직) 비중은 오히려 높아졌다. 비정규직의 경우 2017년 2847명에서 2021년 3493명으로 22.7%나 증가했다. 비정규직이 전체 직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기준 6.1% 수준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IT 기기 발전과 비대면 업무 증가로 당분간 이 같은 추세 역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4대 시중은행의 직원 수 감소는 신입 직원의 신규 채용에도 영향을 미쳤다. 채용 방법은 수시 및 정시가 있는데, 채용 규모는 매년 감소 추세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금융기관은 사회적인 기준으로 볼 때 안정된 직장으로 분류되고 있다. 신규 채용 감소는 젊은 20대들의 사회 진출 기회가 상대적으로 감소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직원 수가 2017년 1만2904명에서 2021년 1만3901명으로 7.7% 증가했지만, 비정규직은 오히려 감소한 IBK기업은행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직원 수 감소와 함께 지점 수도 감소하고 있다. 2017년 3598개에서 2021년 3106개로 13.7% 감소했다. 대로변 주변 상가를 지나다 보면 지점 통폐합으로 몇 년 전 있었던 지점이 최근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지점 수 감소는 주변 상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빈 점포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기관 점포의 감소가 상권 침체에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자동화기기(ATM) 역시 2017년 2만4253대에서 2021년 1만9006대로 21.6% 감소했다. 비대면 업무 증가가 한 이유지만, ATM 유지를 위한 임차료 등 유지비용이 증가해 비용 절감 차원에서 감축하고 있는 점이 크다.
이렇듯 시중은행의 직원 수와 점포 수, ATM 수 감소는 금융기관 자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차원의 조치로 평가되고 있다. 현실적인 조치지만 서민의 편리성 감소와 위축된 금융기관의 현실을 알 수 있는 현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양한 업무 확충 등의 조치로 은행권의 직원 수 감소에 대비하는 정책이 필요한 이유기도 하다. 주요 정책으로는 PF(프로젝트 파이낸싱), M&A(인수·합병) 등 투자업무 활성화를 통해 기존의 예금업무 중심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4년간 4대 시중은행 해외 점포 5개 증가
포화된 국내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해외 진출 역시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해외 진출은 업무 확충과 함께 국제적인 감각 향상, 선진 금융 시스템 구축 기회 등을 제공하게 된다. 유사시 금융위기가 도래할 경우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4대 시중은행의 해외 점포(출장소 포함)는 2017년 기준 97개에서 2021년 102개로 5개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만큼 은행권이 국내시장에 안주해 해외 진출을 게을리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금융기관은 공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국민으로부터 예수금 또는 투자 등의 명분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일부 채권 발행, 해외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고 있으나 여전히 국내에서의 자금(예수금) 조달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자금 조달 비중을 보면 예수금은 2021년 기준 국민은행 69.20%, 우리은행 68.14%, 신한은행 65.25%, 하나은행 61.79%다. 국민은행이 69.20%로 가장 높고 하나은행이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평균 예수금 조달 비중은 66.15%다.
정부 역시 매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오히려 양질의 일자리는 감소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이 전체 직원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급격히 상승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의 퇴직으로 인한 공백을 신규 채용으로 충원하는 연계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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